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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 여름의 경고]⑧ 올겨울은 추울까, 따뜻할까…“라니냐·북극 vs 온실가스”
입력 2020.10.09 (11:00) 수정 2020.10.09 (11:05) 취재K

지난 3년 동안, 특히 여름철을 중심으로 한반도는 여러 가지 자연 재난으로 신음했습니다. 2018년엔 강원도 홍천 기온이 41도까지 올라가는 역대 최악의 폭염이 왔었고, 2019년엔 여름과 가을에 걸쳐 태풍이 7개나 들이닥쳤습니다. 1950년 관측 이후 역대 최다 태풍 기록이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54일 동안 역대 최장 기간 장마가 이어지면서, 곳곳에서 물난리가 났습니다.

몇 년간 잇따르고 있는 자연 재난은 우리나라도 이미 기후의 '위기'가 다가왔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KBS는 '지난 3년 여름의 경고'라는 제목으로 KBS 1TV 9시 뉴스와 디지털 뉴스를 통해 연속으로 보도합니다. <편집자 주>


2020년은 코로나19의 유행과 함께 기상이변으로 전 세계가 휘청거린 한 해였습니다. 시작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1월은 연중 가장 추운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비정상적으로 따뜻했고 러시아와 핀란드 같은 북극권에선 이상 고온현상이 이어졌습니다.

2월 들어서는 남극에도 파장이 밀려왔습니다. 남극 대륙의 북쪽 끝, 그러니까 아르헨티나 남쪽 바다에 있는 시모어 섬의 일 최고기온이 20.75℃까지 올라간 겁니다. 남극에서 20℃가 넘는 기록이 나온 것 자체가 처음이었는데요. 우리나라의 지난겨울 기온도 관측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눈 대신 비가 자주 내렸고 두툼한 패딩을 꺼낼까 망설이는 사이에 끝나버린 '이상한 겨울'이었습니다.

올 2월 남극 시모어 섬의 일 최고기온이 20.75℃까지 올라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올 2월 남극 시모어 섬의 일 최고기온이 20.75℃까지 올라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겨울이 지난 뒤에도 고온현상과 건조한 날씨 탓에 시베리아를 시작으로 미국에서 산불이 계속됐습니다. 올여름 한반도에는 최장기 장마와 태풍 3개가 연이어 찾아왔는데 이제는 모두 지나간 듯합니다. 궂은 날씨가 끝나고 쾌청한 하늘을 만끽하고 있지만 언제 '평화'가 깨질지 두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연관기사] 불타오르는 시베리아, 우리와의 연결고리는?

■올가을 '라니냐' 국면, 또다시 기상이변 가능성

세계기상기구(WMO)는 올가을 라니냐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라니냐는
열대 지역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소보다 0.5℃ 이상 낮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할 때를 의미합니다. 적도 무역풍이 강하게 불면서 페루 부근 남미 앞바다에 차가운 바닷물이 밀려 올라오는 용승 현상이 강해지게 되는데, 엘니뇨와 반대의 현상입니다.

동태평양의 바닷물 수온이 평소보다 더 낮아질수록 강한 라니냐 국면에 접어들게 됩니다. 현재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0.8℃ 낮은 상태를 보이는데요. 라니냐는 초겨울인 12월을 지나 내년 초까지 지속할 가능성이 있고, 지금보다 더 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a)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8℃ 낮은 상태를 보이고 있다.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a)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8℃ 낮은 상태를 보이고 있다.

'라니냐'에 주목하는 이유는 지구촌 곳곳에 기상이변을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태평양 인접 국가에 피해가 집중됩니다. 북미에는 한파, 남미는 가뭄, 반대로 인도네시아나 필리핀 같은 동남아시아에는 비가 많이 내리고 홍수 위험이 커집니다.

우리는 라니냐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지만, 11월과 12월에 북풍 계열의 바람이 자주 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차갑고 건조한 바람이 유입되며 기온을 평년보다 끌어내리고 강수량도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는데요. 겨울 후반인 1~2월보다는 초겨울인 12월에 더 상관관계가 높은 편입니다. 그렇다면 올해도 겨울의 시작부터 강추위가 찾아올까요?

