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일, 오승환·삼성 울린 한방 “이게 뭐지?”

입력 2013.10.26 (07:26)

수정 2013.10.26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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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일(두산)이 당대 최고 마무리 투수 오승환(삼성)의 직구를 통타해 대구구장의 우측 펜스를 무너뜨렸다.

뚝심의 두산 베어스가 올해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에서 선보이는 기적의 레이스는 매일 또 다른 스타를 구경하는 재미를 준다.

25일의 스타는 왼손 거포 오재일이었다.

오재일은 25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1-1로 팽팽히 맞선 연장 13회 오승환의 복판에 몰린 직구(시속 151㎞)를 잡아당겨 우측 스탠드에 떨어지는 결승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끝판대장' 오승환을 경기 끝나기 전 마운드에서 끌어내린 두산은 곧이어 삼성 구원 심창민을 두들겨 3점을 보태며 5-1로 승리하고 대구에서 2승을 쓸어담았다.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2승을 남긴 오재일의 한 방은 바로 앞의 타자 김현수 덕분이다.

9회 1사 1루에서 삼성 최후의 보루로서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6타자 연속 탈삼진을 기록하며 연장 12회까지 완벽한 투구를 이어갔다.

그러나 투구수가 문제였다.

이미 40개를 훌쩍 넘긴 오승환은 연장 13회 김현수와의 대결부터 부쩍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난 공을 뿌렸다.

구속은 시속 153㎞까지 찍혔으나 이미 오승환의 돌 직구를 이날 한 차례 경험한 김현수가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스트라이크는 파울로 걷어내고, 볼은 골라 9구까지 가는 접전을 벌인 끝에 김현수는 2루수 땅볼로 잡혔다.

오승환의 힘을 빠질 대로 빠졌고, 오재일이 곧바로 득을 봤다.

오재일은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던진 오승환의 초구 직구를 맘껏 끌어당겨 우측 펜스를 향해 날아가는 포물선을 그렸다.

오승환을 목이 터져라 응원하던 대구구장의 함성은 순식간에 잠잠해졌다.

이에 반해 두산 벤치는 환호성으로 뒤덮였고, 이날 던진 53번째 공을 홈런으로 허용한 오승환은 고개를 떨어뜨렸다.

두산은 LG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터진 최준석의 대포를 시작으로 전날 한국시리즈 1차전(김현수·손시헌 솔로포), 이날 2차전까지 3경기 연속 결정적인 홈런을 발판삼아 포스트시즌 4연승을 달렸다.

올해 정규리그에서 타율 0.299, 홈런 3방을 친 오재일은 한국시리즈에서 선발 1루 자리를 최준석에게 양보하고 삼성 사이드암 신용운, 심창민을 상대하기 위한 대타 요원으로 벤치를 덥히고 있다.

그러나 이날은 삼성의 셋업맨이 아닌 수호신 오승환에게 일격을 가해 연장 접전에 마침표를 찍고 최우수선수(MVP)로 뽑혀 상금 100만원과 100만원 상당의 호텔 숙박권을 받았다.

오재일은 "연장 10회 첫 타석에서 오승환에게 삼진을 당해 다음 타석에 들어가면 직구를 노려야겠다 생각했다"고 타석에 선 당시를 더듬었다.

이어 "잘 맞긴 했는데 타구 날아가는 거 보고 아무 생각이 안났다"며 "'진짜 내가 홈런을 친건가' 믿어지지 않았고 '이게 뭐지'하는 멍한 느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김현수에게 타격할 때 손가락에 전달되는 충격을 줄여주는 골무를 사용하지 말 것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덕분인지 김현수는 전날 1차전에서 개인 통산 한국시리즈 첫 홈런을 터뜨리고 승리에 앞장섰다.

오재일은 "올 시즌 골무를 빼고 방망이를 치니 느낌이 괜찮아서 김현수에게 권유했다"고 설명했다.

벤치 워머로 더그아웃에 머물다 보니 타격감각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다던 오재일은 "좋은 공을 골라내고자 자세도 낮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이동일인 26일에도 서울 잠실구장에서 자율훈련을 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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