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속한 방망이’ 삼성, 허탈·충격의 2연패

입력 2013.10.25 (23:49)

수정 2013.10.25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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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겨야 한다는 부담에 너무 쫓긴 것일까. 스산한 찬바람에 방망이와 마음마저 얼어붙은 것일까.

'디펜딩 챔피언' 삼성 라이온즈가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에서 좀처럼 터지지 않는 방망이 탓에 안방에서 치른 1∼2차전을 모두 두산 베어스에 내주고 충격에 휩싸였다.

삼성은 25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KS 2차전에서 마무리 오승환이 1-1로 맞선 연장 13회 오재일에게 통한의 결승 솔로포를 허용한 뒤 구원 심창민마저 와르르 무너져 1-5로 패했다.

전날 산발 6안타 빈타 속에 2-7로 무릎 꿇은 삼성은 총력전을 편 2차전마저 패해 사상 첫 3년 연속 정규리그·한국시리즈 통합 우승 도전에서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이날 1회, 5회, 7회, 8회, 연장 10회, 연장 11회, 연장 13회 등 7차례 득점권 찬스에서 불과 1득점에 그친 야속한 방망이가 결정적인 패인이다.

볼넷을 10개나 얻었지만 안타 7개가 모두 단타여서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특히 한 방을 기대한 이승엽이 범타로 두 차례나 중요한 기회를 놓치자 삼성은 할 말을 잃었다.

삼성은 0-1로 뒤진 8회 두산 구원 투수 홍상삼의 제구 난조를 틈 타 대량 득점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의욕이 앞선 나머지 스스로 흔들린 홍상삼을 끈질기게 몰아붙이지 못하고 성급하게 방망이를 돌려 기회를 그르쳤다.

8회 무사 1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삼성 박석민은 볼 카운트 2볼 0스트라이크의 유리한 상황에서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으로 멀리 빠진 시속 145㎞짜리 직구를 보지도 않고 헛스윙했다.

나오자마자 정형식에게 볼넷을 준 홍상삼은 직구를 제대로 포수 미트에 꽂지 못하자 얼굴이 사색이 됐다.

던질 공이 직구밖에 없는 상황에서 제구가 안 되자 그야말로 홍상삼은 어쩔 줄을 몰랐으나 삼성 타자들이 도와줬다.

박석민은 풀 카운트에서 또 낮은 볼을 건드렸으나 다행히 코스가 좋아 내야 안타를 만들면서 무사 1,2루 다리를 놓았다.

병살을 위해 2루로 치우친 두산 내야수 오재원이 우익수 앞으로 굴러가는 타구를 열심히 쫓아 걷어냈으나 박석민의 발이 더 빨랐다.

절호의 찬스에서 최형우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러나 최형우는 볼 카운트 1볼 2스트라이크에서 얼굴 높이로 들어온 직구에 어이없게 헛스윙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동점타를 치겠다는 욕심에 말도 안 되는 볼에 방망이를 내밀었다.

그는 결국 바깥쪽에 어정쩡하게 떨어진 포크볼에 헛스윙 삼진을 당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왔다.

채태인이 부러진 방망이로 우익수 앞으로 타구를 굴려 천금 같은 동점 적시타를 날렸으나 이승엽과 김태완이 바뀐 구원 데릭 핸킨스에게 범타로 막힌 바람에 삼성은 겨우 동점을 이룬 것에 만족해야 했다.

답답한 공격의 절정은 연장 10회말이었다.

선두 정형식의 볼넷에 이은 2루 도루, 박석민의 보내기 번트로 삼성은 1사 3루 끝내기 기회를 얻었다.

5번째 구원 투수 윤명준이 최형우를 볼넷으로 거른 뒤 대주자 강명구에게 2루 도루를 내주자 두산은 채태인마저 볼넷을 주고 만루 작전을 택했다.

다음 타자 이승엽이 지루한 승부를 끝낼 것이라는 삼성 팬들의 열망이 엄청난 환호성으로 바뀔 무렵, 이승엽은 힘없는 2루 땅볼로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했다.

홈에서 3루 주자가 포스 아웃되면서 맞은 2사 만루에서 삼성은 대타 우동균 카드를 밀어붙였으나 유격수 뜬공으로 잡히면서 허탈감마저 안겼다.

또다시 두산의 거르기 작전으로 잡은 연장 11회 2사 만루 상황은 최형우 대신 들어간 대주자 전문 강명구에게 타석이 돌아가는 바람에 또 찬스를 놓치는 등 운도 삼성을 외면했다.

활로를 뚫어야 할 첨병 배영섭이 이날 5타수 무안타 포함 이틀간 8타수 무안타, 6번에서 부담 없이 시원한 스윙을 바란 이승엽이 2차전 5타수 무안타 포함 이번 시리즈에서 9타수 1안타에 묶이면서 삼성의 득점력은 곤두박질 쳤다.

경기를 치를수록 노림수가 더 좋아지는 두산의 지뢰밭 타선을 화력 대결에서 이기지 못한다면 삼성의 우승 목표는 그만큼 멀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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