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프리킥 마스터는 나야 나!"
28일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2013 K리그 클래식 미디어데이에 모인 14개 구단 핵심 선수들은 재치있는 입담을 섞어가며 새 시즌에 대한 목표를 내세웠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4년 만에 국내무대에 복귀한 이천수(인천)와 김형범(경남)이 '최고 프리키커' 자리를 놓고 벌인 설전이었다.
둘은 울산 현대에서 한솥밥을 먹던 시절부터 함께 프리킥 연습을 하며 실력을 갈고닦은 사이로 전북 에닝요와 함께 개인 통산 프리킥 득점 개수 기록 1~3위를 나눠가지고 있다.
에닝요가 17개로 선두고 김형범이 12개, 이천수가 10개로 뒤를 잇고 있다.
포문은 김형범이 먼저 열었다.
"자책골 빼고 다 넣겠다"는 말로 운을 뗀 김형범은 "개인적으로 프리킥 골 욕심이 많은데 부상 등으로 쉬는 동안 전북 에닝요에게 빼앗긴 최다 프리킥 골 기록도 되찾아 최고의 프리키커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울산 시절에 함께 프리킥 연습을 했던 천수 형이 돌아오는 만큼 프리킥에서 꼭 이겨보고 싶다"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천수도 김형범의 도발에 흔쾌히 응했다.
이천수는 "형범이와는 울산 시절 내기를 해가면서 하루에 100개씩 프리킥 연습을 했다"며 "국내에서 프리킥을 차 본 지 오래돼서 감각을 살리는 게 중요하겠지만 더 열심히 연습해서 도전에 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팀 성적이 좋고 내가 주전으로 제 몫을 하는 상황이라면 프리킥 대결에도 더 자신 있게 나서서 반드시 이기겠다"고 강하게 맞섰다.
'라이언킹' 이동국(전북)은 올 시즌 득점왕 자리에 도전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부인 이수진씨가 첫 딸 쌍둥이에 이어 둘째도 쌍둥이를 임신한 것처럼 멀티골을 많이 기록하겠느냐는 질문에 이동국은 "쌍둥이와 멀티골이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게 온 기회는 꼭 살리겠다"고 답했다.
이어 "올 시즌에도 득점왕에 도전할 생각이다. 지난해 득점왕 데얀이 31골을 넣었는데 그만큼은 해야 득점왕을 차지할 수 있다고 본다"며 "경기당 한 골은 넣겠다는 목표로 올 시즌에 임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새 사령탑을 맞이한 성남과 부산 선수들 간의 묘한 신경전도 볼거리였다.
박진포(성남)가 먼저 부산 지휘봉을 잡았던 안익수 감독의 '하드 트레이닝'에 대해 "밖에서 보는 것처럼 '실미도'같다는 얘기는 과장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박진포는 "오히려 안 감독님이 오시고 숙소 TV채널도 늘어나고 도서실도 생기는 등 환경이 나아졌다"며 "선수단 분위기도 좋은 만큼 개막전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부산 소속의 임상협이 본의 아니게 어깃장을 놨다.
임상협은 안익수 감독에서 윤성효 감독으로 바뀐 이후 변화를 묻자 "훈련량이 적어졌고 분위기가 자율적으로 바뀌었다"며 "새 감독님이 선수들을 편안하게 해주시는 것 같다"고 말해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다른 선수들도 저마다 개성있고 때로는 과감한 발언으로 새 시즌 각오를 다졌다.
이진호(대구)는 "예전에 스무 골을 넣겠다고 했다가 7골에 그친 기억이 있어 구체적 숫자는 정하지 않겠지만 동료에게 밥과 빵을 사서라도 집중적으로 도움을 받아 최대한 많이 득점을 올리겠다"고 말해 주변에 웃음을 안겼다.
정성훈(대전)은 전북으로 이적한 케빈의 빈자리를 어떻게 메우겠느냐는 질문에 "케빈의 대체자라고 하면 기분 나쁘다. 공중볼 싸움이나 수비 가담처럼 내가 더 잘하는 부분도 있다"고 활약을 자신했다.
골키퍼 김영광(울산)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꼭 우승해서 딸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부상을 털고 복귀를 준비하고 있는 홍정호(제주)는 "원래 등번호 15번을 달고 뛰다가 안 좋은 일을 겪었는데 새 시즌에는 좋은 일만 있기를 바라서 반대로 뒤집은 51번을 택했다"며 '부활'을 다짐했다.
현역 최고령 선수인 골키퍼 김병지(전남)는 후배들에게 "스스로에게, 또 경기장에서 지켜보는 팬들에게 감동을 주는 선수가 돼 달라"며 "또 경기장 밖에서도 사회봉사 등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야 정말 좋은 선수다"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