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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해도 고작 범칙금 8만 원?…암표판매만도 못한 스토킹 처벌
입력 2019.05.25 (08:03) 수정 2019.05.25 (10:16) 취재K
여성 살인의 전조(前兆) '스토킹'
⑦암표판매보다 약한 스토킹 처벌…멈출 해법은?
벌금 8만 원 '경범죄처벌법'이 유일...스토킹의 '범죄화' 시급
진주 방화살인범 안인득이 스토킹하던 위층 18세 여고생 최 양 집 앞을 서성이고 있다진주 방화살인범 안인득이 스토킹하던 위층 18세 여고생 최 양 집 앞을 서성이고 있다

지난달 경남 진주시에서 조현병 환자 안인득이 같은 아파트 주민 5명을 살해하고 방화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범죄를 저질렀냐는 질문에 "무시당해서"라며 얼굴을 들고 당당히 말했습니다.

그러나 안인득은 본인이 살해한 위층 18살 여고생 최 양을 반년 넘게 스토킹하고 있었습니다. 최 양에게 접근하려던 자신의 스토킹 범죄가 여의치 않자, '무시당했다'고 생각한 겁니다.

숨진 여고생 최 양의 가족이 안인득이 찍힌 CCTV 영상을 보고 나눈 대화숨진 여고생 최 양의 가족이 안인득이 찍힌 CCTV 영상을 보고 나눈 대화

안인득 스토킹 증거로 CCTV 제출했지만…경찰 "처벌할 수 없다"

당시 스토킹을 당하던 최 양의 가족들은 비교적 대처를 잘했습니다. 스토킹 범죄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피해자 측에서 직접적인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집 앞에 CCTV도 달았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안인득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최 양의 뒤를 쫓아 문 앞을 서성이고, 복도 끝에 숨어 있는 모습을 CCTV로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최 양의 가족들은 CCTV에 담긴 안인득의 스토킹 영상을 경찰에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안인득을 처벌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안인득이 최 양을 따라오는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직접 폭행을 하지 않았고 구체적인 피해 사례가 없다는 겁니다. 그리고 한 달 뒤, 안인득은 최 양을 포함한 아파트 주민 여성 5명을 살해했습니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 ‘전 부인 살해범’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서울 강서구 등촌동 ‘전 부인 살해범’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등촌동 전 부인 살인사건'…접근금지명령 수차례 어겼지만, 경찰은 '무대응'

지난해 10월 발생한 서울 강서구 등촌동 살인사건에서도 피해자는 경찰로부터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4년 전 이혼한 전 부인을 스토킹해 온 남편이 아파트 주차장에서 부인을 살해한 사건으로, 사건 발생 이후 피해자의 딸이 직접 청와대 국민청원에 '아버지를 사형시켜달라'는 내용을 올리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던 사건입니다.

KBS 취재결과 당시 가해자인 남편은 법원으로부터 접근금지명령을 받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전 부인과 자녀의 주변을 맴돌고 찾아왔습니다. 흉기와 농약, 노끈 등 상대를 살해할 준비를 하고 찾아온 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피해자의 딸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목숨을 위협받는 스토킹 피해를 입고 있었지만 경찰이 개입한다거나 제재를 한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직접 흉기를 휘두르거나, 상해를 가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라는 겁니다.


스토킹해도 '경범죄'로 8만 원 범칙금…암표판매보다 약한 처벌

이들만 경찰의 도움을 못 받은 게 아닙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스토킹 피해자들은 경찰의 도움을 고사하기까지 합니다. 스토킹을 신고한다 해도 가해자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고 오히려 보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스토킹을 처벌하는 별도의 법률이 없습니다. 폭행이나 주거 침입과 같이 다른 법률에서 처벌이 가능한 구체적 범죄 행위가 없을 경우에는 스토킹은 대부분 경범죄로 처리됩니다.

그마저도 2013년 경범죄 처벌법에 '지속적 괴롭힘' 조항이 신설됐기 때문입니다. 경범죄는 길거리에 휴지를 버린다거나, 콘서트의 암표를 구입한다거나, 금지된 구역에서 흡연했을 때 벌금을 내는 그야말로 '가벼운 범죄'입니다. '지속적 괴롭힘'에 대한 범칙금은 단돈 8만 원. 암표 범칙금이 16만 원의 절반 수준입니다.

최근에는 SNS를 이용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정보통신망법도 스토킹 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지만, 미행이나 잠복, 원치 않는 만남 강요 등 대표적인 스토킹 행위들은 모두 경범죄로 처리되고 있는 겁니다.


