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기춘 ‘4년 물거품’ 또 부상에 울었다

입력 2012.07.31 (00:41)

수정 2012.07.3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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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남자 유도의 ‘간판' 왕기춘(24·포항시청)이 또 한 번 '부상 악재'에 발목을 잡히며 금메달 사냥에 실패했다.



30일 오후(한국시간) 2012 런던올림픽 남자유도 73㎏급 준결승전이 치러진 영국 런던의 엑셀 런던 노스아레나에는 함성과 탄식이 교차했다.



결승 진출에 성공한 만수르 이사예프(러시아·랭킹 4위)는 펄쩍 뛰며 기쁨을 만끽했고 패한 왕기춘은 깊은 탄식을 쏟아냈다.



왕기춘이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2008년 베이징 대회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완전한 몸'으로 실전에 나서지 못했다는 점이다.



왕기춘은 지난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 갈비뼈 골절에도 결승까지 올랐지만 당시 세계랭킹 1위였던 아제르바이잔의 엘누르 맘마들리에 한판으로 패했다.



8강전에서 갈비뼈를 다친 왕기춘은 불 같은 정신력으로 준결승을 거쳐 결승까지 진출하는 투혼을 펼쳤지만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13초 만에 매트에 눕고 말았다.



생애 처음 나선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부상 악재'에 놓치고 말았다.



이후 절치부심한 왕기춘은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연패 달성을 비롯해 지난해 1월 국제유도연맹(IJF) 월드마스터스 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아시아선수권대회, 아부다비 그랑프리, 코리아월드컵, 칭다오 그랑프리 등 총 5개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내달렸다.



이 때문에 두 번째로 도전한 이번 런던올림픽에 대한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런던에 도착하면서도 여유를 보인 왕기춘은 이날 1회전(64강전)에서 나브루스 타탈라슈빌리(조지아)에 빗당겨치기로 유효승을 거둬 순조롭게 출발했다.



하지만 2회전(32강전)에서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났고, 급기야 부상으로 이어졌다.



왕기춘은 리나트 이브라기보프(카자흐스탄·랭킹 20위)와 치른 32강전에서 경기 중반 속칭 '암바'라고 불리는 팔가로누워꺾기에 걸렸다.



오른쪽 팔꿈치가 심하게 꺾인 채 고통스러워하던 왕기춘은 필사적으로 탈출해 위기를 모면했고, 연장에서 종료 11초를 남기고 위가로누르기 한판으로 16강에 올랐다.



하지만 댓가는 컸다.



왕기춘은 오른쪽 팔꿈치 인대가 심하게 늘어나 팔 기술을 제대로 쓰기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금메달을 목표로 4년의 지옥 훈련을 버텨낸 왕기춘은 팔의 통증을 참아가며 8강전에서 야로미르 예제크(체코·랭킹 34위)를 연장전 끝에 소매들어허리채기로 유효승을 거뒀다.



곧바로 이어진 니컬러스 델포폴로(미국·랭킹 12위)와 벌린 8강전마저 연장접전 끝에 판정승으로 이기는 투혼을 이어갔다.



준결승을 앞둔 왕기춘은 오른쪽 팔꿈치를 계속 주무르면서 통증을 달랬다.



하지만 업친데 덥친격으로 만수르 이사예프(러시아·랭킹 4위)와의 준결승에서 왼쪽 팔꿈치까지 꺾여 통증을 느낀 왕기춘은 지도를 2개를 받아 유효를 내주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쓸쓸한 표정으로 매트를 떠난 왕기춘은 마음을 추스른 뒤 동메달 결정전에 나섰지만 위고 르그랑(프랑스·랭킹 8위)와 연장 접전 끝에 패해 ‘노메달'의 아쉬움을 남기고 대회를 끝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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