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에 저항하는 '바나나 연대'를 촉발한 축구스타 다니 아우베스(31·바르셀로나)의 행동이 일부 기획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폭발적인 반향의 극적인 요소는 줄었다.
그러나 무겁게만 느껴지던 인종차별 주제가 이번처럼 가볍고 유쾌하게 지구촌에 확산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로 주목된다.
30일(한국시간) 스페인 언론에 따르면 브라질 출신인 아우베스와 네이마르는 마케팅, 광고 전문가와 함께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을 촉발할 방안을 연구했다.
그 첫 걸음이 지난 28일 아우베스가 비야레알과의 스페인 프로축구 원정경기에서 보인 독특한 대응이었다.
아우베스는 남미나 아프리카, 아시아 선수들을 원숭이로 비하하려고 투척된 바나나를 발견하자 그 자리에서 태연하게 집어먹었다.
바나나가 날아들면 먹자고 미리 약속한 만큼 계획대로 실행한 퍼포먼스였다.
프리메라리가 사무국, 유럽축구연맹, 국제축구연맹 등에 진정해 상대 구단과 관중에 대한 제재를 유도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퍼포먼스로 대처하기로 한 것은 선언, 엄포, 제재가 통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했기 때문이었다.
아우베스는 "스페인에 건너온 지 11년이 됐으나 지금도 똑같다"며 "농담처럼 받아들이고 비웃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인종차별에 대한 익살스러운 비웃음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는 이번 캠페인의 두드러지는 색깔이다.
캠페인 기획에 참여한 광고 전문가 구가 케처는 이날 스페인 AS와의 인터뷰에서 "말보다 행동의 파급력이 크다"고 강조했다.
케처는 "편견을 바탕으로 하는 악습을 근절할 방안은 가해자가 노리는 피해자의 아픔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척된 바나나를 바로 먹어치우고 더 선전한 아우베스의 모습에서 인종주의자들이 원하는 모욕감이나 불안은 노출되지 않았다.
익살스럽기까지 한 그의 메시지는 세계 공통언어로 통하는 축구와 결부돼 인터넷을 타고 삽시간에 지구촌에 확산했다.
축구 선수와 행정가, 연예인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총리 같은 정치인, 심지어 가톨릭 교회의 수장인 교황까지도 연대에 동참했다.
세계 축구계는 2000년대에 들어 인종차별이 기승을 부리자 제재를 강화하거나 결의, 선언문을 내는 방식으로 대처해왔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작년에 인종차별 금지 조항을 정관에 넣고 인종차별에 연루된 구단에 승점 삭감, 강등, 리그 퇴출 등 중징계를 내릴 수 있게 했다.
각 리그나 대륙연맹, FIFA는 경기장에서 인종차별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성명을 통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선언, 엄포, 제재는 아우베스의 하소연에서 보듯이 악성 팬의 관성까지 자제시키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인종차별에 대한 유쾌한 비웃음으로 차별 행위의 의미를 없애는 이번 캠페인은 어느 수준까지 효과를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축구장 인종차별은 유럽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종종 문제로 불거지곤 했다.
국내 K리그의 한 선수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를 앞두고 SNS에 상대 흑인 선수를 비하하는 듯한 글을 올렸다가 곤욕을 치렀다.
다른 한 국가대표는 한일전에서 골을 넣고서 카메라 앞에서 원숭이 표정을 짓다가 양국 팬들의 십자포화를 맞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