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울산 모비스는 17일 서울 SK전에서 89-88로 이기기 전까지 시즌 최악의 위기에 놓여 있었다.
4연승을 달리다가 13일 안양 KGC인삼공사전에서 무력하게 67-80으로 패한 게 시작이었다. 이틀 뒤인 15일 고양 오리온스를 상대로는 70-79로 졌다. 시즌 처음으로 연패에 빠진 것이다.
겨우 이틀을 쉬고 나선 다음 경기는 부담스런 SK 원정이었다.
SK에 지면 모비스는 더욱 깊은 부진의 늪으로 빠질 터였고 선두 자리도 SK에 넘겨줄 처지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2위 SK는 19승6패로 모비스의 뒤를 0.5경기 차로 쫓고 있었다.
11월 2일 이후 선두를 놓친 적 없는 모비스로선 여파가 클 법했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17일 SK전에서 결국 필승 카드를 빼들었다.
양동근과 리카르도 라틀리프를 40분 내내 경기장에서 빼지 않은 것이었다.
34살인 양동근은 최근 체력이 부쩍 떨어져 보인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이날 승부를 가른 모비스의 마지막 2점슛을 포함해 19점을 넣으며 맹활약했다.
들쭉날쭉한 컨디션을 보이던 아이라 클라크 대신 골밑을 지킨 라틀리프도 29점, 18리바운드로 살림꾼을 자처했다.
3시즌째 함께 뛰는 양동근과 라틀리프가 나란히 40분을 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 감독은 "라틀리프와 양동근을 모두 쉬게 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그만큼 오늘 경기가 중요했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감독은 연장에 가서는 승리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89-86으로 앞서던 모비스는 경기 종료 버저와 함께 SK 애런 헤인즈에게 2점슛에 이은 추가 자유투 기회까지 내주며 연장 위기에 내몰렸다.
그러나 헤인즈의 자유투가 불발되며 경기를 1점 차 승리로 끝냈다.
유 감독은 "양동근 40분, 라틀리프 40분 뛰고 함지훈이 5반칙 퇴장이니 연장에 갔으면 승산은 거의 없었을 것"이라고 안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