■한반도 겨울 날씨, '라니냐'라는 변수 외에도…

그러나 '라니냐'라는 변수만 볼 수는 없습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1983년과 1998년 겨울 우리나라에는 강력한 라니냐가 찾아왔지만, 오히려 상반되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두 해 모두 강수량은 적었지만 1983년은 평년보다 추웠던 반면 1998년은 오히려 따뜻했습니다.

한반도의 경우 대륙과 해양의 영향을 동시에 받기 때문에 엘니뇨와 라니냐 같은 열대 해수면 온도 변화뿐만 아니라 북극 해빙과 북극진동, 유라시아 대륙의 눈 덮임 면적 등 고려해야 할 다른 요소들이
더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2010년을 전후해 북반구에 기록적인 한파를 몰고 온 '북극'이라는 변수를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여름철 '북극의 얼음'이 많이 녹으면 북극 주위를 도는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그해 겨울 한파를 몰고 오는 현상이 나타났는데요. '온난화의 역설'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어느 해 겨울은 온난화로 추위가 실종되고 또 어느 해는 한강이 꽁꽁 얼어버릴 정도로 길고 긴 한파가 닥치고 있습니다. 해마다 가을 이맘때쯤 다가오는 겨울 날씨를 전망하는 취재를 해왔는데요. 기후변화로 겨울 날씨의 변동 폭이 갈수록 커지고 예측하기도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기상전문기자로서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역대 두 번째로 많은 녹은 북극 얼음, 강추위 예고?


올해 이상 고온 현상으로 북극의 얼음은 관측 이후 두 번째로 많이 녹았습니다. 2012년에 이어 가장 많은 면적의 얼음이 사라졌는데요. 무조건 해빙이 많이 녹았다고 우리나라에 영향이 있는 것은 아니고요. 동시베리아 해와 카라-바렌츠해 쪽이 많이 녹으면 우랄산맥 부근에서 블로킹 상태가 지속해 한반도에 한파를 몰고 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래 그림을 보면 올해 동시베리아 해와 바렌츠해에서 붉은색으로 보이는 평년보다 많은 얼음이 사라졌습니다.


블로킹은 대기의 흐름이 비정상적으로 정체하는 현상입니다. 겨울철 우리나라 서쪽의 우랄산맥이나 동쪽 오호츠크해 부근에 블로킹이 생기면 장기 한파가 발생하는데요. 두 지역에 동시에 블로킹이 나타나는 '더블 블로킹'도 있습니다. 차가운 고기압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계속 정체하면 그사이에 놓인 한반도에는 끊임없이 북풍이 불어오고 기온이 급락하게 됩니다.

[연관기사] 북극 얼음 역대 두 번째로 많이 녹았다…“올겨울 한파 가능성”

■라니냐와 북극의 영향, '동시'에 받을 수도…

올해의 경우 추운 겨울을 유도하는 인자인 라니냐와 북극의 영향을 동시에 받을 수도 있다고 기후학자들은 내다보고 있는데요. 과거 사례를 찾아봤더니 북극의 얼음이 가장 많이 녹았던(카라-바렌츠해 포함) 2012년 우리나라 겨울은 아주 추웠습니다.

라니냐 영향이 없었는데도 전국 평균 한파 일수가 10.4일로 최근 30년 사이 가장 추운 겨울이었습니다. 또 2010년과 2017년엔 북극의 영향은 2012년보다 덜했지만, 라니냐가 겹쳐지면서 한파 일수가 크게 늘었습니다.

라니냐와 북극에 이어 이제 남은 변수는 유라시아 대륙의 '눈 덮임 면적'(snow cover)으로 좁혀집니다.
10월 중순까지 유라시아 대륙에 많은 눈이 내려서 쌓이면 햇볕을 반사해 기온을 떨어뜨리고 차가운 대륙 고기압을 강하게 발달시킬 수 있기 때문인데요. 아직은 겨울까지 시간이 좀 남은 만큼 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연 변동' 뛰어넘는 최대 변수는 '온실가스'

여기에 '온실가스'에 의한 기후변화도 강력한 변수로 고려해야 합니다. 2010년대 들어 매년 전 지구 평균기온은 새로운 기록을 세워가고 있고 한랭한 경향이 나타나는 라니냐 시기에도 기온 상승은 멈추지 않고 있는데요. 그래서 온실가스와 기후변화는 자연 변동인 엘니뇨와 라니냐를 감쇄할 수 있는 최대 변수로 꼽히기도 합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서해안 안면도에서 측정한 이산화탄소 농도는 417.9ppm으로 관측 이후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관측이 처음 시작된 1999년만 해도 370ppm대였지만 2013년 처음으로 400ppm을 넘어섰고 이후에도 파죽지세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 지구의 평균 농도인 409.8ppm보다 8.1ppm 높았는데 매년 2ppm 이상 농도가 치솟고 있습니다.



