헹가래 세 번 받은 유재학 “눈물은 참았다”

입력 2013.04.17 (22:11)

수정 2013.04.17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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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안 나왔다고 해서 헹가래를 세 번씩 받았네요."

'만수' 유재학(50·모비스) 감독이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았다.

유 감독은 17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2-2013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서울 SK를 77-55로 물리치고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이 우승으로 유 감독은 챔피언결정전에서 세 차례 우승을 차지, 신선우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전무이사와 전창진 부산 KT 감독과 함께 최다 우승 타이기록을 세웠다.

또 '수가 만 가지'라는 뜻에서 붙은 별칭 '만수'에서 보듯 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명장으로 우뚝 섰다.

사진 촬영 편의 때문에 헹가래를 세 번 받았지만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보여준 그의 지도력은 축하 세리머니를 세 번 받고도 남을 정도로 탁월했다.

SK와 비슷한 전력이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을 쓴 유 감독의 지략에 올해 챔피언결정전은 4-0이라는 일방적인 게임으로 막을 내렸다.

유 감독은 "정규리그부터 따져 20연승이라는 대단한 기록을 세웠다"며 "나도 믿기지 않을 정도"라고 기쁨을 표현했다.

그는 "큰일을 해낸 선수들이 대단하다. 양동근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우승의 공을 선수들에 돌렸다.

챔피언결정전 3회 우승에 대해서는 "매우 영광스럽다"며 "앞선 두 차례 우승보다 이번에 더 부담이 컸다"고 털어놨다.

2006-2007시즌과 2009-2010시즌에는 우승까지 할 전력이 아니었다고 밝힌 유 감독은 "이번에 우승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을 해놨기 때문에 만일 우승을 못하면 감독 책임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임근배 코치와 양동근에게 각별한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1999-2000시즌 신세기 시절부터 감독과 코치로 호흡을 맞춘 임근배 코치는 이번 시즌 도중 가족들이 있는 캐나다로 떠났다. 아픈 아내를 돌보기 위해서였다.

유 감독은 "이 자리에 함께 있으면 좋았겠지만 서로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하고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또 양동근에 대해서는 "코트 안팎에서 제 몫을 100% 하는 위대한 선수"라고 칭찬했다.

시즌을 치르면서 가장 큰 고비로는 정규리그 2라운드를 들었다. 유 감독은 "1라운드에서 6승3패를 하고 2라운드는 5승4패를 기록했다"고 회상하며 "외국인 선수 교체 시기와 겹치면서 자칫하면 중하위권으로 밀릴 뻔했지만 오히려 거기서 연승을 타 위기를 벗어났다"고 말했다.

또 이번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문태영을 팀에 적응시키는 과정도 힘들었던 순간으로 꼽았다.

그는 "문태영이라는 기량이 탁월한 선수를 영입했기 때문에 감독으로서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며 "수비가 약하고 집중력이 순간적으로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느라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상대였던 문경은 SK 감독에게는 "굉장히 잘한 시즌"이라고 위로했다.

유 감독은 챔피언결정전이 열리기 전에 문 감독을 만났던 일화를 전하며 "팀 체질을 바꿔놨고 정규리그도 대단히 잘했지만 한 번에 너무 많은 것을 얻으려 하지는 말라고 말해줬다"고 소개했다.

그는 벌써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었다.

"오늘 아침에 함지훈의 다음 시즌 활용법에 대해 고민했다"는 유 감독은 "공격에서 함지훈이 살아나야 돌파구가 열린다"며 함지훈의 활동 반경을 골밑에 국한하지 않고 넓게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우승 직후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는 그는 "당분간 아무 생각 없이 푹 쉬고 싶다. 가족들도 보고 싶다"며 힘들었던 한 시즌을 마친 소회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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