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선발’ 사용할 수 없는 삼성…움직이지 않는 벤치

입력 2015.10.29 (22:56)

수정 2015.10.29 (23:03)

애초 류중일(53) 삼성 라이온즈 감독의 2015년 한국시리즈 투수진 운용은 다음과 같았다.

"알프레도 피가로·윤성환·장원삼·타일러 클로이드, 4선발을 돌리고 왼손 차우찬과 오른손 정인욱을 '+1'로 활용한다."

'1+1'은 류 감독인 사령탑으로 부임한 2011년 한국시리즈를 처음 치르며 쓴 단기전 맞춤 전략이다.

정규시즌 선발로 활용했던 투수 한 명과 기존 롱릴리프를 선발이 무너질 경우, 일찍 마운드에 올려 분위기를 바꾸는 방법이다.

삼성은 선발진은 올해 '선발 투수 5명 전원 선발 10승'이라는 한국프로야구 최초 기록을 세웠다. 여기에 9월부터 구위를 회복한 정인욱이 선발과 중간을 오가는 스윙맨으로 합류해 마운드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정작 한국시리즈에 돌입한 뒤, 류 감독은 '1+1' 전략을 쓰지 못한다.

오히려 투수 교체를 주저하고, 4차전 선발 결정도 막판까지 미뤘다.

해외 원정 도막 파문으로 17승 투수 윤성환, 홀드왕 안지만, 마무리 임창용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빠지면서 시작한 류 감독의 고민은 경기를 치를수록 더 깊어지고 있다.

선발 요원 차우찬을 마무리로 돌려 뒷문을 강화했지만 선발진이 부족해졌고, 선발과 마무리 사이를 이을 '확실한 불펜'이 없다.

류 감독은 돌파구로 '잇몸야구'와 '선발야구'를 선언했다.

하지만 주축 투수 3명을 대신할 잇몸을 찾지 못했고, 선발은 정규시즌 때보다 부진하다.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3차전, 삼성 선발 클로이드는 1-0으로 앞선 3회말 볼넷 2개를 헌납하며 1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클로이드는 허경민을 삼진 처리하고 민병헌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 첫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클로이드는 4회말 김현수와 양의지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다시 흔들렸다.

두산은 오재원의 희생번트로 1사 2, 3루 기회를 이어가고 박건우의 2루수 키를 넘어가는 적시타로 2점을 뽑았다.

클로이드 구위가 눈에 띄게 떨어지고, 제구도 흔들리는 상황이었지만 삼성은 투수 교체를 할 수 없었다.

남은 이닝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클로이드는 5회말에도 1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이때도 삼성 더그아웃에서는 교체 사인이 나오지 않았다.

두산은 양의지의 우익수 희생 플라이로 추가점을 뽑았다.

이날 클로이드는 5이닝 동안 5피안타 3실점했다. 사사구는 5개나 내줬다.

'투수 왕국'을 이룬 2011∼2014년의 삼성이었다면, 선발에 버금가는 '+1' 투수가 조기에 등장해 분위기를 바꿀 수 있었다.

그러나 2015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은 공격적인 투수 교체를 할 수 없다.

1차전에서 피가로가 3⅓이닝 10안타 6실점으로 고전할 때도, 2차전 장원삼이 5회 타구에 발뒤꿈치를 맞은 뒤 난타를 당할 때도 삼성 더그아웃은 머뭇거리기만 했다.

4년 연속 가을 잔치의 주인공이었던 삼성이 올해 한국시리즈에서는 허약해진 마운드에 고전하고 있다.

류중일 감독 부임 후 가장 큰 시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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