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협, 첫 선발 은혜 ‘결승골로 갚았다!’

입력 2015.01.17 (20:25)

수정 2015.01.17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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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온 '신데렐라' 이정협(24·상주 상무)이 위기 속에서 맞은 호주전 결승골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은혜를 제대로 갚았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7일 호주 브리즈번의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호주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최종전에서 개최국 호주를 1-0으로 꺾었다.

한국은 오만, 쿠웨이트와의 1, 2차전에서 모두 1-0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고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를 의식했는지 전날 공식 기자회견에서 날 선 기자들의 질문에 잠시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불안감이 가득한 분위기 속에서 맞은 호주전은 팽팽했다. 호각세를 깬 것은 이정협의 발끝이었다.

전반 32분 이근호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크로스를 낮게 깔아주자 문전으로 재빨리 쇄도해 들어가던 이정협이 슬라이딩하며 발을 갖다댔다. 궤적이 바뀐 공은 오른쪽 골망을 흔들었다.

이 골로 대표팀은 조 1위를 확정, 더 나은 토너먼트 대진표를 받아들게 됐다.

이정협에게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 데뷔골에 이은 2번째 A매치 골이다. A매치 출전 4경기만에 2골을 기록했다.

이정협은 슈틸리케 감독이 찾아낸 '원석'이다.

그는 A대표팀 발탁이 이번이 처음인 것은 물론이고 각급 대표팀에도 거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K리그의 '그저 그런' 공격수 중 하나였다. 지난 2시즌간 대부분 교체로 52경기에 출전해 6골에 그쳤다.

이런 그를 '보석'으로 세공하겠다고 나선 인물이 슈틸리케 감독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을 K리그 경기장에서 발견하자마자 영입 의사를 기술위원회에 전했다.

일부 기술위원이 '이런 공격수를 대표팀에 깜짝 발탁했을 때 실패하면 감독의 책임으로 돌아간다. 신중을 기해 달라'고 건의하자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이 뛰는 모습을 보러 상주 경기를 4차례나 더 보러 갔다.

그렇게 선발한 이정협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강력한 모습을 뽐내던 호주 골문에 골을 꽂으며 슈틸리케 감독의 기대에 보답했다.

한국은 이동국(전북 현대), 김신욱(울산 현대), 박주영(알 샤밥) 등 기존 스트라이커들이 부상을 입거나 기량이 하락해 가동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번 대회를 맞았다.

이정협은 당초 '조커'로 쓰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날 득점하면서 그간 약체를 상대로 빈공으로 일관한 한국 공격진에 '확실한 옵션'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골로 이정협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큰 무대에서 골 맛을 본 그의 발끝이 한국을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으로 이끌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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