[연관기사] 국내 이산화탄소 농도 ‘최고치’ 경신…유럽 “기후위기, 코로나19 만큼 심각”

우리나라를 포함해 동아시아 지역은 전 세계적으로도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지역으로 꼽힙니다. 온실가스를 많이 뿜어내는 만큼 기후변화의 영향도 크게 나타나는데요. APEC 기후센터를 비롯한 기후예측모델에서는 이번 겨울도 동아시아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 따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온실가스의 영향력을 그 무엇보다도 크게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APEC 기후예측모델은 2020년 10∼12월, 2021년 1∼3월 동아시아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APEC 기후예측모델은 2020년 10∼12월, 2021년 1∼3월 동아시아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 그렇다면 이번 겨울은 추울까요? 아니면 지난겨울처럼 따뜻할까요?

12월에 가까워질수록 예측의 정확도는 높아지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불확실성' 역시 해마다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기후위기로 '극단'을 치닫는 기상 현상이 계속되고 결코 '중간'은 없다는 걸 우리는 지난 3년간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작년에 폭염이 심했으니, 작년에 태풍이 많았으니…올해는 아닐 거야.'라는 어설픈 기대를 접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기상이변으로 가득했던 올 한해는 앞으로 또 어떤 생채기를 남길까요? 코로나19는 백신이 개발되면 끝나지만, 기후위기는 지금 온실가스 배출을 멈춰도 향후 수백 년간 지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코로나19가 끝나더라도 변화된 기후와 생태계 파괴는 새로운 바이러스와 감염병을 끊임없이 우리가 사는 세계로 불러낼지 모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후위기가 코로나19보다 더 심각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는 무엇일까요? 끝을 내다볼 수 없는 장마와 폭염, 태풍, 한파를 걱정하고 감염병과 싸우는 미래를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면 우리도 하루빨리 탄소 중립 경제를 선언하고, 구체적인 방법들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요.
  • [지난 3년 여름의 경고]⑧ 올겨울은 추울까, 따뜻할까…“라니냐·북극 vs 온실가스”
    • 입력 2020-10-09 11:00:29
    • 수정2020-10-09 11:05:26
    취재K

지난 3년 동안, 특히 여름철을 중심으로 한반도는 여러 가지 자연 재난으로 신음했습니다. 2018년엔 강원도 홍천 기온이 41도까지 올라가는 역대 최악의 폭염이 왔었고, 2019년엔 여름과 가을에 걸쳐 태풍이 7개나 들이닥쳤습니다. 1950년 관측 이후 역대 최다 태풍 기록이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54일 동안 역대 최장 기간 장마가 이어지면서, 곳곳에서 물난리가 났습니다.

몇 년간 잇따르고 있는 자연 재난은 우리나라도 이미 기후의 '위기'가 다가왔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KBS는 '지난 3년 여름의 경고'라는 제목으로 KBS 1TV 9시 뉴스와 디지털 뉴스를 통해 연속으로 보도합니다. <편집자 주>


2020년은 코로나19의 유행과 함께 기상이변으로 전 세계가 휘청거린 한 해였습니다. 시작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1월은 연중 가장 추운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비정상적으로 따뜻했고 러시아와 핀란드 같은 북극권에선 이상 고온현상이 이어졌습니다.

2월 들어서는 남극에도 파장이 밀려왔습니다. 남극 대륙의 북쪽 끝, 그러니까 아르헨티나 남쪽 바다에 있는 시모어 섬의 일 최고기온이 20.75℃까지 올라간 겁니다. 남극에서 20℃가 넘는 기록이 나온 것 자체가 처음이었는데요. 우리나라의 지난겨울 기온도 관측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눈 대신 비가 자주 내렸고 두툼한 패딩을 꺼낼까 망설이는 사이에 끝나버린 '이상한 겨울'이었습니다.

