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가 투수진의 핵 차우찬(28)을 마운드에 올리고도 패했다.
1승 3패로 밀린 삼성은, 차우찬을 정상적인 상황에서 활용할 수 없다는 점이 더 뼈아프다.
차우찬은 30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4차전에 3-3으로 맞선 5회말 2사 1, 2루에 등판해 3⅓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하지만 첫 번째 안타를 맞아 기출루 주자에게 득점을 내준 상황이 치명적이었다.
3일 쉬고 선발 등판한 알프레도 피가로는 5회말 2사 후 정수빈과 허경민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이 칼을 꺼냈다.
4회부터 몸을 풀던 차우찬이 마운드에 올랐다.
3-3 동점 상황을 이어가고픈 간절함이 삼성 더그아웃에 가득했다.
차우찬은 민병헌에게 커브를 두 개 연속 던져 2볼에 몰렸다.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차우찬은 다시 슬라이더로 승부를 걸었다.
민병헌은 차우찬의 시속 137㎞짜리 슬라이더를 정확하게 받아쳤다.
타구 방향만 보면 삼성 쪽에 운이 따르는 듯했다.
그러나 강한 타구가 삼성 3루수 박석민의 글러브를 맞고 좌익수 쪽으로 굴절됐다. 기록상 2루타였지만, 박석민의 실수가 있었다.
2루주자 정수빈은 홈을 밟았고, 정수빈은 3루에 도달했다. 민병헌은 2루를 밟고 포효했다.
삼성과 차우찬으로서는 두 가지가 아쉬웠다. 두산 타선이 두려워하는 빠른 직구를 사용하지 않은 것과 박석민의 수비였다.
차우찬은 김현수에게 볼넷을 내줘 만루 위기에 몰렸지만 양의지를 시속 150㎞ 직구로 윽박질러 헛스윙 삼진처리해 이닝을 마쳤다.
이후 차우찬은 8회말까지 3⅓이닝 동안 마운드를 지켰다.
한 점 차 승부가 계속되는 상황, 류 감독은 '역전'을 꿈꾸며 차우찬을 계속 마운드에 올렸다.
사실 차우찬을 내리는 순간이 삼성으로서는 백기를 드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차우찬이 호투를 펼치는 동안 삼성 타선은 끝내 터지지 않았다.
박석민의 글러브를 맞고 굴절된 민병헌의 안타가 결승타로 기록됐다. 두산의 4-3 승리였다.
차우찬은 이날 54개의 공을 던졌다.
정상적이라면 최소 2일은 쉬어야 구위를 회복할 수 있다.
7전4승제의 한국시리즈에서 1승 3패로 몰려 1패만 하면 '패자'가 되는 상황, 삼성은 31일 열리는 5차전에서 차우찬 없이 승리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됐다.
삼성은 갑작스럽게 터진 해외 원정 도박 파문으로 주축 투수 3명을 엔트리에서 빼고 한국시리즈를 치른다.
선발과 불펜에 모두 공백이 생겼고, 류 감독은 차우찬을 '긴 이닝을 던지는 마무리'로 낙점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차우찬은 26일 1차전에서 1⅓이닝을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으며 세이브를 거뒀다.
4차전에서는 무려 3⅓이닝을 책임지며 2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차우찬은 잘 던졌다. 하지만 차우찬의 호투를 돋보이게 할 조력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삼성은 벼랑 끝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