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특별보고관은 9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가 공개한 중앙정보국(CIA)의 테러용의자 고문 실태 보고서와 관련, "미국은 국제법에 따라 고문에 책임 있는 CIA 및 정부 관리들을 기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벤 에머슨 유엔 대테러·인권 특별보고관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과거 부시 행정부의 고위층이 지휘한 정책에 따라 조직적 범죄와 국제 인권법에 대한 엄청난 침해가 발생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에머슨 특별보고관은 "이제는 행동해야 할 때"이라면서 "오늘 보고서에서 드러난 범죄 모의 책임자들은 재판에 회부돼 그 범죄의 위중함에 상응하는 형사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보고서에서 드러난 정책들이 미국 정부 고위층에게서 승인을 받았다는 사실은 일절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이라며 "형사적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필요성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법은 고문 행위에 연루된 공직자들을 면책해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면서 "이는 고문 가해자는 물론 이런 범죄를 입안, 계획, 승인한 미국 정부 내 고위 관리들에게도 적용된다"고 못박았다.
또 유엔 고문방지협약 등을 거론, "유엔 회원국은 고문과 강제실종 사건에서 유죄판결을 예상케 하는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경우, 이를 기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부의 지시에 의해 행동한 것이라는 주장은 변명이 되지 않는다"면서 "고문을 한 CIA 요원들은 따라서 자신들의 행동에 따른 형사책임을 감내해야 하지 '상부의 허가' 뒤에 숨을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가장 무거운 처벌은 이 같은 범죄의 계획과 허용에 가장 깊숙이(seriously) 관련된 사람들에게 내려져야 한다"면서 "(고문) 프로그램에 연루된 사실을 시인한 '부시 행정부'의 관리들은 기소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에머슨 특별보고관은 고문 가해자는 어느 나라에 있든 기소될 수 있다면서도 "이들을 기소하는 1차 책임은 미국 법무부와 법무장관에게 있다"고 언급, 에릭 홀더 법무장관이 전임 정부의 관련자를 직접 기소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