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되면 후배들 어쩌나’ 레슬링 침울

입력 2013.02.13 (11:31)

수정 2013.02.1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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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계올림픽 핵심종목(Core Sports)에서 탈락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레슬링 대표팀은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도 애써 충격을 씻어내려고 훈련에 더욱 매진하는 모습이다.

레슬링 대표팀의 체력 훈련이 진행된 13일 태릉선수촌 월계관 훈련장.

각종 웨이트트레이닝 시설이 빼곡히 들어찬 훈련장 벽에는 역대 올림픽에서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높인 선배들의 사진이 빙 둘러붙어 있었다.

당연히 그 가운데에는 전통의 효자 종목인 레슬링 선배들의 얼굴이 많았다.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장창선을 시작으로 1976년 몬트리올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양정모,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장순, 두 차례 금메달을 목에 건 심권호 등 수많은 '스타'가 훈련하는 후배들을 내려다보고 있었
다.

레슬링이 역대 올림픽에서 따낸 11개의 금메달과 11개의 은메달, 13개의 동메달이 고스란히 태릉선수촌 훈련장에 역사처럼 새겨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선배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구슬땀을 흘리는 후배들의 마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전날 올림픽 핵심종목에서 탈락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믿을 수 없다는 의구심이 뒤섞여 모두가 복잡한 심경일 터였다.

선수들은 평소처럼 코치들의 구령에 맞춰 고통을 견뎌 가며 훈련 일정을 진행했지만, 서로 독려하는 함성은 자주 들리지 않았다.

조용히 러닝머신과 사이클, 역기, 윗몸일으키기 훈련 기구 등을 오가며 묵묵히 땀을 흘릴 뿐이었다.

한계까지 자신의 몸을 몰아붙인 훈련의 막바지가 돼서야 겨우 막막한 현실을 잊고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됐다.

레슬링 대표팀의 방대두 감독은 "어제 태릉선수촌에서 식사하다가 뉴스를 들었다"면서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수저를 든 손이 떨리더라"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방 감독은 "레슬링은 올림픽을 상징하는 종목인데,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규정을 너무 자주 바꾸다 보니 오히려 경기가 더 재미없어진 것 같다"고 나름의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방 감독은 "오늘 아침에도 식사할 때 우리 선수들이 위축된 것이 눈에 보여 가슴이 뭉클하더라"고 복잡한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만약 올림픽에서 완전히 퇴출된다면 레슬링은 완전히 사라질 위기에 놓인다"면서 "자라나는 후배 학생들의 꿈도 물거품이 되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방 감독은 "오전 훈련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니 희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면서 다시 한번 구령을 외치고 선수들을 혹독한 훈련으로 몰아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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