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의 레슬링…국제연맹 안일한 대처도 영향

입력 2013.02.13 (17:07)

수정 2013.02.13 (17:07)

레슬링이 하계올림픽의 핵심종목(Core Sports)에서 탈락한 데에는 남의 일인 것처럼 손을 놓고 지켜보기만 한 국제레슬링연맹(FILA)의 안일한 대처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3일 국내 레슬링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FILA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집행위원회가 열릴 때까지도 레슬링이 탈락할 수 있다는 낌새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심지어 탈락 후보로 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조차 감지하지 못했다.

대한레슬링협회나 아시아레슬링연맹으로 이와 관련한 공문 하나 전달된 일이 없다.

레슬링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라파엘 마르티네티(스위스) FILA 회장도 퇴출을 발표하기 15분 전에야 이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조정원 총재를 비롯해 세계연맹 관계자들이 직접 로잔에서 치열한 외교전을 벌인 태권도와 극명히 대비되는 부분이다.

고대 올림픽부터 시행된 종목의 상징성만을 믿고 치열한 스포츠 외교의 전쟁터에서 구경만 하고 있던 셈이다.

지도력을 상실한 FILA 집행부의 문제가 지적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내부의 부패가 심각하다는 점이 여러 차례 사건으로 터져 나온 일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터진 아라 아브라하미안(스웨덴)의 메달 거부 사건이다.

당시 그레코로만형 84㎏급 준결승에서 안드레아 미구치(이탈리아)에게 패한 뒤 판정에 강한 불만을 드러낸 아브라하미안은 패자부활전을 거쳐 동메달을 딴 뒤에도 수상을 거부했다.

당시 외신은 스웨덴 출신의 FILA 이사가 내부 비리 척결을 시도하다가 미움을 받은 이후 스웨덴 선수에 대해 불리한 판정이 나온다며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2003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세계 자유형 선수권대회에서는 판정에 항의하며 매트에 머물던 선수가 거구의 FILA 관계자들에게 강제로 끌려나가는 수모를 당한 일도 있다.

한국 선수 중에서도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 정지현(삼성생명)이 판정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등 레슬링에서는 심판 판정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한국의 1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양정모 희망나무커뮤니티 이사장은 이를 두고 "심판 출신인 현 FILA 회장이 독단적으로 연맹을 운영하면서 심판들까지 눈치를 보는 지경이 돼 공정성에 문제가 생겼다"고 비판했다.

이렇게 밖에서 의혹의 시선이 늘어나는데도 FILA는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은 채 수수방관했다.

그 결과는 올림픽 핵심종목 탈락이라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으로 돌아왔다.

FILA는 뒤늦게나마 엎질러진 물을 도로 담아 보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FILA는 16일 태국 푸껫에서 열리는 이사회에서 대책을 논의해 올림픽 재진입을 위해 힘을 모을 예정이다.

한국에서도 김창규 아시아레슬링연맹 회장과 김익종 FILA 이사가 참석해 머리를 맞댄다.

특히 5월 말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차기 IOC 집행위 회의가 레슬링에 우호적인 러시아에서 열린다는 점에 희망을 걸고 있다.

대한레슬링협회의 한 관계자는 "FILA에서 러시아와 유대 관계를 맺어 IOC와 담판을 지으려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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