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강명구 “뛸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아”

입력 2013.07.27 (18:05)

수정 2013.07.27 (22:24)

9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이승엽도 아니고, 네 경기 연달아 홈런포를 쏘아 올린 최형우도 아니었다.

26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홈 3연전 첫 경기에서 지긋지긋했던 상대 전적 5연패를 벗어난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류중일 감독은 수훈갑으로 강명구를 꼽았다.

류 감독은 이날 경기가 끝나고 "오늘 최우수선수(MVP)는 강명구"라고 단언했다.

삼성은 이승엽의 2점포와 최형우의 3점포를 묶어 13-7로 넥센에 승리했다.

대포 두 방으로 점수 차를 확 벌린 것도 좋았지만 결정적일 때 상대의 추격을 따돌린 강명구의 활약도 컸다.

강명구는 주전 조동찬과 백업 내야수 김태완까지 부상으로 팀에서 빠지자 25일 대구 NC전에 이어 이날까지 이틀을 선발 출전했다.

이날 7번 타자 2루수로 그라운드에 나선 강명구는 5타수 1안타에 타점과 득점을 하나씩 뽑았다.

첫 두 타석에서 범타로 물러난 강명구는 팀이 6-5로 쫓기던 5회 앞선 타자 박석민의 병살타로 만들어진 2사 3루에서 세 번째 타석에 섰다.

늘 대주자로만 그라운드에 서 왔기에 강명구에게 안타를 기대하는 이는 별로 없었고, 그것으로 달아날 기회를 잃는 줄만 알았다.

그런데 강명구는 넥센의 베테랑 투수 송신영을 맞아 우중간을 가르는 1타점 적시타를 쳐 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후속 이지영의 타석 때는 송신영의 눈을 피해 두 차례나 도루에 성공, 단숨에 3루를 밟았다.

강명구의 도루에 혼이 나간 넥센 배터리는 이지영을 볼넷으로 내보내더니 김상수에게 좌중간 안타를 내주고 강명구에게 홈을 허락했다.

류 감독은 27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넥센과의 두 번째 경기를 앞두고 "강명구의 안타 확률은 10%도 안 됐다"며 "하지만 강명구의 적시타로 한 점씩 도망갈 수 있었고, 그런 의미에서 MVP로 꼽았던 것"이라며 재차 칭찬했다.

강명구는 "박석민이 병살타를 친 상황에서 내가 점수를 내면 팀도 한숨 돌리겠구나 생각하면서 집중했었다"고 전날 경기를 돌아봤다.

더불어 "10개월 된 딸을 키우느라 아내가 한 번도 경기장에 오지 못했었는데 어제는 늘 앉던 자리에 앉아 있더라"며 가족 앞에서 활약했다는 사실에 자부심도 느꼈다.

최근 두 경기에서 선발로 출전했지만 언제 불려나갈지 모르는 대주자가 그의 본분이기에 매 경기 강명구가 느끼는 긴장감은 언제나 크다.

그는 "컨디션 조절 같은 건 따로 하지 않는다"며 "매일 경기에 나간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주자라고 해서 서운하지는 않다"며 "그라운드에서 뛸 수 있는 것만 해도 어딘가"라며 미소를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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