미국은 징역 최대 5년…일본은 따라만 다녀도 처벌

우리나라와 달리 선진국의 경우 스토킹에 관해 아주 강력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 1990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스토킹 금지 법안을 제정한 이후 현재는 50개 모든 주에서 스토킹을 금지하는 법이 제정돼있습니다. 스토킹을 저지르면 최소 6개월에서부터 최대 5년까지 징역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일본도 2000년부터 스토커 규제법을 만들어 1년 이하 징역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일본은 현재 물리적 폭력 없이도‘따라다니기' 행위와 이메일, SNS를 보내는 행위까지 스토킹의 범주로 보고 처벌하고 있습니다.

강력범죄로 치닫는 스토킹…멈출 해결책은 역시 확실한 '범죄화'

해외사례에서 볼 수 있듯 스토킹 범죄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스토킹 자체를 '범죄화'하는 일입니다.

스토킹 범죄를 처벌하는 별도의 법이 없는 현재로써는 스토킹을 신고해도 담당 형사가 주관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크고, 스토킹으로 인정하더라도 대부분 경범죄로 판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스토킹이 명시적인 범죄화가 됐더라면, 최근 여성 5명을 살해한 진주 조현병 환자 안인득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고 설명합니다.

이 교수는 "안인득이 처음 여고생 집에까지 쫓아왔을 때 신고를 해서 경찰이 스토킹으로 입건하고, 두 번째 쫓아왔을 때도 입건을 하고, 세 번째 쫓아왔을 때쯤에는 상습 스토킹으로 구속을 할 수 있는 법률이 있었다면 지금 진주에서 5명의 목숨이 손실이 나지 않았을 수 있었다"며 스토킹 범죄화와 처벌 법제화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 교수는 또한 스토킹을 막기 위한 실질적 조치 가운데 '위치추적장치 부착'을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가해자에게 위치추적장치 부착이 용이하게 된다면, 피해자는 가해자가 어디에서 자신을 감시할지 두려움에 떨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법원에서 위치추적장치를 허용하는 수는 1년에 3백여 건으로 굉장히 적습니다. 한해 살인과 살인미수 사건만 4백여 건에 달하지만, 위치추적장치 허용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입니다.

국회에 잠들어 있는 '스토킹 처벌법'…정부는 입법예고 뒤 발의도 못해

스토킹 처벌법의 제정 필요성은 정부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법무부는 지난해 5월 스토킹 처벌을 강화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마련해 입법 예고까지 했습니다.

이 법에서는 스토킹 범죄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습니다. 특히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소지하거나 이용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가중 처벌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입법 예고한 지 1년이 지나도록 이 법안은 발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스토킹의 정의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포함해 법안 내용을 놓고 아직까지 부처 간 이견 조율이 안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뿐만 아니라 20대 국회 들어 7건의 스토킹 처벌법 제정안이 의원입법으로 발의됐지만, 아직 단 한 건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에 '지속적 괴롭힘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스토킹 처벌법)'을 대표 발의한 바른미래당 김삼화 의원은 "법사위 가서 5분에 걸쳐 PPT 가져가서 설명한 바가 있지만 국회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스토킹에 대해서 의원들 사이에 빠른 통과를 해야 하겠다는 인식의 공유가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스토킹 문제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무관심에 대해 아쉬워했습니다.

우리는 스토킹이 살인 등 강력 범죄로 쉽게 이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회가 '애정'으로 보이는 관계에 관대한 탓인지 살인의 전조 범죄라고 인정하지 않아 왔습니다. 그러나 앞서 KBS가 판결문 분석을 통해 밝혔듯 여성 대상 살인과 살인 미수 사건 가운데 30%가 스토킹에서 발전됐습니다. 우리 사회가 스토킹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망설이는 지금 이 순간에도, 스토킹 피해자들의 공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살인의 전조 ‘스토킹’]
① “내 사랑을 모독했어, 기다려”…현실이 된 살인예고
② “합의하면 50원 줄게”…‘온라인’ 스토킹남의 집요한 복수극
③ 고등학생 스토커들의 어긋난 구애…피해자 부모 살해 시도까지
④ [단독] 여성 살인 사건 30%에는 ‘스토킹’ 있었다…판결문 381건 분석
⑤ 카톡 차단해도 송금 메시지로 “다시 갈게”…피할 길 없었다
⑥ 스토킹 어떻게 생각하십니까?…“10명 중 1명 스토킹 경험”
  • 스토킹해도 고작 범칙금 8만 원?…암표판매만도 못한 스토킹 처벌
    • 입력 2019-05-25 08:03:26
    • 수정2019-05-25 10:16:33
    취재K
여성 살인의 전조(前兆) '스토킹'<br />⑦암표판매보다 약한 스토킹 처벌…멈출 해법은?<br />벌금 8만 원 '경범죄처벌법'이 유일...스토킹의 '범죄화' 시급
진주 방화살인범 안인득이 스토킹하던 위층 18세 여고생 최 양 집 앞을 서성이고 있다진주 방화살인범 안인득이 스토킹하던 위층 18세 여고생 최 양 집 앞을 서성이고 있다

