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왕 타이틀을 놓치고 소속팀을 챔피언 자리에 올려놓는 데에도 실패했지만 김신욱(25)이 결국 올시즌 K리그 최고의 별로 인정받았다.
김신욱은 3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3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총 113표 가운데 90표를 얻어 클래식(1부 리그) MVP로 선정됐다.
김신욱은 행사 뒤 기자회견에서 "이 상을 받을 자격에 아직 못미친다고 생각한다"면서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신욱은 올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굴곡진 시즌을 보냈다.
울산 '철퇴축구'의 핵심인 그는 시즌 초반부터 연일 상대팀 골문을 맹폭하며 득점 랭킹 선두권을 달렸다.
이 활약을 바탕으로 홍명보 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았지만 8월 페루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낙마했다.
이후 8경기에서 단 1골에 그치며 차갑게 식는 듯했던 그의 득점포는 10월 20일 FC서울전부터 재가동돼 3경기 연속골을 쐈다.
대표팀에도 복귀해 러시아전에서 골맛을 보며 '홍명보호'의 원톱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정규리그에서는 38라운드까지 19골을 채워 득점왕 자리를 예약하는 듯했다.
그러나 그의 축구인생에서 최악의 1주일이 시작됐다.
39라운드 경기에서 옐로카드를 받아 경고 누적으로 포항과의 '결승' 최종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는 포항이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결승골로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것을 구경만 해야하는 처지가 됐다.
같은 시각 열린 서울과 전북 현대의 경기에서는 데얀이 19번째 골을 넣어 득점왕에 올랐다.
김신욱은 데얀과 득점 수는 같았지만 경기당 득점(데얀 0.66점·김신욱 0.53점)에서 밀렸다.
김신욱은 유난히 굴곡졌던 올시즌 최악의 순간으로 "포항전에서 막판 골을 내주고 동료 선수들이 좌절한 표정을 지었을 때"를 꼽았다.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냐고 묻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대표팀 재승선이나 이날 MVP 수상을 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꼽지 않았다. "골 맛을 본 모든 경기가 최고의 순간이었다"며 '골잡이'다운 면모를 보였다.
김신욱은 원래 수비수 출신이다. 울산에 입단한 뒤 김호곤 감독의 조언에 따라 공격수로 전향했다. 공격수들이 줄부상을 당해 임시방편으로 최전방에 선 게 계기였다.
그는 "처음에는 헤딩으로 뒤로 넘겨주자는 생각만 했다. 그다음에는 우리 선수들에게 공을 넘겨주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골도 들어갔다. 여러가지를 배우다 보니 욕심이 생겼고 노력하니 발전했다"며 공격수로 뛴 지난 5년을 돌이켰다.
이어 "앞으로도 숙제가 많다"면서 나란히 앉은 공격수 출신 황선홍 포항 감독을 바라보며 "황 감독님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수가 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황 감독은 "김신욱은 우리 선수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선수"라고 치켜세운 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좋은 활약을 기대한다"고 덕담했다.
황 감독은 "모든 감독이 김신욱 때문에 고민이 많다. 어떤 감독은 신욱이가 대체 언제 해외 진출을 하는 거냐고 농담도 하더라"라고 말해 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