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주민들, 깊은 절망 딛고 일어선다

입력 2007.12.31 (22:47) 수정 2007.12.31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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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악의 원유유출 사고를 겪은 충남 태안 지역 주민들에게 올 한해는 어떻게 기억될까요?

지역경제가 말이 아니어서 절망이 크지만 이제는 더 큰 희망을 꿈꾸며 다시 바다로 나가고 있습니다.

이정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30년 동안 바다 하나만 믿고 산 장춘화 씨, 5년 만에 꽃게잡이 풍어에 들떴던 기분도 잠시, 기름 유출 사고 이후 먹고살 길이 끊겨 막막하기만 합니다.

언제 다시 바다로 나갈 수 있을까, 그물을 다듬는 손길이 무겁기만 합니다.

<인터뷰> 장춘화(충남 태안군 소원면) : "진짜 난감하고...어민들은 이걸 해서 먹고사는데..."

서해안 최대의 천수만 양식장, 어민은 오랜만에 배를 띠웠습니다.

밀려드는 기름띠를 막아내고 고기도 살려냈지만 '기름 고기'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성탄절 전에 다 팔렸어야 할 감성돔은 아직도 양식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제는 수온이 급격히 떨어져 집단 폐사할 위험까지 커지고 있습니다.

예년 같으면 시장에 팔 물고기로 가득했을 활어 통이 텅 비어있습니다.

이번 사고로 양식장의 70%가 피해를 입었지만, 판로가 막힌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태안의 해안선 167km가 기름 피해를 입으면서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영세어민들, 소득 증거자료가 불충분해 언제 얼마나 배상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인터뷰> 최용기(주민대책위원회) : "배상을 받으려면 증거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 개인 매매를 하다 보니까..."

하지만, 사상 최악의 원유 유출사고라는 시련 속에서도 태안 주민들은 억척스러운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고 이후 거래가 절반 이상 줄기는 했지만, 새벽 어시장은 오늘도 어김없이 열렸습니다.

조업을 할 수 없는 서해 앞바다 대신 먼바다에서 잡아 온 홍어와 가자미가 경매장에 올랐습니다.

<인터뷰> 정창희(서산 수협 중매인) : "혹시 기름 냄새 나는 거 아니냐고 묻는데, 그러면 반품해도 좋다고 납품을 합니다. (그동안 반품 들어온 거 있어요?) 전혀 없습니다."

해마다 이맘때 열린 해넘이 축제에 4만 명의 관광객이 북적인 안면도, 공짜 숙소에 공짜 시식까지 내걸었지만, 한번 끊긴 관광객의 발길은 야속할 정도로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눈보라가 몰아친 오늘, 주민들은 떡국을 나눠 먹으며 그 어느 때보다도 고단했던 한 해를 위로하며 서로 부둥켜 안았습니다.

그래도 새해에는 희망이 생기리라, 안면도를 살려달라는 절박한 소망을 풍선에 담아 띄웁니다.

<현장음> "힘내라! 안면도!!! 와~!"

KBS 뉴스 이정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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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안 주민들, 깊은 절망 딛고 일어선다
    • 입력 2007-12-31 21:29:37
    • 수정2007-12-31 23: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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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악의 원유유출 사고를 겪은 충남 태안 지역 주민들에게 올 한해는 어떻게 기억될까요? 지역경제가 말이 아니어서 절망이 크지만 이제는 더 큰 희망을 꿈꾸며 다시 바다로 나가고 있습니다. 이정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30년 동안 바다 하나만 믿고 산 장춘화 씨, 5년 만에 꽃게잡이 풍어에 들떴던 기분도 잠시, 기름 유출 사고 이후 먹고살 길이 끊겨 막막하기만 합니다. 언제 다시 바다로 나갈 수 있을까, 그물을 다듬는 손길이 무겁기만 합니다. <인터뷰> 장춘화(충남 태안군 소원면) : "진짜 난감하고...어민들은 이걸 해서 먹고사는데..." 서해안 최대의 천수만 양식장, 어민은 오랜만에 배를 띠웠습니다. 밀려드는 기름띠를 막아내고 고기도 살려냈지만 '기름 고기'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성탄절 전에 다 팔렸어야 할 감성돔은 아직도 양식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제는 수온이 급격히 떨어져 집단 폐사할 위험까지 커지고 있습니다. 예년 같으면 시장에 팔 물고기로 가득했을 활어 통이 텅 비어있습니다. 이번 사고로 양식장의 70%가 피해를 입었지만, 판로가 막힌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태안의 해안선 167km가 기름 피해를 입으면서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영세어민들, 소득 증거자료가 불충분해 언제 얼마나 배상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인터뷰> 최용기(주민대책위원회) : "배상을 받으려면 증거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 개인 매매를 하다 보니까..." 하지만, 사상 최악의 원유 유출사고라는 시련 속에서도 태안 주민들은 억척스러운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고 이후 거래가 절반 이상 줄기는 했지만, 새벽 어시장은 오늘도 어김없이 열렸습니다. 조업을 할 수 없는 서해 앞바다 대신 먼바다에서 잡아 온 홍어와 가자미가 경매장에 올랐습니다. <인터뷰> 정창희(서산 수협 중매인) : "혹시 기름 냄새 나는 거 아니냐고 묻는데, 그러면 반품해도 좋다고 납품을 합니다. (그동안 반품 들어온 거 있어요?) 전혀 없습니다." 해마다 이맘때 열린 해넘이 축제에 4만 명의 관광객이 북적인 안면도, 공짜 숙소에 공짜 시식까지 내걸었지만, 한번 끊긴 관광객의 발길은 야속할 정도로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눈보라가 몰아친 오늘, 주민들은 떡국을 나눠 먹으며 그 어느 때보다도 고단했던 한 해를 위로하며 서로 부둥켜 안았습니다. 그래도 새해에는 희망이 생기리라, 안면도를 살려달라는 절박한 소망을 풍선에 담아 띄웁니다. <현장음> "힘내라! 안면도!!! 와~!" KBS 뉴스 이정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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