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잡았다” 거짓말에 힘낸 여자 조정팀

입력 2013.08.28 (15:24)

수정 2013.08.2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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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따라잡았으니 힘내'라고 거짓말했죠. (웃음)"(김명신)

"언니, 그게 거짓말이었어요? 저는 정말인 줄 알고 더 힘을 냈는데!" (정혜원)

2013 충주 세계 조정선수권대회에서 파이널A(결승)에 진출하겠다며 1년 전부터 호흡을 맞춰 온 4명의 한국 낭자들이 꿈에도 그리던 목표를 달성하고 활짝 웃었다.

이들은 내친김에 메달까지 노리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명신(29·화천군청/사진 오른쪽), 김솔지(24·포항시청/사진 왼쪽), 박연희(21), 정혜원(19·이상 한국체대)으로 꾸려진 여자 경량급 쿼드러플스컬(LW4X) 대표팀은 28일 충주 탄금호 국제조정경기장에서 열린 2013 충주 세계조정선수권대회 패자부활전 2위(6분45초65)로 파이널A에 진출했다.

이 경기에서 한국은 베트남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접전을 벌였다.

한국은 1,500m지점까지 베트남에 약 10m 뒤처졌다. 역전하기 쉽지 않은 거리였다.

꾸준히 스퍼트를 올려 간격을 좁힌 한국은 결승선 코앞서 베트남과 엎치락뒤치락하다 마침내 결승선을 통과했다. 육안으로는 승부를 가리기 어려울 정도의 접전이었다.

곧 전광판에 한국의 순위가 2위로 표시됐다. 베트남보다 0.28초 빨랐다. 한국의 조정세계선수권대회 사상 첫 파이널A 진출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배의 맨 앞쪽에 앉는 맏언니 김명신은 경기 후 비밀을 털어놨다.

베트남에 큰 간격으로 뒤처져 있을 때부터 "다 따라잡았다"는 선의의 거짓말로 동생들이 힘을 내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추월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뒤처진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조금만 더 힘을 내면 따라잡을 수 있다"며 동기를 부여, 기적같은 역전을 일궈낸 것이다.

조정에서 노를 젓는 선수들은 모두 결승선을 등지고 있어 앞선 팀과의 간격을 확인하기 어렵다.

보통 맨 앞쪽(바우)에 앉는 선수가 주장을 맡아 앞 팀과의 간격을 곁눈질로 확인하고 작전을 지시한다.

맏언니의 고백을 들은 선수들은 "거짓말이었느냐"며 짐짓 놀라는 기색을 나타냈다.

그러나 곧 "언니의 그 말을 듣고 많이 힘을 내서 베트남을 따라잡았다"며 "결승에서도 속을 테니 또 거짓말을 해달라"며 웃었다.

대표팀은 경기 막판에 들려온 관중의 응원에 큰 힘을 냈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대회의 관중석은 결승선 근처에 설치돼 있다.

김명신은 "베트남과 접전이 벌어진 막판에 한국말로 응원이 들려와 더 힘을 냈다"며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만족스러운 성적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자리를 지켜주는 관중께 고맙다"고 덧붙였다.

한국 조정 선수 중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 파이널A에 진출하는 1차 목표를 달성했지만 선수들은 더 큰 욕심도 감추지 않았다.

김솔지는 "1년 동안 대회를 준비하면서 메달을 따는 꿈을 꾸곤 했다"며 "오늘 성적에 만족하지 않고 더 좋은 성적까지 노려 보겠다"며 메달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대표팀의 결승전은 30일 오후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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