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김길태 충격’

입력 2010.12.28 (22:08) 수정 2010.12.29 (22:5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던 여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살해한 김길태 사건은 올 한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줬습니다.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김길태에 대해 2심 법원이 최근 무기징역으로 감형해 다시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사건 발생 열 달이 지나도록 충격이 가시지 않고 있는 범죄 현장을 황현규 기자가 둘러봤습니다.



<리포트>



자신의 집에 있다 실종됐던 여중생 이모 양이 열하룻 만에 이웃집 물탱크 안에서 숨진채 발견되자 주민들은 공포에 몸서리쳤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 "기가 차죠. 문 여니까 바로 보이더라고."



이 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김길태는 범행 14일 만에 검거됩니다.



<녹취> 김길태 : "저는 모르는데요"



김길태는 현장검증에서도 범행을 부인하려하자 주민들은 치를 떨어야했습니다.



<녹취> "세세한 부분까지 어떻게 기억합니까?"



그로부터 열 달이 지난 지금.



결국 정든 집을 떠난 숨진 이 양의 가족들은 김길태의 무기징역 감형 소식에 울분을 감추지 못합니다.



<녹취> 숨진 이 양 아버지 : "너무 억울합니다. 정신병이 있다고 하더라도 용납이 안되고요."



마을에는 파출소가 다시 들어섰고 골목 곳곳에 CCTV가 설치돼 있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녹취> 초등학생 : "낮에는 밝아서 별로 안 무서운데 밤에는 어두워서 지나다니기 무서워요"



충격이 컸던 주민들도 하루라도 빨리 떠나고 싶어합니다.



<녹취> 주민(부산시 덕포동) : "어서 재개발이 돼 어디로 가야죠. 너무 스산해서 살기 싫어요"



이곳 주민들에게 김길태의 범행은 좀처럼 지우기 힘든 악몽으로 남아 있습니다.



<질문>



최형원 기자.



이런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이 줄어들기는 커녕 거꾸로 늘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죠?



<답변>



그렇습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성폭행 범죄는 지난 2001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고, 13살 미만 아동 성폭행 범죄도 비슷하게 증가했습니다.



김길태 사건은 특히 치안이 허술한 재개발 지역에서 발생해 당시 경찰이 이런 지역에 대한 치안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했는데요.



실제로 변화가 있었는지 김연주 기자가 현장을 점검해 봤습니다.



<리포트>



김길태 사건으로 뒤숭숭하던 지난 3월.



재개발 지역의 어린이들은 대낮에도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습니다.



<녹취> "((부모님이) 밖에서 왜 못 놀게 하시는데?) 나쁜 사람들이 많아서…"



9개월이 지났지만 이 지역의 어린이들은 여전히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을 무서워하고 있습니다.



<녹취> "모자에다 마스크 쓴 사람 무서워요. (밖에 나가면)그냥 딴 생각하면서 와요.(다녀요.)"



동네에서는 대낮에도 심심찮게 절도 사건이 일어납니다.



이 집은 철제 대문과 보일러에 이어 나흘 전 가스계량기까지 도둑맞았습니다.



<인터뷰> 김숙이(재개발지역 주민) : "도시가스 연결이 돼서 순환이 되는 거에요. 그런데 이걸 뜯고 있으니 얼마나 놀랬겠 냐고요."



해가 짧은 겨울은 저녁 6시만 되도 암흑 세상입니다.



김길태 사건 이후 경찰은 이 같은 재개발 지역 순찰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주민들이 느끼는 불안은 여전합니다.



경찰이 대책을 발표한 이후에도 이곳에서는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와 여고생 성추행 사건이 잇따랐습니다.



<녹취> 재개발 지역 주민 : "이리 가도 무섭고, 저리 가도 무섭고…(순찰차가 자주 다녀요?) 한 번도 못 봤는데요!"



