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에 뻥 뚫린’ 국보 문화재

입력 2008.02.13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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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숭례문 화재를 계기로 KBS뉴스에선 오늘부터 국보로 지정된 목조문화재의 재난 방지 실태를 긴급 점검하는 연속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첫순서로 화재가 나면 속수무책인 문화재 관리부실 실태를 홍수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복궁을 대표하는 근정전입니다.

조선시대 건축물의 백미로 꼽히는 목조 건물로 소방법 규정에 따라 옥외 소화전과 소화기 등이 비치돼 있습니다.

화재시 진화상태는 어느정도 일까?



전문가와 함께 실험해 본 결과, 소방호스 물기둥의 높이가 2층 누각 중 1층에 겨우 도달합니다.

숭례문 화재처럼 2층에서 불이 난다면 자체 초기 진화는 불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인터뷰> 박정렬(소방 감리업체 대표): "높은 데서 불이 났을때 자체 소화전으로 물이 닿지 않기 때문에 초기 소화는 곤란할 것 같고요."

사방이 밀폐된 건물 특성상 숭례문보다 더 빨리 불이 번질 수 있지만, 화재감지기나 CCTV도 없습니다.


자연과의 조화가 뛰어나 한국의 정신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목조건축물 무량수전 등 국보 5점이 있는 경북 영주의 부석사.

해발 500미터의 좁은 산길을 따라 소방차가 힘겹게 올라갑니다.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만 10분, 그나마 진화가 가능한 대형 소방차는 도로 폭이 좁아 접근조차 불가능합니다.

<인터뷰> 도선(스님/부석사 총무): "소방도로 확보 했으면 합니다. 우리가 초기 진화한다해도 스프링 클러 같은 것도 없으니 한계가 있다."

국보 67호인 전남의 화엄사 역시 소화기 2대와 소화전에만 의존하고 있습니다.

전국의 국보 목조건축물 23점가운데 사찰은 12곳으로 절반을 차지하지만 이렇다할 화재 대책 없이 허술합니다.



문화재청이 낙산사 화재이후 실시한 목조문화재 화재예방 점검에서도 전국 100여 곳의 목재 국보와 보물 가운데 87%는 위험물 관리 불량 판정을 받았고 80%는 화재에 대비한 도면이 없습니다.

10곳 중 3곳은 옥외 소화전도 없었고 조기에 화재를 인식할 수 있는 화재 감지기가 있는 곳은 33%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박정렬(소방감리업체 대표): "숭례문 화재 사고를 계기로 진짜 각 문화재 별로 완벽한 소화시스템이 구축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낙산사 화재 이후 문화재청은 먼저 해인사 등 4곳에 수막 설비 등을 목조 건물 방재 대책을 내놓았지만 아직까지도 설치된 곳은 한 곳도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국보의 경우 소방법 규정은 갖추고 있지만 문화재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 사실상 화재시에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어 문화재 소방법의 재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KBS 뉴스 홍수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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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재에 뻥 뚫린’ 국보 문화재
    • 입력 2008-02-13 20:49:04
    뉴스 9
<앵커 멘트> 숭례문 화재를 계기로 KBS뉴스에선 오늘부터 국보로 지정된 목조문화재의 재난 방지 실태를 긴급 점검하는 연속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첫순서로 화재가 나면 속수무책인 문화재 관리부실 실태를 홍수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복궁을 대표하는 근정전입니다. 조선시대 건축물의 백미로 꼽히는 목조 건물로 소방법 규정에 따라 옥외 소화전과 소화기 등이 비치돼 있습니다. 화재시 진화상태는 어느정도 일까? 전문가와 함께 실험해 본 결과, 소방호스 물기둥의 높이가 2층 누각 중 1층에 겨우 도달합니다. 숭례문 화재처럼 2층에서 불이 난다면 자체 초기 진화는 불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인터뷰> 박정렬(소방 감리업체 대표): "높은 데서 불이 났을때 자체 소화전으로 물이 닿지 않기 때문에 초기 소화는 곤란할 것 같고요." 사방이 밀폐된 건물 특성상 숭례문보다 더 빨리 불이 번질 수 있지만, 화재감지기나 CCTV도 없습니다. 자연과의 조화가 뛰어나 한국의 정신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목조건축물 무량수전 등 국보 5점이 있는 경북 영주의 부석사. 해발 500미터의 좁은 산길을 따라 소방차가 힘겹게 올라갑니다.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만 10분, 그나마 진화가 가능한 대형 소방차는 도로 폭이 좁아 접근조차 불가능합니다. <인터뷰> 도선(스님/부석사 총무): "소방도로 확보 했으면 합니다. 우리가 초기 진화한다해도 스프링 클러 같은 것도 없으니 한계가 있다." 국보 67호인 전남의 화엄사 역시 소화기 2대와 소화전에만 의존하고 있습니다. 전국의 국보 목조건축물 23점가운데 사찰은 12곳으로 절반을 차지하지만 이렇다할 화재 대책 없이 허술합니다. 문화재청이 낙산사 화재이후 실시한 목조문화재 화재예방 점검에서도 전국 100여 곳의 목재 국보와 보물 가운데 87%는 위험물 관리 불량 판정을 받았고 80%는 화재에 대비한 도면이 없습니다. 10곳 중 3곳은 옥외 소화전도 없었고 조기에 화재를 인식할 수 있는 화재 감지기가 있는 곳은 33%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박정렬(소방감리업체 대표): "숭례문 화재 사고를 계기로 진짜 각 문화재 별로 완벽한 소화시스템이 구축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낙산사 화재 이후 문화재청은 먼저 해인사 등 4곳에 수막 설비 등을 목조 건물 방재 대책을 내놓았지만 아직까지도 설치된 곳은 한 곳도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국보의 경우 소방법 규정은 갖추고 있지만 문화재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 사실상 화재시에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어 문화재 소방법의 재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KBS 뉴스 홍수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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