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이치로 포스팅 최고액 넘어설까?

입력 2015.11.02 (11:09)

수정 2015.11.0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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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29·넥센 히어로즈)가 한국프로야구 최고 거포의 훈장을 달고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으로 미국프로야구 진출을 노린다.

한국 야구를 지배한 박병호의 힘과 정교함이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으면 아시아 타자 포스팅 역사가 바뀔 수도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일 "넥센 구단이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KBO는 곧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넥센의 박병호 포스팅 신청을 전달하고,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30개 구단에 이를 공시한다.

공시한 날짜부터 4일 동안 박병호에 관심을 가진 구단이 입찰액을 적어내고,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가장 높은 금액을 KBO에 통보할 계획이다.

넥센은 KBO로부터 최고 응찰액을 전달받은 뒤, 포스팅 수용 여부를 논의한다.

현재로선 구체적인 포스팅 금액을 예측하기 어렵다.

미국 현지 언론도 500만 달러∼2천만 달러까지 다양한 예상액을 내놓고 있다.

KBO리그 타자 중 포스팅을 통해 미국프로야구 진출을 추진한 선수는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리츠)뿐이다.

지난해 12월 피츠버그는 500만2천15 달러를 제시해 독점교섭권을 따냈고 강정호 영입에 성공했다.

강정호가 메이저리그 무대에 연착륙하면서 박병호의 가치는 더 치솟았다. 많은 전문가가 "박병호가 강정호보다 높은 포스팅액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유다.

박병호 영입 경쟁이 치열해지면 아시아 포스팅 신기록이 나올 수도 있다.

일본 타자 중 포스팅 최고액을 기록한 이는 외야수 스즈키 이치로(42·마이애미 말린스)다. 이치로는 2000년 말 일본 야수 중 최초로 포스팅을 신청했고 1천312만5천 달러를 제시한 시애틀 매리너스가 독점교섭권을 얻었다.

이치로는 일본 야구를 평정한 스타 플레이어였다. '아시아 타자'에 대한 물음표가 붙어 있는 시기였지만 시애틀은 1천만 달러 이상의 포스팅 금액을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일본 시장'을 겨냥한 시애틀의 전략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그럼에도 시애틀의 이치로 영입은 대표적인 포스팅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치로는 메이저리그 첫해인 2001년 242안타를 쳐내며 '안타 제조기'의 명성을 쌓았고, 미국 선수들도 깜짝 놀랄 만큼 빠르고 정확한 송구를 선보였다. 빠르고 정확한 야구를 펼치는 이치로의 등장은 미국 야구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이치로는 2001년 아메리칸리그 신인왕과 최우수선수상을 석권했다.

이치로가 대단한 성공을 거두면서 미국 진출을 꿈꾸는 일본 야수들이 늘었다.

하지만 이치로 이후, 아시아 타자 중 1천만 달러 이상을 포스팅 금액으로 제시받은 이는 없다.

일본 내에서 '제2의 이치로'로 불렸던 선수들이 포스팅 금액을 확인하고 냉혹한 현실을 깨달았다. 미국 구단에서 내놓은 설명은 "이치로는 완전히 다른 선수다"였다.

일본인 타자 중 두 번째로 높은 포스팅 금액은 2010년 니시오카 쓰요시가 기록한 532만9천 달러다. 지바롯데 마린스에서 2루수와 유격수로 뛰던 그는 2010년 일본 내야수로는 처음으로 200안타를 넘어섰고(206안타), 곧바로 미국 진출을 추진했다.

미네소타 트윈스가 532만9천 달러로 독점계약권을 손에 넣었고, 3년 총 925만 달러에 연봉계약을 했다. 그러나 니시오카는 미국 무대 적응에 실패하고 3년 계약을 채우지 못한 채 두 시즌(2011·2012)만 치르고 2013년 일본으로 복귀했다.

일본 내야수 중 포스팅 금액 500만 달러 이상을 기록한 건, 니시오카가 유일하다.

강정호가 500만2천15 달러의 포스팅 응찰액을 기록하며 아시아 타자 포스팅 역대 3위, 내야수 역대 2위에 올랐다.

2015년의 박병호는 2000년 말 이치로보다 인지도가 높지는 않다. 15년 전 이치로의 포스팅 금액과 박병호의 포스팅 액을 단순 비교할 수도 없다.

하지만 박병호가 이치로의 포스팅액을 넘어선다면 한국 타자를 바라보는 미국의 시선이 달라졌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넥센과 박병호는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싶어 한다. 이치로의 포스팅 최고 응찰액 1천312만5천 달러는 그 기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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