범죄예방을 위해 설치하겠다던 CCTV는 찾아보기 어렵고 재개발 시행사에서 고용한 방범대원이 오히려 절도를 하다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김숙녀(재개발 지역 주민) : "경비를 강화해달라고 부탁해도 그럼 나가면 되지 않느냐니까 너무 억울하고…"



김길태 사건 이후 개선될 듯하던 재개발 지역 치안 대책은 여전히 구멍 투성입니다.



<질문>



김길태 사건 직후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김수철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정부가 다양한 대책을 내놨었죠?



<답변>



네, 보시는 것처럼 여러 대책이 나왔었는데요.



청원경찰이 배치된 초등학교는 아직 한 곳도 없고, CCTV도 전담 모니터 요원이 없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학생 위치 확인 문자서비스는 내년 예산에 한푼도 반영돼 있지 않습니다.



그나마 일부 시행되거나 추진되는 제도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철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성범죄 전과자의 행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전자 발찌.



하지만, 범죄를 저지르려는 마음에까지 족쇄를 채울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1일 전자 발찌를 차고 있던 50대 남성이 여중생을 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내년 7월 시행 예정인 ’화학적 거세법’ 역시 약물 사용기간에만 성충동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이윤호(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 "뭐 둘 다 실효성이 없는 것은 아니죠. 문제는 실효성 자체가 우리가 기대하는 것 만큼 크지 않다는 것, 제한적이라는 거죠."



게다가 미성년자 성폭행 범죄는 신고율이 10%에 불과해 드러나지 않는 사건이 훨씬 더 많습니다,



드러내 봐야 성폭행 피해 어린이와 가족만 더 큰 상처를 받는다는 생각때문입니다.



<인터뷰> 이수정(경기대학교 교수) : "아동 대상 성범죄가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고, 그 피해를 당한 가족의 문제가 아니고, 사회가 아이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사회의 책임이다…"



김길태 사건 열 달.



우리 사회는 아직 끔찍한 성폭행 범죄에서 어린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울타리를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철호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끝나지 않은 ‘김길태 충격’
    • 입력 2010-12-28 22:08:38
    • 수정2010-12-29 22:58:49
    뉴스 9
<앵커 멘트>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던 여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살해한 김길태 사건은 올 한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줬습니다.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김길태에 대해 2심 법원이 최근 무기징역으로 감형해 다시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사건 발생 열 달이 지나도록 충격이 가시지 않고 있는 범죄 현장을 황현규 기자가 둘러봤습니다.

<리포트>

자신의 집에 있다 실종됐던 여중생 이모 양이 열하룻 만에 이웃집 물탱크 안에서 숨진채 발견되자 주민들은 공포에 몸서리쳤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 "기가 차죠. 문 여니까 바로 보이더라고."

이 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김길태는 범행 14일 만에 검거됩니다.

<녹취> 김길태 : "저는 모르는데요"

김길태는 현장검증에서도 범행을 부인하려하자 주민들은 치를 떨어야했습니다.

<녹취> "세세한 부분까지 어떻게 기억합니까?"

그로부터 열 달이 지난 지금.

결국 정든 집을 떠난 숨진 이 양의 가족들은 김길태의 무기징역 감형 소식에 울분을 감추지 못합니다.

<녹취> 숨진 이 양 아버지 : "너무 억울합니다. 정신병이 있다고 하더라도 용납이 안되고요."

마을에는 파출소가 다시 들어섰고 골목 곳곳에 CCTV가 설치돼 있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녹취> 초등학생 : "낮에는 밝아서 별로 안 무서운데 밤에는 어두워서 지나다니기 무서워요"

충격이 컸던 주민들도 하루라도 빨리 떠나고 싶어합니다.

<녹취> 주민(부산시 덕포동) : "어서 재개발이 돼 어디로 가야죠. 너무 스산해서 살기 싫어요"

이곳 주민들에게 김길태의 범행은 좀처럼 지우기 힘든 악몽으로 남아 있습니다.

<질문>

최형원 기자.

