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만·정근우·최정, 형님들이 끝냈다!

입력 2013.04.09 (22:31)

수정 2013.04.09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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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형님들이 책임졌다.

프로야구 SK가 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홈경기에서 왼손 선발 크리스 세든의 호투와 박진만(37)·정근우(31)·최정(26)의 활약을 앞세워 2-0으로 승리했다.

삼진 9개를 곁들여 8이닝을 5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세든의 안정적인 투구도 돋보였지만 SK에 더 반가운 것은 주축 타자들의 부활이었다.

SK 타선은 경기 초반 넥센의 2년차 외국인 왼손 투수 밴 헤켄을 상대로 고전했다.

지난해보다 구속을 끌어올린 헤켄은 시속 130㎞ 초반에서 140㎞ 후반까지 직구 구속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며 SK 타자들의 타이밍을 훔쳤다.

헤켄이 좌우 코너를 폭넓게 활용하는 정확한 제구력을 바탕으로 193㎝의 큰 키에서 내려꽂는 서클 체인지업까지 구사하자 SK 타자들은 계속해서 범타로 물러났다.

특히 이명기, 한동민, 김도현 등 SK의 어린 타자들은 공격적인 성향이 강해 완급 조절 능력이 뛰어난 헤켄에게는 손쉬운 먹잇감이었다.

4회까지 3안타 무득점으로 침묵한 SK 타선을 깨운 것은 고참급 선수들이었다.

5회 선두타자로 나서 우중간 안타로 포문을 연 박진만은 이어진 희생번트와 2루수 땅볼을 틈타 3루까지 진루한 뒤 정근우의 1타점 좌전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1-0으로 앞선 8회 2사에서는 최정이 넥센의 두 번째 투수 이보근의 3구째 142㎞ 직구를 그대로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홈런으로 연결했다.

최정의 마수걸이 홈런포. 비거리는 120m에 달했다.

SK는 9회에 등판한 송은범이 1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경기를 마무리했다. 3연승을 내달린 SK는 3승3패로 승률 5할 고지에 도달했다.

SK는 올 시즌 신구조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희망보다는 우려가 컸다.

신인 선수들만 펄펄 날았을 뿐 이들을 이끌어줘야 할 고참급 선수들이 집단 부진에 빠져서다.

SK는 시범경기 막판부터 4번 타자로 최정을 낙점했으나 개막 세 경기 만에 다시 3번 타자로 돌려보냈다.

4번에는 대졸 2년차 신예 한동민을 앉혔다. 극심한 슬럼프에 빠진 베테랑 박정권은 아예 2군으로 내려갔다.

개막전에서 8안타를 친 타선은 이후 2경기에서 각각 5안타, 4안타로 묶였다.

최정을 제외한 팀 내 중간 고참급인 정근우, 박재상, 김강민이 주축 타자로서의 역할은커녕 공격의 흐름을 맥없이 끊었기 때문이다.

결국 SK는 개막 3연패에 빠졌고 다음 경기인 3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김경근, 조성우, 박승욱 등 신인급 선수들이 대거 기용됐다.

SK는 역설적이게도 이름값이 떨어지는 신진급 선수들의 활약을 앞세워 잘 나가던 두산을 상대로 2연승을 거두며 살아났다.

신인 선수들이 활약할수록 기존 선수들의 얼굴은 어두워져 갔다.

이날 경기에서도 SK는 이명기(2번), 한동민(4번), 조성우(5번), 김도현(6번) 등 신인 선수들을 4명이나 선발 라인업에 포진시켰다.

하지만 신인 선수들이 헤켄의 노련한 투구에 침묵하고 있을 때 팀을 구한 것은 결국 지금까지 SK를 지탱한 '형님'들이었다.

특히 박진만, 정근우, 최정은 이날 SK가 뽑은 득점에 모두 관여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포수 조인성도 안타는 기록하지 못했으나 세든과 찰떡궁합을 이루며 넥센 타선을 잘 틀어막았다.

기존 선수들이 살아나자 이만수 SK 감독의 얼굴에도 화색이 돌았다.

이 감독은 경기 후 "조인성이 완급 조절을 잘 이끌어줬다"면서 "기존 선수들이 살아나는 것 같다"며 반가워했다.

쐐기 홈런을 쏘아 올린 최정은 "최근에 타격감이 안 좋아서 고민했는데, 벤치에서 가볍게 치라는 주문이 주효한 것 같다"면서 "마지막 타석에서 홈런을 때린 이 타격감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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