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나고 꺼두고’…방재시설 ‘턱없이 부족’

입력 2008.02.14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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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국보로 지정된 목조문화재를 긴급점검하는 순섭니다.

오늘은 각종 재난을 미리 감지할 수 있는 기본적인 장비가 턱없이 부족한데다 그나마 있는 장비도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을 취재했습니다.

박경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전남 구례에 있는 화엄사입니다.

이 곳에 있는 국보 67호 각황전에는 폐쇄회로 TV 넉 대가 있지만 두 달전 모니터가 고장난 채 지금까지 방치돼 있습니다.

문화재 청에 여러차례 고쳐달라고 요청했지만 알았다는 대답만 있었을 뿐 누구하나 점검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침입자를 감시해야 할 경보기는 너무 자주 울려 귀찮다는 이유로 꺼놨습니다.

<녹취> 화엄사 관계자: "전문적인 지식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이게 항상 켜있으니까 고장나면 뭐 저기 하는 게 아니니까."

서울에 있는 국보 건축문화재 역시 화재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입니다.

경복궁과 창덕궁 창경궁, 종묘 등 서울의 국보 목조 문화재 어디에도 폐쇄회로 TV조차 없습니다.



근정전과 경회루 등 국보 건축 문화재 2점이 보존돼 있는 경복궁입니다.

국보 제 223호인 근정전에는 불을 끌 수 있는 장비가 소화기 18대와 소화전 3개가 전부입니다.

도난 경보기가 침입자를 감지하고 있지만 이것만 믿을 수는 없습니다.

<인터뷰> 박정상(경복궁 사업소 과장): "관광객들이 고개를 들이밀거나 우산 등으로 건드릴 수 있어 감지기의 사각이 존재한다."

그나마 도난방지기라도 있는 곳은 경복궁 근정전뿐입니다. 고궁 관리소는 관람객이 들어오는 낮 시간대와는 달리 심야의 방화 가능성 등에는 사실상 대책이 없다고 털어놓습니다.

<인터뷰> 이광섭(창덕궁 관계자): "예산이 부족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충분한 예산이 들어오면 바로 대처하겠다."

낙산사 화재 이후 지방 문화재에 대한 방재시설은 강화됐지만 제 기능을 못하는 시설도 많습니다.

문화재청 등 관련 기관이 뒤늦게 화재감지기와 폐쇄회로 TV 설치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지금 상태라면 상당수의 국보 건축문화재는 불이나면 손 한 번 제대로 못쓰고 소실될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KBS 뉴스 박경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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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장나고 꺼두고’…방재시설 ‘턱없이 부족’
    • 입력 2008-02-14 21:10:13
    뉴스 9
<앵커 멘트> 국보로 지정된 목조문화재를 긴급점검하는 순섭니다. 오늘은 각종 재난을 미리 감지할 수 있는 기본적인 장비가 턱없이 부족한데다 그나마 있는 장비도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을 취재했습니다. 박경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전남 구례에 있는 화엄사입니다. 이 곳에 있는 국보 67호 각황전에는 폐쇄회로 TV 넉 대가 있지만 두 달전 모니터가 고장난 채 지금까지 방치돼 있습니다. 문화재 청에 여러차례 고쳐달라고 요청했지만 알았다는 대답만 있었을 뿐 누구하나 점검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침입자를 감시해야 할 경보기는 너무 자주 울려 귀찮다는 이유로 꺼놨습니다. <녹취> 화엄사 관계자: "전문적인 지식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이게 항상 켜있으니까 고장나면 뭐 저기 하는 게 아니니까." 서울에 있는 국보 건축문화재 역시 화재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입니다. 경복궁과 창덕궁 창경궁, 종묘 등 서울의 국보 목조 문화재 어디에도 폐쇄회로 TV조차 없습니다. 근정전과 경회루 등 국보 건축 문화재 2점이 보존돼 있는 경복궁입니다. 국보 제 223호인 근정전에는 불을 끌 수 있는 장비가 소화기 18대와 소화전 3개가 전부입니다. 도난 경보기가 침입자를 감지하고 있지만 이것만 믿을 수는 없습니다. <인터뷰> 박정상(경복궁 사업소 과장): "관광객들이 고개를 들이밀거나 우산 등으로 건드릴 수 있어 감지기의 사각이 존재한다." 그나마 도난방지기라도 있는 곳은 경복궁 근정전뿐입니다. 고궁 관리소는 관람객이 들어오는 낮 시간대와는 달리 심야의 방화 가능성 등에는 사실상 대책이 없다고 털어놓습니다. <인터뷰> 이광섭(창덕궁 관계자): "예산이 부족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충분한 예산이 들어오면 바로 대처하겠다." 낙산사 화재 이후 지방 문화재에 대한 방재시설은 강화됐지만 제 기능을 못하는 시설도 많습니다. 문화재청 등 관련 기관이 뒤늦게 화재감지기와 폐쇄회로 TV 설치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지금 상태라면 상당수의 국보 건축문화재는 불이나면 손 한 번 제대로 못쓰고 소실될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KBS 뉴스 박경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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