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군 장교 성희롱, 4년 전에 조치했더라면…

지난 4월 여성 장교를 성희롱해 보직해임된 부대장(A 소령)이, 4년 전에도 당시 부하 여군 심모 중위를 성희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심모 중위는 괴로움에 못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4년 전 피해여성이 자살했음에도 A소령은 또다시 부하 여군 장교를 성희롱한 것이다. 국방부는 당시 A 소령이 자살한 여군을 성희롱하는 등 성군기를 위반한 사실을 적발했지만 처벌은 ‘구두 경고’에 그쳤던 사실도 확인됐다.

오늘(13일) 권익위원회는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2010년 강원도 모 사단 근무 중 자살한 심모 중위 사망사건을 전면 재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인천 한 부대에서 여군 장교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일삼은 A 소령이 4년 전에도 심모 중위를 성희롱했고, 당시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심 중위의 죽음이 A 소령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권익위의 판단이다.

지난 2010년 3월20일 화천 전방부대에서 근무하던 심 중위는 오후 1시30분경 인근 야산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군 당국이 수사에 나섰지만 일주일 뒤 ‘천안함 피격사건’이 발생하면서 여군 중위 자살 사건은 세상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역시 전방에서 근무하다 임신 중 과로로 숨진 이신애 대위 순직 사건을 계기로 심중위 유족이 권익위에 진정서를 냈고, 권익위가 이를 받아들여 재조사한 끝에 A 소령이 심 중위를 상대로 성희롱 등 성군기 위반행위를 했다는 사실을 적발한 것이다. 권익위는 지난 5월 진정서를 접수한 뒤 A 소령이 4월 인천에서 성추행 혐의로 보직해임된 사실을 확인하고 심 중위 사건을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권익위에 따르면, 군 당국은 그해 7월 내부 제보와 자체 감찰을 통해 A 소령이 심 중위를 비롯한 여군을 지속적으로 성희롱한 사실을 확인했지만 ‘구두 경고’를 주는 선에서 사건을 종결했다. 게다가 국방부는 심 중위 자살을 ‘남녀 간의 애정 문제 탓’이라고 결론 내리고, 지난해 A 소령을 중령 진급 예정자로 발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권익위는 재조사를 통해 A 소령의 성희롱이 심 중위 사망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확인되면 심 중위에 대한 순직 인정을 국방부에 권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