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 보고서’ 계기로 미 의회의 CIA 견제 기능 주목

입력 2014.12.12 (02:11)

수정 2014.12.12 (16:17)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의 중앙정보국(CIA) 테러 용의자 고문보고서 공개를 계기로 행정부, 특히 정보기관에 대한 미 의회의 감시·견제 기능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외 첩보수집이나 작전 등을 비밀리에 수행하고 그 활동상이 대외적으로 거의 드러나지 않는 업무 특성으로 말미암아 정보기관에 대한 내부 감시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기구가 바로 미 의회이기 때문이다.

미 상원 정보위가 아니었다면 CIA가 그동안 자행한 잔혹한 고문 실태도 그대로 묻힐 뻔했다.

세계 선진국 가운데 미국만큼 의회 권한이 강한 나라도 드물다. 미 헌법은 제1조에 입법부, 제2조에 행정부, 제3조에 사법부에 관한 기능과 권한을 각각 규정함으로써 의회가 3권분립의 정점에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특히 미 의회의 권한이 막강한 이유 중 하나는 우리나라 국회와 달리 예산편성 및 심의권을 의회가 갖고 있다는 점이다. 행정부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위치에서 예산을 지렛대 삼아 의회가 대통령의 권한과 행정부의 '독주'를 견제하는 것이다.

상·하원 정보위도 CIA를 비롯한 각종 정보기관의 예산을 훤히 들여다보고 이를 토대로 내부 활동상을 상당 정도 파악하기 때문에 정보기관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이다.

정보기관에 대한 각종 청문회 등도 정보기관을 견제하는 하나의 효율적 수단이다.

이번 CIA의 고문실태 조사도 미 상원이 2009년 3월 조사위원회를 꾸리면서 시작됐다.

테러 용의자에 대한 고문장면이 담긴 비디오테이프 파괴 논란과 관련한 자료 및 정보 공개를 요구했으나 CIA가 계속 거부하자 의회 차원에서 정식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의회 소식통은 11일(현지시간) "CIA 고문보고서 공개를 강행한 상원 정보위를 필두로 미 의회가 강한 것은 의회에 부여된 행정부 견제 권한을 있는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CIA 고문보고서 공개와 관련해선 5선이자 미 의회 최고령 여성 의원인 81세의 다이앤 파인스타인(민주·캘리포니아) 상원 정보위원장의 '소신'과 '뚝심' 덕분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폴란드계 유대인인 파인스타인 위원장은 지난 5년간 정보위원장을 맡으면서 조사위 구성부터 발표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진두에서 지휘했다.

CIA의 끝없는 방해공작과 심지어 오바마 행정부의 핵심 인물인 존 케리 국무장관의 발표 연기 압박에도 CIA 고문보고서 공개를 강행했다.

발표 연기 시 내년 1월 새 의회에서 다수당이 되는 공화당이 아예 CIA 고문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을 염려한 것이다.

파인스타인 위원장이 과감하게 공개 결정을 한데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원 사격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파인스타인 위원장은 9일 CIA 고문보고서를 발표하면서 "CIA의 고문이 미국의 가치와 역사에 오점을 남겼다"면서 "불편한 진실을 직면해야 역사의 평가를 받을 때 떳떳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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