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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 여름의 경고]② 산사태 - 비 오는 지역은 무조건 산사태 특보?…‘천재인가, 인재인가’
입력 2020.10.06 (05:53) 수정 2020.10.08 (16:50) 취재K
지난 3년 동안, 특히 여름철을 중심으로 한반도는 여러가지 자연 재난으로 신음했습니다. 2018년엔 강원도 홍천 기온이 41도까지 올라가는 역대 최악의 폭염이 왔었고, 2019년엔 여름과 가을에 걸쳐 태풍이 7개나 들이닥쳤습니다. 1950년 관측 이후 역대 최다 태풍 기록이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54일 동안 역대 최장 기간 장마가 이어지면서, 곳곳에서 물난리가 났습니다.
몇 년간 잇따르고 있는 자연 재난은 우리나라도 이미 '기후의 위기'가 다가왔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KBS는 이 '기후 위기'를 직시하고자 '지난 3년 여름의 경고'라는 제목으로 KBS 1TV 9시 뉴스와 디지털 뉴스를 통해 연속으로 보도합니다.

■ 비 오는 곳 = 산사태 특보 지역?

"8일 오후 12시 기준, 제주를 제외한 16개 시·도가 산사태 위기 경보 발령 지역으로…"

장마가 계속되던 지난 8월 8일, 산림청 산사태 정보시스템 홈페이지에는 비 오는 곳을 따라 산사태주의보와 경보 등 산사태 특보가 내려진 시·도가 표시돼 있었습니다. (산림청 산사태 정보시스템 홈페이지: http://sansatai.forest.go.kr/gis/main.do#mhms0)
뉴스 특보에서 산사태 주의보와 경보가 발령된 이들 지역을 알려드리던 필자는 한편으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그럼, OO시나 OO도에 계신 분들은 모두 다 산사태 위험 지역에 계신다는 건가?'

 KBS 뉴스9  KBS 뉴스9


집중호우가 끝나고 한 달여가 지난 뒤 취재진은 충북 충주시 산사태 피해 지역을 찾아갔습니다.
주민 정국희 씨는 지난 8월 2일, 갑작스런 산사태로 삶의 터전과 아내를 잃었습니다. 정 씨는 산사태 특보에 대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당일엔) 천둥 번개치는 줄 알았고, 그냥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죠. 산사태 주의보니 경보니 방송에 나와도, 우리 동네에 그런 피해가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죠."

8월 2일 집중 호우로 인한 산사태로 인명·재산 피해를 입은 정국희 씨8월 2일 집중 호우로 인한 산사태로 인명·재산 피해를 입은 정국희 씨

■ "예측 어려운 집중 호우 계속될 듯, 소규모 지역으로 산사태 예보 세분화해야"

이번 장마는 6월에 시작해서 8월에 끝나 무려 54일, 역대 최장 기간이었습니다. 추적추적 지루하게 내리는 식이 아니라,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가 갑자기 쏟아진 건데요.
전문가들은 남북으로는 좁고 동서로는 긴 매우 좁은 장마전선이 형성돼 이 장마전선이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 양상을 띄었고, 앞으로도 이런 양상의 비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요인 때문에 곳곳에 침수와 홍수 피해를 막지 못했고, 특히 산사태 인명 피해가 컸습니다.

그런데, 인명 피해를 입은 곳 중에는 산림청이 지목한 '산사태 취약 지역' 명단에 빠져있는 곳이 다수 있었습니다.
산사태 취약지역을 정할 때 'OO시, OO군' 등 광역으로 정할 게 아니라, 지역을 좀더 세분화해 예보를 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실제로 이런 시스템을 개발한 곳이 있었습니다.