지난달 경남 진주시에서 조현병 환자 안인득이 같은 아파트 주민 5명을 살해하고 방화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범죄를 저질렀냐는 질문에 "무시당해서"라며 얼굴을 들고 당당히 말했습니다.

그러나 안인득은 본인이 살해한 위층 18살 여고생 최 양을 반년 넘게 스토킹하고 있었습니다. 최 양에게 접근하려던 자신의 스토킹 범죄가 여의치 않자, '무시당했다'고 생각한 겁니다.

숨진 여고생 최 양의 가족이 안인득이 찍힌 CCTV 영상을 보고 나눈 대화숨진 여고생 최 양의 가족이 안인득이 찍힌 CCTV 영상을 보고 나눈 대화

안인득 스토킹 증거로 CCTV 제출했지만…경찰 "처벌할 수 없다"

당시 스토킹을 당하던 최 양의 가족들은 비교적 대처를 잘했습니다. 스토킹 범죄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피해자 측에서 직접적인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집 앞에 CCTV도 달았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안인득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최 양의 뒤를 쫓아 문 앞을 서성이고, 복도 끝에 숨어 있는 모습을 CCTV로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최 양의 가족들은 CCTV에 담긴 안인득의 스토킹 영상을 경찰에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안인득을 처벌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안인득이 최 양을 따라오는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직접 폭행을 하지 않았고 구체적인 피해 사례가 없다는 겁니다. 그리고 한 달 뒤, 안인득은 최 양을 포함한 아파트 주민 여성 5명을 살해했습니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 ‘전 부인 살해범’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서울 강서구 등촌동 ‘전 부인 살해범’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등촌동 전 부인 살인사건'…접근금지명령 수차례 어겼지만, 경찰은 '무대응'

지난해 10월 발생한 서울 강서구 등촌동 살인사건에서도 피해자는 경찰로부터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4년 전 이혼한 전 부인을 스토킹해 온 남편이 아파트 주차장에서 부인을 살해한 사건으로, 사건 발생 이후 피해자의 딸이 직접 청와대 국민청원에 '아버지를 사형시켜달라'는 내용을 올리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던 사건입니다.

KBS 취재결과 당시 가해자인 남편은 법원으로부터 접근금지명령을 받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전 부인과 자녀의 주변을 맴돌고 찾아왔습니다. 흉기와 농약, 노끈 등 상대를 살해할 준비를 하고 찾아온 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피해자의 딸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목숨을 위협받는 스토킹 피해를 입고 있었지만 경찰이 개입한다거나 제재를 한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직접 흉기를 휘두르거나, 상해를 가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라는 겁니다.


스토킹해도 '경범죄'로 8만 원 범칙금…암표판매보다 약한 처벌

이들만 경찰의 도움을 못 받은 게 아닙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스토킹 피해자들은 경찰의 도움을 고사하기까지 합니다. 스토킹을 신고한다 해도 가해자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고 오히려 보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스토킹을 처벌하는 별도의 법률이 없습니다. 폭행이나 주거 침입과 같이 다른 법률에서 처벌이 가능한 구체적 범죄 행위가 없을 경우에는 스토킹은 대부분 경범죄로 처리됩니다.

그마저도 2013년 경범죄 처벌법에 '지속적 괴롭힘' 조항이 신설됐기 때문입니다. 경범죄는 길거리에 휴지를 버린다거나, 콘서트의 암표를 구입한다거나, 금지된 구역에서 흡연했을 때 벌금을 내는 그야말로 '가벼운 범죄'입니다. '지속적 괴롭힘'에 대한 범칙금은 단돈 8만 원. 암표 범칙금이 16만 원의 절반 수준입니다.

최근에는 SNS를 이용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정보통신망법도 스토킹 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지만, 미행이나 잠복, 원치 않는 만남 강요 등 대표적인 스토킹 행위들은 모두 경범죄로 처리되고 있는 겁니다.


