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에서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손꼽힌 왕기춘(24·포항시청)이 컨디션 난조와 팔꿈치 부상으로 ‘노메달'에 그치면서 한국 유도의 금메달 전선이 흔들리고 있다.
한국 유도는 대회 개막 사흘째까지 남자 66㎏급의 조준호(한국마사회)가 ‘판정번복'의 우여곡절 끝에 동메달 1개를 수확하는데 그쳤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유도 대표팀의 목표는 금메달 2개였다.
그 주인공은 남자 73㎏급의 왕기춘(포항시청)과 남자 81㎏급의 김재범(한국마사회)이다.
하지만 유력한 금메달 후보이자 세계랭킹 1위인 왕기춘은 30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엑셀 런던 노스아레나에서 펼쳐진 남자 73㎏급 경기에서 동메달 결정전까지 어렵게 진출했지만 끝내 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왕기춘은 이날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는지 자신의 장기인 업어치기를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32강전에서 팔가로누워꺾기를 당하면서 오른팔 팔꿈치 인대를 다친 데다 준결승에서는 왼쪽 팔꿈치까지 부상을 당해 손기술을 아예 사용하지 못했다.
결국 32강전부터 8강전까지 4경기 연속 연장 접전으로 체력을 소모한 왕기춘은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연장전 끝에 절반을 빼앗겨 노메달로 대회를 마쳐야 했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대한유도회 관계자는 "부상도 결국 자기관리를 제대로 못 한 것"이라며 "오늘 왕기춘의 경기력은 역대 최악에 가까웠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두 번째 경기에서 오른쪽 팔꿈치를 꺾인 게 가장 큰 패인"이라며 "왼쪽 팔꿈치까지 다치면서 양손을 활용한 업어치기 기술을 전혀 사용할 수 없어 무너졌다"고 덧붙였다.
동메달조차 따지 못한 왕기춘은 경기가 끝나고 나서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모두 거절한 채 조용히 숙소로 이동했다.
‘믿었던' 왕기춘의 메달 획득 실패로 한국 유도는 81㎏급 세계 1위인 김재범에게 마지막 금메달의 희망을 걸게 됐다.
하지만 김재범도 지난해 연말부터 어깨부상으로 고생하면서 훈련이 부족했고 아직 왼쪽 무릎 인대 부상이 완전히 낫지 않은 상태여서 쉽지 않은 금메달 도전이 될 전망이다.
한국 유도는 2004년 아테네 대회와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 각각 이원희(용인대 교수)와 최민호(한국마사회)가 한국 선수단 1호 금메달을 선물하며 ‘효자종목'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왕기춘의 메달 획득 실패로 ‘금빛 기상도'에 먹구름이 피어오르면서 자칫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12년 만에 ‘노 골드' 대회가 될 위기에 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