송영석/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환경재해연구센터장송영석/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환경재해연구센터장

바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환경재해연구센터입니다. 이 곳의 송영석 센터장은 산사태 조기경보시스템에 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나라에 산사태 조기경보시스템이 구축돼있긴 하지만, 광역적인 규모로밖에 산사태 조기경보발령이 안되는 상황이거든요. 그러다보니 특정 지역이나 소규모 지역을 대상으로 조기경보 시스템이 구축되도록 지원이 필요할 것 같고요. 그런 지원들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뤄져야될 것 같아요. 연구원이나 기관들에서 개발된 기술들이 검증되고, 또 검증된 기술들을 실제로 활용해서 국가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갖춰지면, 실제로 현장에 적용해서 산사태에 대한 피해를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이 돼요."

그러면서 이 센터에서 개발한 조기경보 시스템은 주민들이 대피할 시간을 보다 더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저희가 개발한 '사전 강우정보연동 산사태 조기경보 시스템'은 사전 예측된 강우 정보를 토대로 물리기반의 산사태 예측기술을 적용해서 최대 하루 전에 산사태 조기경보 발령이 가능하기 때문에 피해위험 지역의 주민이 대피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

하지만 이 시스템도 대전제는 '사전 예측된 강우 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니, 달라진 집중호우 양상에 따라 강우 예보 시스템도 달리 접근해야 할 것 같네요.

정확한 비 예측과, 그에 따른 세분화한 산사태 경보 발령이 가능하더라도 또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이 정보가 '제대로 전달돼야 한다'는 점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 동네일 줄이야' 이렇게 느껴선 안된다는 거죠.

김석우 강원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이번 집중호우로 예상치 못한 곳에서 산사태 피해가 난 것을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산사태) 재난문자 수신과 관련해서도 전달 체계가 개선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예를 들면, 산사태를 유발한 강우의 강도가 밤 시간대에 조금 더 세더라고요. 밖에 있을 때보다는 집에 있으면서 잠을 자고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때라는 거죠.
그런데 그 때 재난 문자 메시지가 오면 어떻게 느낄까요? 가령 제가 잠을 자다가 메시지를 받아도 '설마, 설마'하는 생각이 들 것 같거든요? 그렇다면 연세가 더 드신 분들은 문자 메시지를 보시고 과연 이동(대피)을 하실까... 때문에, 특히 산사태 예보는 문자 메시지보다는 아날로그식
'재해 방송'을 해야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문자 메시지는 스팸성이나 인스턴트성으로 잘 안 보기도 하고 와닿지가 않잖아요.
산사태는 얼마나 경보 전달이 잘 돼서 잘 피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경보 전달 체계'를 국가가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늘 탓만 할 것인가?

산사태 피해를 입은 충주시의 주민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두 가지 말씀이 있었습니다.

1)가뭄을 걱정하던 우리 동네에 비가 이렇게 올 줄은 몰랐다.
2)산사태가 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 놓은 사람들 탓도 있다.

천재(天災)도 있지만 인재 요인도 있었다는 얘기였습니다.

8월 집중 호우에 의한 산사태로 산 정상에서부터 수백미터 아래까지 쓸려내려간 충주시 산척면 석천리 마을8월 집중 호우에 의한 산사태로 산 정상에서부터 수백미터 아래까지 쓸려내려간 충주시 산척면 석천리 마을

산림청의 올해 '전국 산사태방지 종합대책'에는 이런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최근 증가하는 산사태 피해 면적과 태풍 및 국지성 집중호우 등 기상여건과 산지 태양광 설치 등 산지전용 추이를 고려할 때 산사태발생 위험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됨'

그런데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산림청은 소관 상임위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정점식 의원실에 이런 답변을 했습니다.

"8월 11일 17시 현재 산사태 발생은 총 1,482개소, 산지 태양광발전시설 피해현황은 총 12건으로서 전체 산사태 발생 개소의 0.8% 수준. 따라서, 금년 호우기 산사태의 주범이 산지태양광시설 때문이라는 것은 무리한 입장으로 판단됨."

물론, 이번에 일어난 산사태들이 산지 태양광시설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산림청이 답한 것처럼 전체 피해의 1%가 채 안되기 때문이지요.