올 2월 남극 시모어 섬의 일 최고기온이 20.75℃까지 올라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올 2월 남극 시모어 섬의 일 최고기온이 20.75℃까지 올라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겨울이 지난 뒤에도 고온현상과 건조한 날씨 탓에 시베리아를 시작으로 미국에서 산불이 계속됐습니다. 올여름 한반도에는 최장기 장마와 태풍 3개가 연이어 찾아왔는데 이제는 모두 지나간 듯합니다. 궂은 날씨가 끝나고 쾌청한 하늘을 만끽하고 있지만 언제 '평화'가 깨질지 두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연관기사] 불타오르는 시베리아, 우리와의 연결고리는?

■올가을 '라니냐' 국면, 또다시 기상이변 가능성

세계기상기구(WMO)는 올가을 라니냐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라니냐는
열대 지역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소보다 0.5℃ 이상 낮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할 때를 의미합니다. 적도 무역풍이 강하게 불면서 페루 부근 남미 앞바다에 차가운 바닷물이 밀려 올라오는 용승 현상이 강해지게 되는데, 엘니뇨와 반대의 현상입니다.

동태평양의 바닷물 수온이 평소보다 더 낮아질수록 강한 라니냐 국면에 접어들게 됩니다. 현재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0.8℃ 낮은 상태를 보이는데요. 라니냐는 초겨울인 12월을 지나 내년 초까지 지속할 가능성이 있고, 지금보다 더 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a)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8℃ 낮은 상태를 보이고 있다.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a)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8℃ 낮은 상태를 보이고 있다.

'라니냐'에 주목하는 이유는 지구촌 곳곳에 기상이변을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태평양 인접 국가에 피해가 집중됩니다. 북미에는 한파, 남미는 가뭄, 반대로 인도네시아나 필리핀 같은 동남아시아에는 비가 많이 내리고 홍수 위험이 커집니다.

우리는 라니냐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지만, 11월과 12월에 북풍 계열의 바람이 자주 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차갑고 건조한 바람이 유입되며 기온을 평년보다 끌어내리고 강수량도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는데요. 겨울 후반인 1~2월보다는 초겨울인 12월에 더 상관관계가 높은 편입니다. 그렇다면 올해도 겨울의 시작부터 강추위가 찾아올까요?

■한반도 겨울 날씨, '라니냐'라는 변수 외에도…

그러나 '라니냐'라는 변수만 볼 수는 없습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1983년과 1998년 겨울 우리나라에는 강력한 라니냐가 찾아왔지만, 오히려 상반되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두 해 모두 강수량은 적었지만 1983년은 평년보다 추웠던 반면 1998년은 오히려 따뜻했습니다.

한반도의 경우 대륙과 해양의 영향을 동시에 받기 때문에 엘니뇨와 라니냐 같은 열대 해수면 온도 변화뿐만 아니라 북극 해빙과 북극진동, 유라시아 대륙의 눈 덮임 면적 등 고려해야 할 다른 요소들이
더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2010년을 전후해 북반구에 기록적인 한파를 몰고 온 '북극'이라는 변수를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여름철 '북극의 얼음'이 많이 녹으면 북극 주위를 도는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그해 겨울 한파를 몰고 오는 현상이 나타났는데요. '온난화의 역설'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어느 해 겨울은 온난화로 추위가 실종되고 또 어느 해는 한강이 꽁꽁 얼어버릴 정도로 길고 긴 한파가 닥치고 있습니다. 해마다 가을 이맘때쯤 다가오는 겨울 날씨를 전망하는 취재를 해왔는데요. 기후변화로 겨울 날씨의 변동 폭이 갈수록 커지고 예측하기도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기상전문기자로서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역대 두 번째로 많은 녹은 북극 얼음, 강추위 예고?


올해 이상 고온 현상으로 북극의 얼음은 관측 이후 두 번째로 많이 녹았습니다. 2012년에 이어 가장 많은 면적의 얼음이 사라졌는데요. 무조건 해빙이 많이 녹았다고 우리나라에 영향이 있는 것은 아니고요. 동시베리아 해와 카라-바렌츠해 쪽이 많이 녹으면 우랄산맥 부근에서 블로킹 상태가 지속해 한반도에 한파를 몰고 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래 그림을 보면 올해 동시베리아 해와 바렌츠해에서 붉은색으로 보이는 평년보다 많은 얼음이 사라졌습니다.