이런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이 줄어들기는 커녕 거꾸로 늘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죠?

<답변>

그렇습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성폭행 범죄는 지난 2001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고, 13살 미만 아동 성폭행 범죄도 비슷하게 증가했습니다.

김길태 사건은 특히 치안이 허술한 재개발 지역에서 발생해 당시 경찰이 이런 지역에 대한 치안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했는데요.

실제로 변화가 있었는지 김연주 기자가 현장을 점검해 봤습니다.

<리포트>

김길태 사건으로 뒤숭숭하던 지난 3월.

재개발 지역의 어린이들은 대낮에도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습니다.

<녹취> "((부모님이) 밖에서 왜 못 놀게 하시는데?) 나쁜 사람들이 많아서…"

9개월이 지났지만 이 지역의 어린이들은 여전히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을 무서워하고 있습니다.

<녹취> "모자에다 마스크 쓴 사람 무서워요. (밖에 나가면)그냥 딴 생각하면서 와요.(다녀요.)"

동네에서는 대낮에도 심심찮게 절도 사건이 일어납니다.

이 집은 철제 대문과 보일러에 이어 나흘 전 가스계량기까지 도둑맞았습니다.

<인터뷰> 김숙이(재개발지역 주민) : "도시가스 연결이 돼서 순환이 되는 거에요. 그런데 이걸 뜯고 있으니 얼마나 놀랬겠 냐고요."

해가 짧은 겨울은 저녁 6시만 되도 암흑 세상입니다.

김길태 사건 이후 경찰은 이 같은 재개발 지역 순찰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주민들이 느끼는 불안은 여전합니다.

경찰이 대책을 발표한 이후에도 이곳에서는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와 여고생 성추행 사건이 잇따랐습니다.

<녹취> 재개발 지역 주민 : "이리 가도 무섭고, 저리 가도 무섭고…(순찰차가 자주 다녀요?) 한 번도 못 봤는데요!"

범죄예방을 위해 설치하겠다던 CCTV는 찾아보기 어렵고 재개발 시행사에서 고용한 방범대원이 오히려 절도를 하다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김숙녀(재개발 지역 주민) : "경비를 강화해달라고 부탁해도 그럼 나가면 되지 않느냐니까 너무 억울하고…"

김길태 사건 이후 개선될 듯하던 재개발 지역 치안 대책은 여전히 구멍 투성입니다.

<질문>

김길태 사건 직후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김수철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정부가 다양한 대책을 내놨었죠?

<답변>

네, 보시는 것처럼 여러 대책이 나왔었는데요.

청원경찰이 배치된 초등학교는 아직 한 곳도 없고, CCTV도 전담 모니터 요원이 없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학생 위치 확인 문자서비스는 내년 예산에 한푼도 반영돼 있지 않습니다.

그나마 일부 시행되거나 추진되는 제도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철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성범죄 전과자의 행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전자 발찌.

하지만, 범죄를 저지르려는 마음에까지 족쇄를 채울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1일 전자 발찌를 차고 있던 50대 남성이 여중생을 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내년 7월 시행 예정인 ’화학적 거세법’ 역시 약물 사용기간에만 성충동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이윤호(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 "뭐 둘 다 실효성이 없는 것은 아니죠. 문제는 실효성 자체가 우리가 기대하는 것 만큼 크지 않다는 것, 제한적이라는 거죠."

게다가 미성년자 성폭행 범죄는 신고율이 10%에 불과해 드러나지 않는 사건이 훨씬 더 많습니다,

드러내 봐야 성폭행 피해 어린이와 가족만 더 큰 상처를 받는다는 생각때문입니다.

<인터뷰> 이수정(경기대학교 교수) : "아동 대상 성범죄가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고, 그 피해를 당한 가족의 문제가 아니고, 사회가 아이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사회의 책임이다…"

김길태 사건 열 달.

우리 사회는 아직 끔찍한 성폭행 범죄에서 어린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울타리를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철호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