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시민의식…낙서로 ‘문화재 몸살’

입력 2008.02.19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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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숭례문 화재를 계기로 국보급 목조 문화재를 점검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의 시민의식을 돌아보겠습니다.
개방된 대부분의 문화재가 낙서 등 무분별한 훼손으로 수난을 겪고 있습니다.
홍정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3층 법당의 형태를 보이고 있는 금산사 미륵전입니다.

그 정교한 화려함에 눈길을 빼앗기는 것도 잠시. 가까이 다가가면 어지럽게 새겨진 온갖 낙서가 회벽에 가득합니다.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로 깊이 파였는가 하면 윗면의 탱화까지 훼손됐습니다.

<인터뷰> 조춘희(금산사 문화해설사): "안 돼 있으면 손을 안 댈텐데, 한 번 생기면 자기도 한번 하고 싶은 마음에..."

정갈히 자리잡은 배흘림 기둥이 운치를 더하는, 올해로 꼭 7백년이 된 수덕사 대웅전.

이곳도 출입문이 있는 정면을 제외한 곳곳이 낙서 투성입니다.

<인터뷰> 이병만(수덕사 관리인): "어린애들이 돌맹이나 유리 같은 것을 대고 걸어가면서 긋고 가니까 저희들이 보고 있어도 직접 앞에서 잡지 않으면 발견이 어려워요."

낙서 대부분은 관람객들이 자신이 다녀간 것을 기념하기 위해 쓴 이름이거나 사랑고백 등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들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무심코 저지른 장난은 되돌릴 수 없는 훼손으로 이어집니다.

한번 흠집이나 낙서가 생기면 새로 도색 을 하더라도 이처럼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원상복구는 아예 불가능한 실정입니다.

신선이 하늘을 나는 형상의 아름다운 벽화가 있어 보물로 지정된 신흥사 대광전.

사람의 손길을 많이 탄 벽화 아랫 부분은 훼손이 심해져 결국 지난 1989년 덧칠 공사를 하는 바람에 벽화 일부가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그뒤에도 낙서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선자(부산시 구서동): "우리나라 보물이고 문화재인데, 이렇게 낙서가 돼 있어서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문제는, 낙서행위가 발각되기 어려워 지금까지 처벌로 이어진 것은 지난해 삼전도비 훼손 사건 이외에는 거의 없지만, 낙서는 분명한 문화재 훼손 행위로 문화재 보호법에 의해 3년 이상의 실형에 처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인터뷰> 김창규(한국전통문화학교 문화재관리학과 교수): "본인에게는 큰 하나의 기록으로 남을 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후손에게는 크나큰 마음의 상처를 준다는 인식을 가지고 자제했으면..."

숭례문 방화 사건으로 문화재 개방 여부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문화재를, 단순한 '볼거리'로 여기는 풍조를 넘어 그 가치와 개방의 의미를 되새기는 의식전환이 절실합니다.

KBS 뉴스 홍정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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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종된 시민의식…낙서로 ‘문화재 몸살’
    • 입력 2008-02-19 21:03:15
    뉴스 9
<앵커 멘트> 숭례문 화재를 계기로 국보급 목조 문화재를 점검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의 시민의식을 돌아보겠습니다. 개방된 대부분의 문화재가 낙서 등 무분별한 훼손으로 수난을 겪고 있습니다. 홍정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3층 법당의 형태를 보이고 있는 금산사 미륵전입니다. 그 정교한 화려함에 눈길을 빼앗기는 것도 잠시. 가까이 다가가면 어지럽게 새겨진 온갖 낙서가 회벽에 가득합니다.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로 깊이 파였는가 하면 윗면의 탱화까지 훼손됐습니다. <인터뷰> 조춘희(금산사 문화해설사): "안 돼 있으면 손을 안 댈텐데, 한 번 생기면 자기도 한번 하고 싶은 마음에..." 정갈히 자리잡은 배흘림 기둥이 운치를 더하는, 올해로 꼭 7백년이 된 수덕사 대웅전. 이곳도 출입문이 있는 정면을 제외한 곳곳이 낙서 투성입니다. <인터뷰> 이병만(수덕사 관리인): "어린애들이 돌맹이나 유리 같은 것을 대고 걸어가면서 긋고 가니까 저희들이 보고 있어도 직접 앞에서 잡지 않으면 발견이 어려워요." 낙서 대부분은 관람객들이 자신이 다녀간 것을 기념하기 위해 쓴 이름이거나 사랑고백 등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들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무심코 저지른 장난은 되돌릴 수 없는 훼손으로 이어집니다. 한번 흠집이나 낙서가 생기면 새로 도색 을 하더라도 이처럼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원상복구는 아예 불가능한 실정입니다. 신선이 하늘을 나는 형상의 아름다운 벽화가 있어 보물로 지정된 신흥사 대광전. 사람의 손길을 많이 탄 벽화 아랫 부분은 훼손이 심해져 결국 지난 1989년 덧칠 공사를 하는 바람에 벽화 일부가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그뒤에도 낙서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선자(부산시 구서동): "우리나라 보물이고 문화재인데, 이렇게 낙서가 돼 있어서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문제는, 낙서행위가 발각되기 어려워 지금까지 처벌로 이어진 것은 지난해 삼전도비 훼손 사건 이외에는 거의 없지만, 낙서는 분명한 문화재 훼손 행위로 문화재 보호법에 의해 3년 이상의 실형에 처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인터뷰> 김창규(한국전통문화학교 문화재관리학과 교수): "본인에게는 큰 하나의 기록으로 남을 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후손에게는 크나큰 마음의 상처를 준다는 인식을 가지고 자제했으면..." 숭례문 방화 사건으로 문화재 개방 여부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문화재를, 단순한 '볼거리'로 여기는 풍조를 넘어 그 가치와 개방의 의미를 되새기는 의식전환이 절실합니다. KBS 뉴스 홍정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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