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최악의 기후 난민국

입력 2010.01.06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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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기후변화로 방글라데시 국토가 가라앉고 있습니다.

한해 50만명이 난민으로 전락하는데, 가난하기 때문에 피해도 더 큽니다.

구경하 기자가 현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4년 전만 해도 논이었던 방글라데시의 한 새우양식장, 바닷물이 지하수로 스며들어 농사를 망치자 아예 양식장으로 바꾼 겁니다.

하지만 양식장엔 새끼 새우 한 마리도 잡히지 않습니다.

지난 여름 싸이클론이 모두 휩쓸고 갔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소르단(새우 양식어민) : "바닷물이 양식장에 들어온 뒤 물이 너무 짜져서 새우가 못 살게 됐어요."

논농사에 이어 양식장까지 망친 주민들은 이제 살 길이 막막합니다.

<인터뷰> 호사인(새우 양식어민) :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하늘만이 알겠죠. 이제 농사를 지을 수도 없고 야채를 재배할 수도 없고..."

갠지스에서 흘러내린 파드마 강.

범람을 거듭하면서 강폭이 10년 새 5배나 넓어졌습니다.

<인터뷰> 도셴(마을 주민) : "처음엔 강변이 저 멀리 있었어요. 강물이 점점 다가오면서 마을 전체가 지난 7년간 4번 이사했습니다."

바다와 강의 범람으로 집과 땅을 잃은 사람들이 향할 곳은 수도 다카 뿐입니다.

다카 인근엔 도로를 따라 길게 늘어선 움막이 작은 마을을 이뤘습니다.

<인터뷰> 아노아라(기후난민) : "강물에 땅과 집이 잠겨버렸어요. 갈 데가 없어서 여기에 있어요."

밀려드는 사람들로 다카는 그야말로 포화상태입니다.

철로 옆까지 난민촌이 빽빽히 들어찼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로 집을 잃는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한 해에 50만 명에 이릅니다.

이 가운데 3-40만 명이 이곳 수도 다카의 슬럼가로 흘러들고 있습니다.

난민들은 달리는 기차를 아랑곳않고 철로 사이에서 부엌일을 합니다.

벌써 2년째, 좁은 오두막에서 5식구가 살고 있습니다.

농사짓던 남편은 하루종일 인력거를 끌어 2500원을 법니다.

<녹취> 허누자 : "다카에 올라와서 농사 지을 때보다 살림이 어려워졌어요."

방글라데시 같은 가난한 나라들은 기후변화를 예측해 준비할 기술도, 대응할 능력도 부족합니다.

<인터뷰> 마이누딘(방글라데시 진보연구센터 선임연구원) : "선진국은 화석연료를 많이 쓰고 자동차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해왔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기후변화의 책임은 선진국에 있습니다."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국경 지역.

인도는 최근 방글라데시와 맞닿은 국경 3400km에 철조망을 치고 있습니다.

이미 수만 명이 불법 체류 중인 방글라데시 기후난민들이 더 넘어오는 걸 막으려는 겁니다.

<인터뷰> 동네 주민 : "인도 쪽 경계가 심해져서 예전처럼 국경을 넘어갈 엄두를 못냅니다."

지난 2008년 새로 생긴 기후난민은 2천만 명, 전쟁이나 기아로 인한 난민의 5배에 이릅니다.

<인터뷰> 재인(유엔난민기구 방글라데시사무소 수석법무관) : "나라 안팎으로 떠돌고 있는 기후난민을 적절히 보호하기 위한 국제법적 체계가 필요합니다."

국제이주기구는 40년 뒤 기후난민이 최대 10억 명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KBS 뉴스 구경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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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글라데시, 최악의 기후 난민국
    • 입력 2010-01-06 22: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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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기후변화로 방글라데시 국토가 가라앉고 있습니다. 한해 50만명이 난민으로 전락하는데, 가난하기 때문에 피해도 더 큽니다. 구경하 기자가 현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4년 전만 해도 논이었던 방글라데시의 한 새우양식장, 바닷물이 지하수로 스며들어 농사를 망치자 아예 양식장으로 바꾼 겁니다. 하지만 양식장엔 새끼 새우 한 마리도 잡히지 않습니다. 지난 여름 싸이클론이 모두 휩쓸고 갔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소르단(새우 양식어민) : "바닷물이 양식장에 들어온 뒤 물이 너무 짜져서 새우가 못 살게 됐어요." 논농사에 이어 양식장까지 망친 주민들은 이제 살 길이 막막합니다. <인터뷰> 호사인(새우 양식어민) :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하늘만이 알겠죠. 이제 농사를 지을 수도 없고 야채를 재배할 수도 없고..." 갠지스에서 흘러내린 파드마 강. 범람을 거듭하면서 강폭이 10년 새 5배나 넓어졌습니다. <인터뷰> 도셴(마을 주민) : "처음엔 강변이 저 멀리 있었어요. 강물이 점점 다가오면서 마을 전체가 지난 7년간 4번 이사했습니다." 바다와 강의 범람으로 집과 땅을 잃은 사람들이 향할 곳은 수도 다카 뿐입니다. 다카 인근엔 도로를 따라 길게 늘어선 움막이 작은 마을을 이뤘습니다. <인터뷰> 아노아라(기후난민) : "강물에 땅과 집이 잠겨버렸어요. 갈 데가 없어서 여기에 있어요." 밀려드는 사람들로 다카는 그야말로 포화상태입니다. 철로 옆까지 난민촌이 빽빽히 들어찼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로 집을 잃는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한 해에 50만 명에 이릅니다. 이 가운데 3-40만 명이 이곳 수도 다카의 슬럼가로 흘러들고 있습니다. 난민들은 달리는 기차를 아랑곳않고 철로 사이에서 부엌일을 합니다. 벌써 2년째, 좁은 오두막에서 5식구가 살고 있습니다. 농사짓던 남편은 하루종일 인력거를 끌어 2500원을 법니다. <녹취> 허누자 : "다카에 올라와서 농사 지을 때보다 살림이 어려워졌어요." 방글라데시 같은 가난한 나라들은 기후변화를 예측해 준비할 기술도, 대응할 능력도 부족합니다. <인터뷰> 마이누딘(방글라데시 진보연구센터 선임연구원) : "선진국은 화석연료를 많이 쓰고 자동차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해왔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기후변화의 책임은 선진국에 있습니다."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국경 지역. 인도는 최근 방글라데시와 맞닿은 국경 3400km에 철조망을 치고 있습니다. 이미 수만 명이 불법 체류 중인 방글라데시 기후난민들이 더 넘어오는 걸 막으려는 겁니다. <인터뷰> 동네 주민 : "인도 쪽 경계가 심해져서 예전처럼 국경을 넘어갈 엄두를 못냅니다." 지난 2008년 새로 생긴 기후난민은 2천만 명, 전쟁이나 기아로 인한 난민의 5배에 이릅니다. <인터뷰> 재인(유엔난민기구 방글라데시사무소 수석법무관) : "나라 안팎으로 떠돌고 있는 기후난민을 적절히 보호하기 위한 국제법적 체계가 필요합니다." 국제이주기구는 40년 뒤 기후난민이 최대 10억 명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KBS 뉴스 구경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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