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로농구 선두 울산 모비스의 걱정거리 중 하나는 문태영(37·194㎝)이었다.
모비스는 13일 안양 KGC인삼공사, 15일 고양 오리온스에 연이어 발목 잡히며 시즌 첫 2연패를 당했다. 2위 서울 SK에 0.5경기 차로 쫓겨 선두를 빼앗길 위기에도 처했다.
에이스인 문태영은 인삼공사전에서 15점을 넣고 오리온스전에도 12점을 넣었다. 자신의 한 경기 평균 득점인 17.09점에 다소 미치지 못하지만 크게 눈에 띄는 부진은 아니었다.
다만 판정에 대한 반응이 문제가 됐다.
문태영이 심판이 휘슬을 불어주지 않는다며 예민하게 반응한 탓에 경기를 제대로 풀지 못한다는 게 유재학 모비스 감독의 지적이었다. 최근 진 인삼공사전, 오리온스전에서 문태영의 이런 면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17일 서울 SK전에서는 달랐다.
문태영이 판정에 항의하는 모습은 이날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침착함이 돌아오자 문태영 특유의 해결사 본능도 살아났다.
문태영은 양팀이 시소게임을 거듭하던 4쿼터에만 2점슛 8개를 던져 7개를 성공하며 14점을 몰아쳤다.
이날 24점을 기록한 문태영 덕분에 모비스는 SK에 89-88로 짜릿한 승리를 거두고 1위를 지켰다.
경기 후 인터뷰장에 들어선 문태영은 심판과 싸우다가 최근 페이스를 찾지 못했는데 어떻게 마음을 다스렸느냐는 취재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옅게 미소를 띠고는 "의외로 간단했다"며 "그냥 입을 닫고 열심히 하다 보니까 경기에 집중이 됐다"고 말했다.
그간 항의하다가 올 시즌 그가 쌓은 테크니컬 파울만 벌써 7개. 벌금으로 낸 돈도 적지 않다. KBL 규정에 따르면 테크니컬 파울 1∼6회까지는 한 번에 20만원 벌금을 내고 7회부터 13회까지는 회당 50만원, 14회 이상부터는 테크니컬 반칙 한 번 할 때마다 100만원의 벌금을 낸다.
문태영은 "벌금을 내니 솔직히 돈이 아깝다"며 웃었다. 취재진이 반칙이 누적되면 테크니컬 파울 1회당 100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고 알려주자 "거기까진 가지 않겠다"며 다짐했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문태영이 오늘(17일)은 심판 판정에 거의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며 "문태영도 많은 생각을 할 것"이라고 문태영을 기특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