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3대 세습’ 시험대 선 북한 체제

입력 2010.09.28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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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이 당 대표자 대회를 통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을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기업도 3대 잇기가 어려운 판에, 근,현대사에 유례가 없는 권력의 3대 세습이 과연 가능할지, 이슈 앤 뉴스에서 짚어봅니다.

<질문> 소현정 기자, 전 세계적으로 권력세습으로 10년 이상 장기 독재를 하고 있는 나라는 많은데요, 그래도 3대 세습은 아직 없죠?

<답변>

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부자나 형제간에 권좌를 넘겨줘 장기 독재체제가 유지되는 나라는 25개 국가에 이르고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경우가 중미의 쿠바인데 형 피델 카스트로에 이어 동생 라울이 뒤를 이어받아 51년 동안 장기 독재체제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가봉이 대표적인데요.

지난해 아버지 봉고 대통령이 사망한 뒤 아들에게 권좌가 물려지면서 44년째 독재체제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또 아프리카에서는 보시는 것 처럼 무려 16개 나라에서 세습이 이뤄지거나 준비되고 있지만 그래도 북한처럼 3대세습을 시도한 나라는 한 곳도 없습니다.

북한으로 가볼까요?

반면 북한은 김일성 주석에 의해 46년, 또 94년 김 주석 사망한 이후에는 김정일 위원장이 16년째 북한을 통치하고 있는데요.

두 사람의 집권 기간을 합치면 무려 62년이나 됩니다.

북한이 이런 3대 세습을 강행할 수 있는 이유, 북한만의 봉건주의적 공산주의에 기인한다고 봐야 합니다.

봉건왕조적 특성을 가미한 이 특이한 체제가 3대 세습을 가능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김대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한국전쟁 이후 60년간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세습되는 유일 독재체제였습니다.

여기에 김일성을 '어버이수령', 직계자손을 '백두혈통'으로 부르는 우상화 교육이 더해지면서 사회주의적 군주제가 굳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군부를 손아귀에 쥐고 세습 반대 세력은 과감하게 제거했습니다.

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김씨왕조의 독재국가'를 구축한 것입니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수석연구원) : "북한의 상층부 엘리트들은 최고지도자 에게 무조건 충성하는 충신이 될 것을 요구받고 있기 때문에 봉건시대의 신하와 비슷한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 지도층에겐 '체제유지'와 '기득권 유지'라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김정일의 아들이 아닌 딴 사람이 권력을 잡을 경우 정통성 시비로 극심한 권력투쟁이 벌어져, 체제가 붕괴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대부분 3대 세습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질문> 트위터를 보니까 과학기술 발달로 세상이 4세대니, 5세대니 하니까 북한이 3대 세습을 들고 나왔다는 우스개소리도 있던데요, 소기자, 김정은이 과연 순탄하게 권력을 장악해 나갈수 있을까요?

<답변>

네. 16년간 치밀한 준비로 권력을 넘겨 받은 김정일과는 달리 김정은의 경우는 북한의 경제난과 내부권력투쟁으로 적지 않은 변수가 예상됩니다.

김귀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64년 조선노동당 조직지도부 지도원을 시작으로 바닥부터 후계자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국방위원장직에 오른 때가 1993년, 30년 동안 치밀하게 권력승계 작업을 해온 겁니다.

반면 김정은이 서방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채 2년이 안됩니다.

권력승계 작업이 짧은 기간 일사천리로 진행된 반면 그만큼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반증입니다.

또, 김정일 위원장은 김일성 주석이 혁명 1세대들과 피비린내나는 권력투쟁을 벌이는 것을 지켜보며 성장해, 남다른 정치력과 카리스마를 갖췄지만 온실 속에서 자란 어린 김정은에게 이를 기대할 순 없다는 분석입니다.