미국은 징역 최대 5년…일본은 따라만 다녀도 처벌

우리나라와 달리 선진국의 경우 스토킹에 관해 아주 강력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 1990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스토킹 금지 법안을 제정한 이후 현재는 50개 모든 주에서 스토킹을 금지하는 법이 제정돼있습니다. 스토킹을 저지르면 최소 6개월에서부터 최대 5년까지 징역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일본도 2000년부터 스토커 규제법을 만들어 1년 이하 징역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일본은 현재 물리적 폭력 없이도‘따라다니기' 행위와 이메일, SNS를 보내는 행위까지 스토킹의 범주로 보고 처벌하고 있습니다.

강력범죄로 치닫는 스토킹…멈출 해결책은 역시 확실한 '범죄화'

해외사례에서 볼 수 있듯 스토킹 범죄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스토킹 자체를 '범죄화'하는 일입니다.

스토킹 범죄를 처벌하는 별도의 법이 없는 현재로써는 스토킹을 신고해도 담당 형사가 주관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크고, 스토킹으로 인정하더라도 대부분 경범죄로 판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스토킹이 명시적인 범죄화가 됐더라면, 최근 여성 5명을 살해한 진주 조현병 환자 안인득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고 설명합니다.

이 교수는 "안인득이 처음 여고생 집에까지 쫓아왔을 때 신고를 해서 경찰이 스토킹으로 입건하고, 두 번째 쫓아왔을 때도 입건을 하고, 세 번째 쫓아왔을 때쯤에는 상습 스토킹으로 구속을 할 수 있는 법률이 있었다면 지금 진주에서 5명의 목숨이 손실이 나지 않았을 수 있었다"며 스토킹 범죄화와 처벌 법제화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 교수는 또한 스토킹을 막기 위한 실질적 조치 가운데 '위치추적장치 부착'을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가해자에게 위치추적장치 부착이 용이하게 된다면, 피해자는 가해자가 어디에서 자신을 감시할지 두려움에 떨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법원에서 위치추적장치를 허용하는 수는 1년에 3백여 건으로 굉장히 적습니다. 한해 살인과 살인미수 사건만 4백여 건에 달하지만, 위치추적장치 허용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입니다.

국회에 잠들어 있는 '스토킹 처벌법'…정부는 입법예고 뒤 발의도 못해

스토킹 처벌법의 제정 필요성은 정부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법무부는 지난해 5월 스토킹 처벌을 강화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마련해 입법 예고까지 했습니다.

이 법에서는 스토킹 범죄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습니다. 특히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소지하거나 이용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가중 처벌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입법 예고한 지 1년이 지나도록 이 법안은 발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스토킹의 정의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포함해 법안 내용을 놓고 아직까지 부처 간 이견 조율이 안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뿐만 아니라 20대 국회 들어 7건의 스토킹 처벌법 제정안이 의원입법으로 발의됐지만, 아직 단 한 건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에 '지속적 괴롭힘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스토킹 처벌법)'을 대표 발의한 바른미래당 김삼화 의원은 "법사위 가서 5분에 걸쳐 PPT 가져가서 설명한 바가 있지만 국회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스토킹에 대해서 의원들 사이에 빠른 통과를 해야 하겠다는 인식의 공유가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스토킹 문제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무관심에 대해 아쉬워했습니다.

우리는 스토킹이 살인 등 강력 범죄로 쉽게 이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회가 '애정'으로 보이는 관계에 관대한 탓인지 살인의 전조 범죄라고 인정하지 않아 왔습니다. 그러나 앞서 KBS가 판결문 분석을 통해 밝혔듯 여성 대상 살인과 살인 미수 사건 가운데 30%가 스토킹에서 발전됐습니다. 우리 사회가 스토킹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망설이는 지금 이 순간에도, 스토킹 피해자들의 공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살인의 전조 ‘스토킹’]
① “내 사랑을 모독했어, 기다려”…현실이 된 살인예고
② “합의하면 50원 줄게”…‘온라인’ 스토킹남의 집요한 복수극
③ 고등학생 스토커들의 어긋난 구애…피해자 부모 살해 시도까지
④ [단독] 여성 살인 사건 30%에는 ‘스토킹’ 있었다…판결문 381건 분석
⑤ 카톡 차단해도 송금 메시지로 “다시 갈게”…피할 길 없었다
⑥ 스토킹 어떻게 생각하십니까?…“10명 중 1명 스토킹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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