이번 장마 기간 산지 태양광발전시설에서 토사 유실 등 산사태 피해 발생 현황이번 장마 기간 산지 태양광발전시설에서 토사 유실 등 산사태 피해 발생 현황

하지만 위 자료를 보면, 산지 태양광발전시설이 있는 곳에서 비교적 큰 면적의 산사태 피해가 나는 것은 사실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앞선 답변을 한 이후에 피해 지역도 4곳이 늘었고요.

이번엔 아래 자료를 볼까요? 최근 5년간 산지에 태양광발전시설 설치를 위해 벌목한 나무 수를 보면 매년 2~3배 이상씩 늘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 태양광발전시설 설치를 위해 벌목(또는 작업)된 임야 및 나무 수최근 5년간 태양광발전시설 설치를 위해 벌목(또는 작업)된 임야 및 나무 수

태양광발전시설 설치도 긴요한 사업일 수 있겠으나, 이를 위한 벌목과 이후의 산사태 방지 조치를 허술히 하면, 대형 재난으로 직결된다는 점. 지난 몇 년간의 통계 자료가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취재진이 만난 피해 주민 85세 김영훈 할아버지의 말씀은 시사점이 큽니다. 김영훈 할아버지는 이번 집중호우 때 산사태로 집을 잃고, 아내와 자식들이 토사에 파묻혔다 겨우 구조됐습니다.

"사람들이 작년 겨울에 간벌한다고 잣나무가 꽉 들어찬 걸 베어버렸어요. 그랬으면 이걸 복구해서 산사태가 안나게끔 해야하는게 원린데, 이 사람들이 그냥 내버려두고 간거야. 내가 우리 할아버지 때부터 살아서 이 터에서 200년을 넘게 살았거든? 그리고 72년도에 딱 한번 큰 홍수가 났었어도, 이런 적은 없었어요."

올해 역대 최장 장마는 하루에 수백mm의 비를, 그것도 특정 동네에 집중적으로 퍼붓는 현상을 보여 많은 인명 피해가 났습니다.

내년에도 또 비는 올 겁니다. '예년과 다른' 기후를 맞이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면, 아주 작은 피해의 씨앗이라도 걷어내는 '예년과 다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 [지난 3년 여름의 경고]② 산사태 - 비 오는 지역은 무조건 산사태 특보?…‘천재인가, 인재인가’
    • 입력 2020-10-06 05:53:57
    • 수정2020-10-08 16:50:48
    취재K
지난 3년 동안, 특히 여름철을 중심으로 한반도는 여러가지 자연 재난으로 신음했습니다. 2018년엔 강원도 홍천 기온이 41도까지 올라가는 역대 최악의 폭염이 왔었고, 2019년엔 여름과 가을에 걸쳐 태풍이 7개나 들이닥쳤습니다. 1950년 관측 이후 역대 최다 태풍 기록이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54일 동안 역대 최장 기간 장마가 이어지면서, 곳곳에서 물난리가 났습니다.
몇 년간 잇따르고 있는 자연 재난은 우리나라도 이미 '기후의 위기'가 다가왔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KBS는 이 '기후 위기'를 직시하고자 '지난 3년 여름의 경고'라는 제목으로 KBS 1TV 9시 뉴스와 디지털 뉴스를 통해 연속으로 보도합니다.

■ 비 오는 곳 = 산사태 특보 지역?

"8일 오후 12시 기준, 제주를 제외한 16개 시·도가 산사태 위기 경보 발령 지역으로…"

장마가 계속되던 지난 8월 8일, 산림청 산사태 정보시스템 홈페이지에는 비 오는 곳을 따라 산사태주의보와 경보 등 산사태 특보가 내려진 시·도가 표시돼 있었습니다. (산림청 산사태 정보시스템 홈페이지: http://sansatai.forest.go.kr/gis/main.do#mhms0)
뉴스 특보에서 산사태 주의보와 경보가 발령된 이들 지역을 알려드리던 필자는 한편으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그럼, OO시나 OO도에 계신 분들은 모두 다 산사태 위험 지역에 계신다는 건가?'