이와함께 김정은은 경제난으로 인한 민심 이반, 핵문제 등 최악의 대내외적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인터뷰> 남광규(고려대 아세아문제 연구소) : "김정은의 후계과정은 대내적으로 혹은 대외적으로 가장 열악한 상황에서 이루어 졌기 때문에 불안한 요인이 상당히 많다 볼 수 있다."

예상되는 내부 권력투쟁, 악화된 민심 등이 김정은 체제 안착의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질문> 당 대표자회가 열리기 전에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을 깜짝 방문했는데요. 소 기자, 후계 승계를 앞두고 다분히 중국의 의중을 살폈다고 봐야겠죠?

<답변>

그만큼 북한 체제의 안정을 위해 중국의 영향이 커졌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매우 절제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베이징 강석훈 특파원이 전해드립니다.

중국은 북한 노동당 대표자회가 성공하길 기원한다면서도 김정은의 대장 임명에 대해서는 북한 내정 문제라고 논평했습니다.

<인터뷰> 장위(중국 외교부 대변인) : "이번 당대회 전후의 북한 인사는 북한 내정입니다."

권력세습을 반대도 지지도 할 수 없는 중국의 입장을 드러낸 셈입니다.

<인터뷰> 스인홍(인민대 교수) : "북한의 내부 안정이 중국의 핵심이익과 밀접하기 때문에 정부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정부의 관심사는 북한 권력구도의 변화보다는 그 변화가 자국의 국가이익에 미칠 영향이라는 겁니다.

때문에 중국 관영 언론들도 사실관계만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오늘 아침 김정은 등장을 1면에 비판적으로 예고했습니다.

