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를 의지로 극복하는 ‘이한치한’ 사람들

입력 2016.01.23 (07:07) 수정 2016.01.23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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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추위


칼바람에 전국이 꽁꽁 얼어붙는 등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면서 이불에서 나오기 싫은 요즘이다.
하지만 이런 강추위에도 삶의 일터가 야외인 사람들은 추위를 극복하며 오늘도 자신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누군가의 아빠, 엄마이자 남편과 아내인 그들은 사랑하는 가족이 있어 강추위를 이겨낼 수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각자의 현장에서 한파를 열기로 극복하는 이한치한(以寒治寒)사람들을 만나봤다.

■ 한파를 이기는 사람들

21일 오전 서울 강동구 지하철 9호선 923공구 건설현장(중앙보훈병원역).

25명의 근로자가 하얀 입김을 토해내며 추위와 맞서고 있었다.

전수영 차장은 “지난주부터 날씨가 추워 밖에서 근무하는 게 힘들지만 집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버틴다”며 “시민의 발인 지하철을 공사하고 있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공사에도 참여했는데 공사가 끝나고 역 동판에 내 이름이 들어가 있는 걸 보고 뿌듯함을 느꼈다”며 “아이들도 아빠가 하는 일을 자랑스러워 한다”며 밝게 웃었다.

근로자들은 아침 6시 출근해 이것저것 준비하고 오전 6시50분 안전체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일을 한다.
점심시간 한 시간을 포함해 하루 12시간 정도 근무하며 저녁 6시 고단한 하루 일을 마감한다.

권일순 감리단장은 “요즘 같이 날씨가 추울 때는 주로 실외보다는 지하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며 “근로자들의 건강을 위해 절대 무리하게 일을 시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역은 지난 2011년 3월 착공돼 올 12월에 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지하철 공사현장을 나와 바로 옆에 있는 중앙보훈병원을 지나가는데 밖에서 환자를 돕는 병원 주차관리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중앙보훈병원은 국가 유공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병원으로 환자 특성상 휠체어를 차에 싣고 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은 주변 교통정리와 함께 환자들의 휠체어를 내려주는 역할까지 한다.

류병관씨류병관씨

▲ 중앙보훈병원 주차 관리요원 류병관 씨

관리원으로 일하고 있는 류병관(55)씨는 “비록 날씨는 춥고 힘들지만 병원에 오는 분들을 내 가족처럼 생각하고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짧게 말한 뒤 교통정리에 다시 나섰다.

이들은 주간(새벽5시까지 출근), 야간, 휴무 순으로 근무하고 있다. 3일에 하루꼴로 야간을 하면서 환자들을 돕고 있는 셈이다.



오후에 기자는 발걸음을 덕수궁으로 옮겼다.
오전보다는 날씨가 많이 누그러졌지만, 여전히 쌀쌀했다.

서울 덕수궁 정문에서는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11시, 오후 2시, 오후 3시 30분 수문장 교대식이 열린다.
수문장 교대식은 조선시대 궁궐을 순찰하던 수문군의 모습을 재현한 전통 의식이다.
현재 약 60여 명의 위탁업체 직원들이 교대식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월급은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덕수궁덕수궁


수문장수문장


연출을 맡고 있는 윤성기(55)씨는 지난 1996년부터 이 일을 시작, 2003년 일을 그만뒀다가 올 1월부터 다시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윤 씨는 “요즘 같은 겨울과 여름 모두 일하기 힘들다”며 “영하 8도로 떨어지면 행사를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힘들어도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좋은 행사라 생각하고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일에 충실한 사람들. 날은 춥지만 이를 의지로 이겨낼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추위 속에 각자의 일을 묵묵히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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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파를 의지로 극복하는 ‘이한치한’ 사람들
    • 입력 2016-01-23 07:07:37
    • 수정2016-01-23 15:49:38
    사회
추위
칼바람에 전국이 꽁꽁 얼어붙는 등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면서 이불에서 나오기 싫은 요즘이다. 하지만 이런 강추위에도 삶의 일터가 야외인 사람들은 추위를 극복하며 오늘도 자신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누군가의 아빠, 엄마이자 남편과 아내인 그들은 사랑하는 가족이 있어 강추위를 이겨낼 수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각자의 현장에서 한파를 열기로 극복하는 이한치한(以寒治寒)사람들을 만나봤다. ■ 한파를 이기는 사람들 21일 오전 서울 강동구 지하철 9호선 923공구 건설현장(중앙보훈병원역). 25명의 근로자가 하얀 입김을 토해내며 추위와 맞서고 있었다. 전수영 차장은 “지난주부터 날씨가 추워 밖에서 근무하는 게 힘들지만 집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버틴다”며 “시민의 발인 지하철을 공사하고 있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공사에도 참여했는데 공사가 끝나고 역 동판에 내 이름이 들어가 있는 걸 보고 뿌듯함을 느꼈다”며 “아이들도 아빠가 하는 일을 자랑스러워 한다”며 밝게 웃었다. 근로자들은 아침 6시 출근해 이것저것 준비하고 오전 6시50분 안전체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일을 한다. 점심시간 한 시간을 포함해 하루 12시간 정도 근무하며 저녁 6시 고단한 하루 일을 마감한다. 권일순 감리단장은 “요즘 같이 날씨가 추울 때는 주로 실외보다는 지하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며 “근로자들의 건강을 위해 절대 무리하게 일을 시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역은 지난 2011년 3월 착공돼 올 12월에 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지하철 공사현장을 나와 바로 옆에 있는 중앙보훈병원을 지나가는데 밖에서 환자를 돕는 병원 주차관리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중앙보훈병원은 국가 유공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병원으로 환자 특성상 휠체어를 차에 싣고 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은 주변 교통정리와 함께 환자들의 휠체어를 내려주는 역할까지 한다.
류병관씨
▲ 중앙보훈병원 주차 관리요원 류병관 씨 관리원으로 일하고 있는 류병관(55)씨는 “비록 날씨는 춥고 힘들지만 병원에 오는 분들을 내 가족처럼 생각하고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짧게 말한 뒤 교통정리에 다시 나섰다. 이들은 주간(새벽5시까지 출근), 야간, 휴무 순으로 근무하고 있다. 3일에 하루꼴로 야간을 하면서 환자들을 돕고 있는 셈이다. 오후에 기자는 발걸음을 덕수궁으로 옮겼다. 오전보다는 날씨가 많이 누그러졌지만, 여전히 쌀쌀했다. 서울 덕수궁 정문에서는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11시, 오후 2시, 오후 3시 30분 수문장 교대식이 열린다. 수문장 교대식은 조선시대 궁궐을 순찰하던 수문군의 모습을 재현한 전통 의식이다. 현재 약 60여 명의 위탁업체 직원들이 교대식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월급은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덕수궁
수문장
연출을 맡고 있는 윤성기(55)씨는 지난 1996년부터 이 일을 시작, 2003년 일을 그만뒀다가 올 1월부터 다시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윤 씨는 “요즘 같은 겨울과 여름 모두 일하기 힘들다”며 “영하 8도로 떨어지면 행사를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힘들어도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좋은 행사라 생각하고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일에 충실한 사람들. 날은 춥지만 이를 의지로 이겨낼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추위 속에 각자의 일을 묵묵히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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