블로킹은 대기의 흐름이 비정상적으로 정체하는 현상입니다. 겨울철 우리나라 서쪽의 우랄산맥이나 동쪽 오호츠크해 부근에 블로킹이 생기면 장기 한파가 발생하는데요. 두 지역에 동시에 블로킹이 나타나는 '더블 블로킹'도 있습니다. 차가운 고기압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계속 정체하면 그사이에 놓인 한반도에는 끊임없이 북풍이 불어오고 기온이 급락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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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니냐와 북극의 영향, '동시'에 받을 수도…

올해의 경우 추운 겨울을 유도하는 인자인 라니냐와 북극의 영향을 동시에 받을 수도 있다고 기후학자들은 내다보고 있는데요. 과거 사례를 찾아봤더니 북극의 얼음이 가장 많이 녹았던(카라-바렌츠해 포함) 2012년 우리나라 겨울은 아주 추웠습니다.

라니냐 영향이 없었는데도 전국 평균 한파 일수가 10.4일로 최근 30년 사이 가장 추운 겨울이었습니다. 또 2010년과 2017년엔 북극의 영향은 2012년보다 덜했지만, 라니냐가 겹쳐지면서 한파 일수가 크게 늘었습니다.

라니냐와 북극에 이어 이제 남은 변수는 유라시아 대륙의 '눈 덮임 면적'(snow cover)으로 좁혀집니다.
10월 중순까지 유라시아 대륙에 많은 눈이 내려서 쌓이면 햇볕을 반사해 기온을 떨어뜨리고 차가운 대륙 고기압을 강하게 발달시킬 수 있기 때문인데요. 아직은 겨울까지 시간이 좀 남은 만큼 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연 변동' 뛰어넘는 최대 변수는 '온실가스'

여기에 '온실가스'에 의한 기후변화도 강력한 변수로 고려해야 합니다. 2010년대 들어 매년 전 지구 평균기온은 새로운 기록을 세워가고 있고 한랭한 경향이 나타나는 라니냐 시기에도 기온 상승은 멈추지 않고 있는데요. 그래서 온실가스와 기후변화는 자연 변동인 엘니뇨와 라니냐를 감쇄할 수 있는 최대 변수로 꼽히기도 합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서해안 안면도에서 측정한 이산화탄소 농도는 417.9ppm으로 관측 이후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관측이 처음 시작된 1999년만 해도 370ppm대였지만 2013년 처음으로 400ppm을 넘어섰고 이후에도 파죽지세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 지구의 평균 농도인 409.8ppm보다 8.1ppm 높았는데 매년 2ppm 이상 농도가 치솟고 있습니다.



[연관기사] 국내 이산화탄소 농도 ‘최고치’ 경신…유럽 “기후위기, 코로나19 만큼 심각”

우리나라를 포함해 동아시아 지역은 전 세계적으로도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지역으로 꼽힙니다. 온실가스를 많이 뿜어내는 만큼 기후변화의 영향도 크게 나타나는데요. APEC 기후센터를 비롯한 기후예측모델에서는 이번 겨울도 동아시아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 따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온실가스의 영향력을 그 무엇보다도 크게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APEC 기후예측모델은 2020년 10∼12월, 2021년 1∼3월 동아시아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APEC 기후예측모델은 2020년 10∼12월, 2021년 1∼3월 동아시아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 그렇다면 이번 겨울은 추울까요? 아니면 지난겨울처럼 따뜻할까요?

12월에 가까워질수록 예측의 정확도는 높아지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불확실성' 역시 해마다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기후위기로 '극단'을 치닫는 기상 현상이 계속되고 결코 '중간'은 없다는 걸 우리는 지난 3년간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작년에 폭염이 심했으니, 작년에 태풍이 많았으니…올해는 아닐 거야.'라는 어설픈 기대를 접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기상이변으로 가득했던 올 한해는 앞으로 또 어떤 생채기를 남길까요? 코로나19는 백신이 개발되면 끝나지만, 기후위기는 지금 온실가스 배출을 멈춰도 향후 수백 년간 지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코로나19가 끝나더라도 변화된 기후와 생태계 파괴는 새로운 바이러스와 감염병을 끊임없이 우리가 사는 세계로 불러낼지 모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후위기가 코로나19보다 더 심각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는 무엇일까요? 끝을 내다볼 수 없는 장마와 폭염, 태풍, 한파를 걱정하고 감염병과 싸우는 미래를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면 우리도 하루빨리 탄소 중립 경제를 선언하고, 구체적인 방법들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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