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혈질 돌출행동, 갖은 비행으로 퇴출됐다가 돌아온 이천수(32·인천)는 애써 얌전한 자세를 지켰다.
축구계의 '빅마우스'로 불린 것처럼 말이 많은 것은 같았으나 냉소적이거나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공격적 발언은 없었다.
이천수는 28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프로축구 개막 미디어데이가 끝난 뒤 취재진을 만나 복귀 심정, 지론, 각오를 거침없이 털어놓았다.
◇ "저는 사실 소심합니다" = 이천수에게 따라붙은 이미지는 악동이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다혈질 성격을 노출했고 비행도 많이 저질렀기 때문이다.
이천수는 안하무인격으로 당돌했다는 지적에 대해 적극적으로 항변하고 반성했다.
"내가 사실 혈액형이 A형이라서 소심해요. 아버지가 O형, 어머니가 A형인데 어머니의 혈액형과 성격을 물려받아 작은 데 신경을 많이 써요. 어리면서도 소심해서 안 좋은 일들이 많았어요."
이천수는 나이가 든 만큼 자기 욕심보다는 팀을 위한 플레이를 하고, 눈앞의 손실에 얽매여 더 큰 손실을 부르는 행동은 자제하겠다고 강조했다.
경기장에서도 심판 판정 같은 부분적인 일에 신경을 곤두세워 돌출행동을 하곤 했지만 그런 모습을 다시 보이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이천수는 "운동선수에게 A형은 좋지 않다"며 "이제는 경기가 끝나고 웃을 수 있는 이천수로 거듭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복귀 위해 몸 혹사 = 이천수는 2011년 일본 프로축구 오미야에서 나온 뒤 1년 2개월 동안 사투에 가까운 개인훈련을 해왔다고 했다.
경기에 나오지 못해 실전감각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살이 쪄서 복귀 자체가 어려워지는 것은 은퇴를 의미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천수는 "일본에서 한창 몸이 좋을 때 체중이 67∼68㎏인데 아직도 그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며 "돌아오겠다는 일념으로 훈련과 일상에서 줄곧 몸을 괴롭혔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자신의 몸 상태가 경기에 출전하던 전성기의 70% 정도는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천 구단은 이천수가 4월이나 5월에는 출전을 시작해 측면 미드필더나 처진 스트라이커로 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 "배우는 자세를 깨달았다" = 이천수는 서른이 넘으면 축구가 보인다는 선배들의 말에 과거에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른을 넘어 선수생활을 접을 위기에 놓여 밖에서 축구를 보자 그 말의 의미를 알았다고 설명했다.
이천수는 "진짜 축구가 무엇인지, 사랑받는 축구선수가 무엇인지 고민했다"며 "팀 동료인 김남일, 설기현 형을 열심히 따르겠다"고 말했다.
인천의 김남일, 설기현은 후배들에게 존경을 받는 베테랑이다.
이천수는 "나는 항상 잘했다"며 그러나 "배운다는 것을 생각도 해본 적이 없던 시절은 갔다"고 덧붙였다.
그는 축구천재로 불리며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합작했고 한국인으로서 처음으로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에 진출했다.
스페인 무대에서 주전경쟁에 밀려 국내로 돌아왔으나 그 뒤에도 퇴출되기 전까지 맹활약이 이어졌다.
◇ "대표팀 욕심 없다면 거짓말" = 이천수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하고 싶다는 욕심을 애써 감추지는 않았다.
그는 "개인훈련 때 몸을 혹사한 것 이상으로 뼈를 깎는 고통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언론기사를 보면 부정적인 뉘앙스가 많다"며 "일단 목표를 크게 잡고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천수는 2011년 오미야에서 뛰던 시절에 조광래호 발탁설이 돌기도 했다.
그는 소속구단인 인천에서 제 역할을 하는 게 우선이지만 2014년이 다가올 때 대표팀 사정에 관련한 질문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