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고문에 협력했나? 영국·폴란드에 ‘불똥’

입력 2014.12.10 (09:27)

수정 2014.12.10 (18:54)

미국 상원이 9일(현지시간) 내놓은 '미 중앙정보국(CIA) 테러용의자 고문실태 보고서'의 파장이 영국과 폴란드 등 유럽으로도 번지고 있다.

보고서가 공개되자 미국의 최우방 영국에선 체포 테러 용의자를 비밀리에 제3국으로 이송하는 CIA의 '범인 인도'(Rendition) 프로그램에 자국이 협력했으며, 이 과정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텔레그래프 등이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정보기관 소식통을 인용해 토니 블레어 전 총리와 잭 스트로 전 외무장관이 CIA의 비밀 작전을 대외정보부(MI6)로부터 매 순간 보고받았으며 구체적인 사항까지 모두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리처드 디어러브 당시 MI6 국장이 (고문과 범인 인도에 대해) 블레어 총리에게 항상 보고했기 때문에 블레어 총리는 이에 대해 분명히 알고 있다"며 "MI6에 개입하지 말 것을 언제든 지시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국 인디펜던트도 "공개되지 않은 보고서 5천500쪽에는 MI6가 고문에 협력했다는 상세한 내용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같은 날 전했다.

미 상원 보고서는 6천쪽 분량을 500여쪽으로 요약한 것으로 CIA를 도운 국가 관련 내용은 편집됐다.

이에 대해 블레어 전 총리와 스트로 전 장관은 논평을 거부하거나 부인했다.

다만, 디어러브 전 국장은 MI6가 CIA의 범인 인도 프로그램에 협력한 것은 정치적인 결정이었다고 2012년 말한 바 있다.

터키를 방문 중인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이번 보고서에 대한 질문에 "고문은 언제나 잘못된 것"이라며 "고문 등 인권침해는 테러와의 전쟁에 오히려 역효과를 부른다"고 답했다.

폴란드에서도 이번 보고서를 통해 폴란드 정부가 계속 부인해온 자국내 CIA 비밀감옥의 존재가 간접적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보고서는 감옥을 서술하면서 소재지 언급 부분을 검은색으로 지웠지만, 수감자들의 이름과 이송 날짜 등이 유럽인권재판소(ECHR) 등 외부기관이 언급한 폴란드 비밀 감옥 수감자와 일치해 감옥의 존재가 사실상 노출됐다.

특히 폴란드가 9·11 테러를 주도한 칼리드 셰이크 무함마드의 이송을 거부하자 CIA가 거액을 제시하며 폴란드의 마음을 돌렸다는 내용도 보고서에 포함됐다.

현재 CIA는 이에 대한 언급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폴란드 검찰은 자체 조사를 위해서는 보고서 원본이 필요하다며 미국 측에 원본 발송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폴란드 PAP통신이 보도했다.

무함마드는 2003년 3월 CIA 비밀감옥에서 183차례나 물고문을 받았다고 올해 1월 워싱턴포스트(WP) 보도 등에서 언급된 인물이다. 무함마드의 변호인 측은 이날 CIA 보고서 발표 직후 무함마드가 받은 고문의 잔혹성을 언급하며 그에게 사형판결을 내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WP는 1월 보도에서 CIA가 당시 폴란드에 1천500만 달러(약 167억원)를 지급했다고 전했다. WP는 CIA가 태국, 아프가니스탄, 루마니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등지에 비밀 감옥을 만들었다가 폐쇄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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