2011~2012시즌 남자 프로배구 정규리그를 평정한 삼성화재는 '캐나다산 폭격기' 가빈 슈미트를 중심으로 짜인 팀 진용이 한층 정교해졌다는 평가를 듣는다.
지난해 10월22일 LIG손해보험과의 시즌 개막전에서 승리하면서 닻을 올린 삼성화재는 1라운드를 전승으로 장식, 일찌감치 단독 선두로 치고 올라섰다.
이후 5라운드까지 매번 5승씩 차곡차곡 쌓아 경쟁자들의 추격을 가볍게 뿌리치고 마지막까지 한 차례도 1위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7일 KEPCO와의 경기까지 33경기에서 89세트를 따내는 동안 32세트밖에 내주지 않을 정도로 경기 내용이 좋았다.
세트 득실률이 2.781로 2위 대한항공(1.911)과는 이미 뒤집기 어려운 차이를 벌렸다.
지난 두 시즌과 마찬가지로 그 중심에는 가빈이 있었다.
가빈은 32경기에서 1천81점을 책임지는 가공할 득점력을 뽐내며 득점·오픈 공격 두 부문에서 3년 연속 1위 자리를 예약했다.
높은 타점에서 터져 나오는 가빈의 스파이크는 여전히 남자 배구 전체를 통틀어 최고의 위력을 떨쳤다.
게다가 올 시즌에는 토스 상태가 좋지 않을 때면 상대 블로킹을 이용해 틀어 때리거나 연타를 시도하는 등 영리해진 기술을 보여줘 한층 진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빈의 올 시즌 공격 성공률은 59.22%로 한국 무대에 진출한 이래 가장 높았다.
가빈이 진화하면서 그를 중심으로 한 삼성화재의 공격 짜임새도 한층 탄탄해졌다.
삼성화재의 올 시즌 공격 성공률은 56.80%로 2010~2011시즌(51.94%)이나 2009~2010시즌(51.83%)보다 높아졌다.
오픈 공격(52.30%), 속공(58.13%), 퀵오픈(65.27%), 시간차(68.21%) 등 많은 공격 지표에서 삼성화재는 최근 세 시즌을 통틀어 최고의 기록을 달성했다.
여기에는 주전 세터로 두 번째 시즌을 보낸 유광우가 안정감을 더한 것도 한몫했다.
유광우는 올 시즌 세트당 12.364개의 토스를 정확히 배달해 대한항공 한선수(세트당 11.776개)를 제치고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베테랑과 신예 보조 공격수들의 조화로운 활약도 유광우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센터 고희진은 승부의 갈림길마다 결정적인 블로킹을 잡아내며 경기의 흐름을 뒤바꾸는 특유의 장점을 올 시즌에도 충분히 발휘했다.
여기에 2년차 센터 지태환이 힘을 보태면서 삼성화재는 남부럽지 않은 블로킹 라인을 구축했다.
지태환은 블로킹 수(세트당 0.470개)는 많지 않지만 속공 1위(62.35%)로 올라서 팀의 공격 경로를 다변화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또 부상을 털고 돌아온 베테랑 레프트 석진욱이 공·수 양면에서 살림꾼 역할을 한 덕에 팀의 짜임새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러나 정규리그와 챔프전 통합 우승을 달성했던 2년 전처럼 포스트 시즌에서도 압도적인 기세를 이어갈 수 있으리라고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추격자' 대한항공의 기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삼성화재는 올 시즌 5번의 패배 중 4번을 대한항공에 당했다.
승리를 거둔 2번의 경기도 3-2 풀세트 접전이었다.
3~4라운드에서 삼성화재에 연달아 풀세트 패배를 안긴 대한항공은 5~6라운드 맞대결에서는 아예 연속으로 3-0 완승을 거둬 '올해는 이긴다'는 자신감에 차 있다.
강한 서브로 박철우와 가빈의 발을 묶어 공격 루트를 단순하게 만든 뒤 '벌떼 블로킹'으로 달라붙고, 네맥 마틴-김학민 '쌍포'를 가동하는 대한항공의 전술에 삼성화재는 속수무책이었다.
챔프전에 나서는 삼성화재가 정규리그에서의 굴욕을 대한항공에 되갚아 주고 통산 6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려면 쌍포의 한 축인 박철우가 살아나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 준플레이오프부터 앞선 팀들을 하나씩 밟고 올라서 마침내 정상을 차지하는 '역전 드라마'를 썼다.
작년 상황과는 반대로 챔프전을 기다리며 도전을 받아들이게 된 삼성화재가 수성에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