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허술한 軍 보고 체계

입력 2010.04.28 (22:04) 수정 2010.04.29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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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제 2의 천안함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이 달려져야 하는지, KBS가 연속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그 첫순서로 침몰 당시 너무나 부실했던 군의 보고체계를 김희용 기자가 짚어 봅니다.



<리포트>



천안함은 밤 9시 22분, 엄청난 외부 충격을 받고 순식간에 두 동강 나면서 침몰했습니다.



배가 정전되면서 군함이 전송하는 실시간 위치표시도 해군 전술지휘통제체계에서 사라졌습니다.



9시 28분, 천안함 포술장이 휴대전화로 2함대에 구조 요청을 할 때까지 해군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해군 2함대는 9시 반쯤 고속정 편대를 출항시켰습니다.



긴급 구조를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고속정에는 구조에 필요한 고무보트가 없었습니다.



고속정 편대는 침몰 해역에 와서도 구조를 못한 채 해경 구조선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해군은 천안함이 북한군의 공격으로 침몰했다고 판단해 비상을 걸었습니다.



이때가 밤 9시 40분.



<녹취>문병옥(준장) : "21시 40분 경에 2함대사는 위기조치반을 솢비하고 전 작전요소에 전투배치를 지시하였으며..."



비상이 걸렸지만 육군과 공군에는 어떤 상황인지 제대로 전파되지 않았습니다.



비상 상황인데도 잠수함 킬러로 불리는 P3C 초계기는 아예 출격하지도 않았습니다.



대잠 링스헬기는 침몰 15분 뒤에야 출동했습니다.



침몰 해역에 도착했지만 함수 쪽에 라이트를 비춰 구조를 돕다가 돌아갔습니다.



잠수함 추적에 나선 속초함은 새떼에 76mm 함포 백30여 발을 쐈습니다.



<녹취>이기식(합참 정보작전처장) : "고속 이동물체를 백령도 서방에 있던 속초함에서 포착해 경고 사격했으나 고속 이동물체는 새떼로 추정됐습니다."



천안함 침몰이 북한군에 의한 것이라면, 가장 아쉬운 대목입니다.



초계함과 대잠헬기가 헤매는 사이 침투함정을 놓친 꼴이기 때문입니다.



대응작전이 때를 놓친 것은 보고 부실과 지휘관 부재 때문입니다.



침몰 23분이 지난 9시 45분, 합참 지휘통제실이 상황을 접수했지만, 합참의장과 국방장관에게는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침몰 49분 뒤인 10시 11분 이상의 합참의장이, 10시 14분에 김태영 장관이 첫 보고를 받았습니다.



<녹취>김태영(국방장관) : "상황 전파하는 과정에서 지휘통제반장이 장관과 의장에게 보고하는걸 깜빡했습니다. 그래서 좀 지연이 됐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미 오후 10시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한 뒤였습니다.



합참에서 보고가 지연된 사이 청와대에 파견됐던 장교가 합참에 근무하는 후배로부터 침몰 소식을 들을 것입니다.



공식 보고 채널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녹취>안기석(前 해군 작전사령관) : "초기상황과 정보를 관련 기관이 공유하고 조치할 수 있도록 군은 물론 국가적 초기대응체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군은 내부적으로 전비태세 검열을 벌이고 있고, 감사원도 곧 직무감찰에 들어갑니다.



매너리즘에 빠져있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는 우리 군...



이번 천안함 사태를 통해 국민의 든든한 수호자로 거듭나야 할 책무를 안게 됐습니다.



KBS 뉴스 김희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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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허술한 軍 보고 체계
    • 입력 2010-04-28 22:04:22
    • 수정2010-04-29 22:24:56
    뉴스 9
<앵커 멘트>

’제 2의 천안함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이 달려져야 하는지, KBS가 연속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그 첫순서로 침몰 당시 너무나 부실했던 군의 보고체계를 김희용 기자가 짚어 봅니다.

<리포트>

천안함은 밤 9시 22분, 엄청난 외부 충격을 받고 순식간에 두 동강 나면서 침몰했습니다.

배가 정전되면서 군함이 전송하는 실시간 위치표시도 해군 전술지휘통제체계에서 사라졌습니다.

9시 28분, 천안함 포술장이 휴대전화로 2함대에 구조 요청을 할 때까지 해군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해군 2함대는 9시 반쯤 고속정 편대를 출항시켰습니다.

긴급 구조를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고속정에는 구조에 필요한 고무보트가 없었습니다.

고속정 편대는 침몰 해역에 와서도 구조를 못한 채 해경 구조선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해군은 천안함이 북한군의 공격으로 침몰했다고 판단해 비상을 걸었습니다.

이때가 밤 9시 40분.

<녹취>문병옥(준장) : "21시 40분 경에 2함대사는 위기조치반을 솢비하고 전 작전요소에 전투배치를 지시하였으며..."

비상이 걸렸지만 육군과 공군에는 어떤 상황인지 제대로 전파되지 않았습니다.

비상 상황인데도 잠수함 킬러로 불리는 P3C 초계기는 아예 출격하지도 않았습니다.

대잠 링스헬기는 침몰 15분 뒤에야 출동했습니다.

침몰 해역에 도착했지만 함수 쪽에 라이트를 비춰 구조를 돕다가 돌아갔습니다.

잠수함 추적에 나선 속초함은 새떼에 76mm 함포 백30여 발을 쐈습니다.

<녹취>이기식(합참 정보작전처장) : "고속 이동물체를 백령도 서방에 있던 속초함에서 포착해 경고 사격했으나 고속 이동물체는 새떼로 추정됐습니다."

천안함 침몰이 북한군에 의한 것이라면, 가장 아쉬운 대목입니다.

초계함과 대잠헬기가 헤매는 사이 침투함정을 놓친 꼴이기 때문입니다.

대응작전이 때를 놓친 것은 보고 부실과 지휘관 부재 때문입니다.

침몰 23분이 지난 9시 45분, 합참 지휘통제실이 상황을 접수했지만, 합참의장과 국방장관에게는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침몰 49분 뒤인 10시 11분 이상의 합참의장이, 10시 14분에 김태영 장관이 첫 보고를 받았습니다.

<녹취>김태영(국방장관) : "상황 전파하는 과정에서 지휘통제반장이 장관과 의장에게 보고하는걸 깜빡했습니다. 그래서 좀 지연이 됐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미 오후 10시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한 뒤였습니다.

합참에서 보고가 지연된 사이 청와대에 파견됐던 장교가 합참에 근무하는 후배로부터 침몰 소식을 들을 것입니다.

공식 보고 채널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녹취>안기석(前 해군 작전사령관) : "초기상황과 정보를 관련 기관이 공유하고 조치할 수 있도록 군은 물론 국가적 초기대응체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군은 내부적으로 전비태세 검열을 벌이고 있고, 감사원도 곧 직무감찰에 들어갑니다.

매너리즘에 빠져있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는 우리 군...

이번 천안함 사태를 통해 국민의 든든한 수호자로 거듭나야 할 책무를 안게 됐습니다.

KBS 뉴스 김희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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