 KBS 뉴스9  KBS 뉴스9


집중호우가 끝나고 한 달여가 지난 뒤 취재진은 충북 충주시 산사태 피해 지역을 찾아갔습니다.
주민 정국희 씨는 지난 8월 2일, 갑작스런 산사태로 삶의 터전과 아내를 잃었습니다. 정 씨는 산사태 특보에 대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당일엔) 천둥 번개치는 줄 알았고, 그냥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죠. 산사태 주의보니 경보니 방송에 나와도, 우리 동네에 그런 피해가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죠."

8월 2일 집중 호우로 인한 산사태로 인명·재산 피해를 입은 정국희 씨8월 2일 집중 호우로 인한 산사태로 인명·재산 피해를 입은 정국희 씨

■ "예측 어려운 집중 호우 계속될 듯, 소규모 지역으로 산사태 예보 세분화해야"

이번 장마는 6월에 시작해서 8월에 끝나 무려 54일, 역대 최장 기간이었습니다. 추적추적 지루하게 내리는 식이 아니라,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가 갑자기 쏟아진 건데요.
전문가들은 남북으로는 좁고 동서로는 긴 매우 좁은 장마전선이 형성돼 이 장마전선이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 양상을 띄었고, 앞으로도 이런 양상의 비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요인 때문에 곳곳에 침수와 홍수 피해를 막지 못했고, 특히 산사태 인명 피해가 컸습니다.

그런데, 인명 피해를 입은 곳 중에는 산림청이 지목한 '산사태 취약 지역' 명단에 빠져있는 곳이 다수 있었습니다.
산사태 취약지역을 정할 때 'OO시, OO군' 등 광역으로 정할 게 아니라, 지역을 좀더 세분화해 예보를 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실제로 이런 시스템을 개발한 곳이 있었습니다.

송영석/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환경재해연구센터장송영석/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환경재해연구센터장

바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환경재해연구센터입니다. 이 곳의 송영석 센터장은 산사태 조기경보시스템에 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나라에 산사태 조기경보시스템이 구축돼있긴 하지만, 광역적인 규모로밖에 산사태 조기경보발령이 안되는 상황이거든요. 그러다보니 특정 지역이나 소규모 지역을 대상으로 조기경보 시스템이 구축되도록 지원이 필요할 것 같고요. 그런 지원들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뤄져야될 것 같아요. 연구원이나 기관들에서 개발된 기술들이 검증되고, 또 검증된 기술들을 실제로 활용해서 국가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갖춰지면, 실제로 현장에 적용해서 산사태에 대한 피해를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이 돼요."

그러면서 이 센터에서 개발한 조기경보 시스템은 주민들이 대피할 시간을 보다 더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저희가 개발한 '사전 강우정보연동 산사태 조기경보 시스템'은 사전 예측된 강우 정보를 토대로 물리기반의 산사태 예측기술을 적용해서 최대 하루 전에 산사태 조기경보 발령이 가능하기 때문에 피해위험 지역의 주민이 대피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

하지만 이 시스템도 대전제는 '사전 예측된 강우 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니, 달라진 집중호우 양상에 따라 강우 예보 시스템도 달리 접근해야 할 것 같네요.

정확한 비 예측과, 그에 따른 세분화한 산사태 경보 발령이 가능하더라도 또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이 정보가 '제대로 전달돼야 한다'는 점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 동네일 줄이야' 이렇게 느껴선 안된다는 거죠.

김석우 강원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이번 집중호우로 예상치 못한 곳에서 산사태 피해가 난 것을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산사태) 재난문자 수신과 관련해서도 전달 체계가 개선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예를 들면, 산사태를 유발한 강우의 강도가 밤 시간대에 조금 더 세더라고요. 밖에 있을 때보다는 집에 있으면서 잠을 자고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때라는 거죠.
그런데 그 때 재난 문자 메시지가 오면 어떻게 느낄까요? 가령 제가 잠을 자다가 메시지를 받아도 '설마, 설마'하는 생각이 들 것 같거든요? 그렇다면 연세가 더 드신 분들은 문자 메시지를 보시고 과연 이동(대피)을 하실까... 때문에, 특히 산사태 예보는 문자 메시지보다는 아날로그식
'재해 방송'을 해야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문자 메시지는 스팸성이나 인스턴트성으로 잘 안 보기도 하고 와닿지가 않잖아요.
산사태는 얼마나 경보 전달이 잘 돼서 잘 피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경보 전달 체계'를 국가가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늘 탓만 할 것인가?

