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여성단체 “피스토리우스 보석 반대”

입력 2013.02.18 (16:56)

수정 2013.02.18 (16:58)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6)가 결국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하는 양상이다.

피스토리우스가 여자 친구 리바 스틴캄프(30)를 계획적으로 살해했다는 검찰의 주장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지만, 남아공 유력 여성 단체가 그의 보석을 반대하고 나서는 등 현지 여론이 그에게 부정적으로 변화하는 징후를 보이고 있다.

남아공 국민은 사건 발생일인 14일과 이튿날인 15일 오전만 해도 자국의 '육상 영웅' 피스토리우스가 4발의 총탄을 쏴 여자친구를 살해했다는 보도를 믿지 않으려 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하지만 15일 낮 피스토리우스에 대한 구속적부심 과정에서 검찰이 그에게 계획적 살인 혐의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점차 여론이 반전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남아공 집권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여성연맹(ANCWL) 대변인 트로이 마르텐스는 17일(현지시간) 오는 19일로 예정된 구속적부심에서 재판부가 피스토리우스에 대한 보석을 승인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르텐스는 피스토리우스가 계획적 살인을 저질렀다는 검찰의 주장에 재판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그가 유명하다고 해서 다른 사람과 다른 처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현지 뉴스통신 사파는 보도했다.

수도 프리토리아의 한 흑인 실업가는 이날 '피스토리우스가 스틴캄프를 강도로 오인해 총을 쐈다는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이작이란 이름의 그는 피스토리우스가 네 발의 총탄을 쐈다는데 그런 경우 누군가를 오인해 네 발이나 발사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현지 언론들도 피스토리우스의 몰락을 조명하기 시작했다.

일요판 신문 '시티 프레스'는 이날 '우상의 추락'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두 발이 잘린 피스토리우스가 올림픽과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대회에서 비장애인과 경쟁해 현대 육상의 역사를 바꿨지만 그의 어두운 면이 드러나면서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타블로이드판 신문인 '선데이 선'은 피스토리우스가 체포된 이래 무기를 좋아하는가 하면 과속질주 등 위험을 즐기는 그의 어두운 면이 드러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앞서 프리토리아뉴스 등 현지 언론은 피스토리우스가 과거 2009년 여자친구의 고발로 경찰에서 하룻밤을 지낸 적이 있는 등 논란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또한 데일리 메일은 피스토리우스가 고급 승용차와 오토바이 수집 취미가 있으며 침대에 권총을 두는가 하면 창가에는 자동소총을 놓은 채로 잠을 잔다고도 했다.

피스토리우스는 2009년 남아공의 한 수상 유원지에서 모터보트에 부딪혀 코와 갈비뼈 2개가 부러지는 등의 부상을 당했는데 당시 목격자들은 그가 술을 마신 상태였다고 말한 것으로 이 신문은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뉴스전문 채널 eNCA는 17일 보도에서 피스토리우스가 지난 14일 오전 자택에서 스틴캄프에게 총격을 가한 후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집에 와달라고 요청한 반면 경찰에는 전화하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경찰 신고는 피스토리우스 이웃 주민이 했다.

그러면서 이 매체는 스틴캄프가 사건 발생 전날인 13일 오후 6시께 피스토리우스 자택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시티 프레스'는 피스토리우스가 14일 오전 3시20분께 스틴캄프에게 4발의 총탄을 쏜 직후 아버지 헨케(59)에게 전화를 걸어 '와달라'고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헨케가 딸 에이미와 함께 같은 날 3시30분께 피스토리우스 자택을 방문했다는 것이다.

피스토리우스가 스틴캄프를 강도로 오인해 총을 쐈다면 왜 경찰에는 신고를 하지 않고 가족에게만 연락했는지 의문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지난 14일 구속적부심에서 오열을 터뜨린 피스토리우스가 이날 변호인단을 만난 자리에서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고 국영 TV인 SABC가 전했다.

피스토리우스는 수도 프리토리아의 브루클린 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돼 있는데 변호인단인 배리 루와 케니 올드웨이지가 방문하자 그들 앞에서 소리 내 울었다고 SABC는 덧붙였다.

한편 스틴캄프 장례식이 오는 19일 그녀의 고향인 포트 엘리자베스에서 가족장으로 치러질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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