또 중국의 한 유력언론은 인터넷판에서 이미 오래전에 김씨 가족 왕조라는 표현을 써, 중국인들의 인식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44년만에 당 대표자회란 중요한 정치 행사를 개최하면서도 일정과 의제에 대해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으로의 후계구도가 과연 연착륙할것인지 또 돌발변수가 북한내부는 물론 남북관계와 6자 회담 등 한반도 주변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 주시 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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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3대 세습’ 시험대 선 북한 체제
    • 입력 2010-09-28 2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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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이 당 대표자 대회를 통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을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기업도 3대 잇기가 어려운 판에, 근,현대사에 유례가 없는 권력의 3대 세습이 과연 가능할지, 이슈 앤 뉴스에서 짚어봅니다. <질문> 소현정 기자, 전 세계적으로 권력세습으로 10년 이상 장기 독재를 하고 있는 나라는 많은데요, 그래도 3대 세습은 아직 없죠? <답변> 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부자나 형제간에 권좌를 넘겨줘 장기 독재체제가 유지되는 나라는 25개 국가에 이르고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경우가 중미의 쿠바인데 형 피델 카스트로에 이어 동생 라울이 뒤를 이어받아 51년 동안 장기 독재체제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가봉이 대표적인데요. 지난해 아버지 봉고 대통령이 사망한 뒤 아들에게 권좌가 물려지면서 44년째 독재체제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또 아프리카에서는 보시는 것 처럼 무려 16개 나라에서 세습이 이뤄지거나 준비되고 있지만 그래도 북한처럼 3대세습을 시도한 나라는 한 곳도 없습니다. 북한으로 가볼까요? 반면 북한은 김일성 주석에 의해 46년, 또 94년 김 주석 사망한 이후에는 김정일 위원장이 16년째 북한을 통치하고 있는데요. 두 사람의 집권 기간을 합치면 무려 62년이나 됩니다. 북한이 이런 3대 세습을 강행할 수 있는 이유, 북한만의 봉건주의적 공산주의에 기인한다고 봐야 합니다. 봉건왕조적 특성을 가미한 이 특이한 체제가 3대 세습을 가능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김대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한국전쟁 이후 60년간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세습되는 유일 독재체제였습니다. 여기에 김일성을 '어버이수령', 직계자손을 '백두혈통'으로 부르는 우상화 교육이 더해지면서 사회주의적 군주제가 굳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군부를 손아귀에 쥐고 세습 반대 세력은 과감하게 제거했습니다. 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김씨왕조의 독재국가'를 구축한 것입니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수석연구원) : "북한의 상층부 엘리트들은 최고지도자 에게 무조건 충성하는 충신이 될 것을 요구받고 있기 때문에 봉건시대의 신하와 비슷한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 지도층에겐 '체제유지'와 '기득권 유지'라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김정일의 아들이 아닌 딴 사람이 권력을 잡을 경우 정통성 시비로 극심한 권력투쟁이 벌어져, 체제가 붕괴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대부분 3대 세습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질문> 트위터를 보니까 과학기술 발달로 세상이 4세대니, 5세대니 하니까 북한이 3대 세습을 들고 나왔다는 우스개소리도 있던데요, 소기자, 김정은이 과연 순탄하게 권력을 장악해 나갈수 있을까요? <답변> 네. 16년간 치밀한 준비로 권력을 넘겨 받은 김정일과는 달리 김정은의 경우는 북한의 경제난과 내부권력투쟁으로 적지 않은 변수가 예상됩니다. 김귀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64년 조선노동당 조직지도부 지도원을 시작으로 바닥부터 후계자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국방위원장직에 오른 때가 1993년, 30년 동안 치밀하게 권력승계 작업을 해온 겁니다. 반면 김정은이 서방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채 2년이 안됩니다. 권력승계 작업이 짧은 기간 일사천리로 진행된 반면 그만큼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반증입니다. 또, 김정일 위원장은 김일성 주석이 혁명 1세대들과 피비린내나는 권력투쟁을 벌이는 것을 지켜보며 성장해, 남다른 정치력과 카리스마를 갖췄지만 온실 속에서 자란 어린 김정은에게 이를 기대할 순 없다는 분석입니다. 이와함께 김정은은 경제난으로 인한 민심 이반, 핵문제 등 최악의 대내외적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인터뷰> 남광규(고려대 아세아문제 연구소) : "김정은의 후계과정은 대내적으로 혹은 대외적으로 가장 열악한 상황에서 이루어 졌기 때문에 불안한 요인이 상당히 많다 볼 수 있다." 예상되는 내부 권력투쟁, 악화된 민심 등이 김정은 체제 안착의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질문> 당 대표자회가 열리기 전에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을 깜짝 방문했는데요. 소 기자, 후계 승계를 앞두고 다분히 중국의 의중을 살폈다고 봐야겠죠? <답변> 그만큼 북한 체제의 안정을 위해 중국의 영향이 커졌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매우 절제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베이징 강석훈 특파원이 전해드립니다. 중국은 북한 노동당 대표자회가 성공하길 기원한다면서도 김정은의 대장 임명에 대해서는 북한 내정 문제라고 논평했습니다. <인터뷰> 장위(중국 외교부 대변인) : "이번 당대회 전후의 북한 인사는 북한 내정입니다." 권력세습을 반대도 지지도 할 수 없는 중국의 입장을 드러낸 셈입니다. <인터뷰> 스인홍(인민대 교수) : "북한의 내부 안정이 중국의 핵심이익과 밀접하기 때문에 정부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정부의 관심사는 북한 권력구도의 변화보다는 그 변화가 자국의 국가이익에 미칠 영향이라는 겁니다. 때문에 중국 관영 언론들도 사실관계만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오늘 아침 김정은 등장을 1면에 비판적으로 예고했습니다. 또 중국의 한 유력언론은 인터넷판에서 이미 오래전에 김씨 가족 왕조라는 표현을 써, 중국인들의 인식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44년만에 당 대표자회란 중요한 정치 행사를 개최하면서도 일정과 의제에 대해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으로의 후계구도가 과연 연착륙할것인지 또 돌발변수가 북한내부는 물론 남북관계와 6자 회담 등 한반도 주변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 주시 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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