산사태 피해를 입은 충주시의 주민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두 가지 말씀이 있었습니다.

1)가뭄을 걱정하던 우리 동네에 비가 이렇게 올 줄은 몰랐다.
2)산사태가 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 놓은 사람들 탓도 있다.

천재(天災)도 있지만 인재 요인도 있었다는 얘기였습니다.

8월 집중 호우에 의한 산사태로 산 정상에서부터 수백미터 아래까지 쓸려내려간 충주시 산척면 석천리 마을8월 집중 호우에 의한 산사태로 산 정상에서부터 수백미터 아래까지 쓸려내려간 충주시 산척면 석천리 마을

산림청의 올해 '전국 산사태방지 종합대책'에는 이런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최근 증가하는 산사태 피해 면적과 태풍 및 국지성 집중호우 등 기상여건과 산지 태양광 설치 등 산지전용 추이를 고려할 때 산사태발생 위험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됨'

그런데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산림청은 소관 상임위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정점식 의원실에 이런 답변을 했습니다.

"8월 11일 17시 현재 산사태 발생은 총 1,482개소, 산지 태양광발전시설 피해현황은 총 12건으로서 전체 산사태 발생 개소의 0.8% 수준. 따라서, 금년 호우기 산사태의 주범이 산지태양광시설 때문이라는 것은 무리한 입장으로 판단됨."

물론, 이번에 일어난 산사태들이 산지 태양광시설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산림청이 답한 것처럼 전체 피해의 1%가 채 안되기 때문이지요.

이번 장마 기간 산지 태양광발전시설에서 토사 유실 등 산사태 피해 발생 현황이번 장마 기간 산지 태양광발전시설에서 토사 유실 등 산사태 피해 발생 현황

하지만 위 자료를 보면, 산지 태양광발전시설이 있는 곳에서 비교적 큰 면적의 산사태 피해가 나는 것은 사실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앞선 답변을 한 이후에 피해 지역도 4곳이 늘었고요.

이번엔 아래 자료를 볼까요? 최근 5년간 산지에 태양광발전시설 설치를 위해 벌목한 나무 수를 보면 매년 2~3배 이상씩 늘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 태양광발전시설 설치를 위해 벌목(또는 작업)된 임야 및 나무 수최근 5년간 태양광발전시설 설치를 위해 벌목(또는 작업)된 임야 및 나무 수

태양광발전시설 설치도 긴요한 사업일 수 있겠으나, 이를 위한 벌목과 이후의 산사태 방지 조치를 허술히 하면, 대형 재난으로 직결된다는 점. 지난 몇 년간의 통계 자료가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취재진이 만난 피해 주민 85세 김영훈 할아버지의 말씀은 시사점이 큽니다. 김영훈 할아버지는 이번 집중호우 때 산사태로 집을 잃고, 아내와 자식들이 토사에 파묻혔다 겨우 구조됐습니다.

"사람들이 작년 겨울에 간벌한다고 잣나무가 꽉 들어찬 걸 베어버렸어요. 그랬으면 이걸 복구해서 산사태가 안나게끔 해야하는게 원린데, 이 사람들이 그냥 내버려두고 간거야. 내가 우리 할아버지 때부터 살아서 이 터에서 200년을 넘게 살았거든? 그리고 72년도에 딱 한번 큰 홍수가 났었어도, 이런 적은 없었어요."

올해 역대 최장 장마는 하루에 수백mm의 비를, 그것도 특정 동네에 집중적으로 퍼붓는 현상을 보여 많은 인명 피해가 났습니다.

내년에도 또 비는 올 겁니다. '예년과 다른' 기후를 맞이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면, 아주 작은 피해의 씨앗이라도 걷어내는 '예년과 다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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