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 여름의 경고]⑥ 올해는 잊고 지나갔지만…‘극한 폭염’은 반드시 다시 온다

입력 2020.10.08 (10:01) 수정 2020.10.0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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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7월 13일 KBS 뉴스9. 1994년은 2018년 전까지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다.1994년 7월 13일 KBS 뉴스9. 1994년은 2018년 전까지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다.

지난 3년 동안, 특히 여름철을 중심으로 한반도는 여러가지 자연 재난으로 신음했습니다. 2018년엔 강원도 홍천 기온이 41도까지 올라가는 역대 최악의 폭염이 왔었고, 2019년엔 여름과 가을에 걸쳐 태풍이 7개나 들이닥쳤습니다. 1950년 관측 이후 역대 최다 태풍 기록이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54일 동안 역대 최장 기간 장마가 이어지면서, 곳곳에서 물난리가 났습니다.

몇 년간 잇따르고 있는 자연 재난은 우리나라도 이미 기후의 '위기'가 다가왔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KBS는 '지난 3년 여름의 경고'라는 제목으로 KBS 1TV 9시 뉴스와 디지털 뉴스를 통해 연속으로 보도합니다. <편집자 주>

참 희한한 여름 날씨였습니다. 역대 최장 장마에 이어 3개의 강력한 태풍이 잇따라 상륙했었죠. 그런데 긴 장마와 태풍이 지나는 사이 하나 잊고 지낸 것이 있습니다. '폭염'입니다.

■ 올여름 폭염 일수 8.6일…과거 30년 평균보다도 적어

물론 올해 폭염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최근 몇 년과 비교했을 때, 그리고 기상청의 전망과 비교했을 때 올여름 폭염은 잊고 지낼 만큼 적었다는 것입니다.


올여름 전국 평균 폭염 일수는 8.6일로 나타났습니다. 역대 가장 더웠던 2018년의 31.4일과는 비교할 것도 없고, 평년(9.8일)과 비교해도 오히려 1.2일 적었습니다.

평년은 1981년부터 2010년까지 30년간의 평균값을 의미합니다. 비교적 선선했던 과거 기록과 견주어도 올여름은 분명 긴 폭염 없이 지나간 겁니다.

또 기상청은 올여름 폭염 일수가 20~25일에 달해 역대 3위 수준에 가까울 것으로 내다봤었는데요. 이 전망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 "온난화라는데"…최근 3년 폭염 일수는 감소세

이상한 일입니다. 지구는 갈수록 더워진다는데 최근 3년간 폭염 일수를 보면 2018년 31.4일, 2019년 13.3일, 2020년 8.6일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런 일은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2018년 이전에 역대 가장 더웠던 해는 1994년입니다. 1994년 여름을 겪으며 '이제 40도 더위가 일상화되겠구나' 걱정했지만, 그 뒤로 20년 넘게 그해만큼 더운 여름은 없었습니다.

폭염에도 장기간의 큰 '변화' 속에 해마다 달라지는 작은 '변동'이 존재한다는 얘기입니다.

■ "한반도 폭염은 3개의 파동이 좌우"

그렇다면 해마다 이러한 '변동'은 왜 생기는 걸까요? UNIST 폭염연구센터 연구진은 전 세계 날씨에 영향을 주는 대기 흐름의 파동에서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우리나라는 대륙과 해양의 경계에 위치해 여러 가지 대기의 파동에 영향을 받는데 중위도에서 오는 파동(환지구원격상관 패턴)뿐만 아니라, 열대 지역(태평양-일본 패턴), 여기에 극 지역(북극 진동)에서 오는 파동에도 영향을 받는다는 설명입니다.

이명인 UNIST 폭염연구센터장은 "이러한 세 개의 파동들이 어떻게 맞물리느냐에 따라 2018년처럼 극한 폭염이 나타날 수도, 올해처럼 긴 장마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연못에 돌멩이를 여러 개 던지면 어떨 때는 물결이 서로 부딪쳐 사라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서로 맞아떨어져 높게 치솟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올여름 긴 장마와 폭염 일수가 적었던 원인을 설명한 기상청 모식도. 한반도의 여름철 날씨는 이처럼 중위도뿐만 아니라 북극과 열대 해상의 영향도 받는다.올여름 긴 장마와 폭염 일수가 적었던 원인을 설명한 기상청 모식도. 한반도의 여름철 날씨는 이처럼 중위도뿐만 아니라 북극과 열대 해상의 영향도 받는다.

실제 폭염이 극심했던 1994년과 2018년에는 위 세 파동이 모두 양(+)의 값을 나타냈습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폭염 일수가 적었던 1993년과 올해는 위 세 파동이 모두 음(-)의 값을 나타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자연적인 '변동' 뛰어넘는 인간이 만든 '기후 변화'

앞서 설명해 드린 세 가지 파동은 모두 자연적인 현상입니다. 문제는 이 자연적인 '변동'의 바깥에서 더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간이 만든 '기후 변화'입니다.


위 그림은 1910년대부터 최근까지의 평균, 최고, 최저기온 변화를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보시면 해마다 잔파도처럼 작은 오르내림이 있지만, 장기간으로 보면 상승하는 추세가 뚜렷합니다.

그래프의 잔파도가 앞서 말씀드린 자연적인 '변동'이라면, 점선으로 나타난 장기간의 상승 추세는 인간 활동이 일으킨 '변화', 즉 지구 온난화를 뜻합니다.

그러니까 미래에도 일시적으로 올해처럼 덜 더운 해도 있겠지만, 전체적인 기온이 상승하는 탓에 2018년처럼 파동이 맞아 떨어지는 해에는 더 극한 폭염이 찾아올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 증거는 올해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반도를 비껴간 열파는 올여름 시베리아를 뒤덮었습니다. 원래 여름철에도 서늘하던 이 지역의 최고기온이 38도까지 치솟았는데요. 예년 기온을 무려 20도 가까이 웃도는 사상 초유의 폭염이었습니다.

한반도의 한여름 평균 최고기온은 30도 안팎입니다. 만약 이를 20도가량 웃도는 폭염이 찾아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지만, 우리와 그리 멀지 않은 지역에서 바로 올해 일어난 현상입니다.

■ "극한 폭염은 반드시 다시 온다"

기상학자들은 가장 어려운 기상 예보를 '여름철 전망'과 같은 계절 예보라고 말합니다. 앞서 예를 든 것처럼 연못에 던진 수많은 돌멩이가 어떤 물결을 만들어낼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반면 이보다 긴 미래 기후 전망은 계절 전망보다 오히려 훨씬 더 쉽다고 얘기합니다. 그동안 인간이 뿜어낸 탄소가 대기 중에 머물며 지구를 끊임없이 데울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후학자들은 "극한 폭염은 반드시 다시 온다"고 말합니다. 그것도 조만간, 더 강한 위력으로 찾아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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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3년 여름의 경고]⑥ 올해는 잊고 지나갔지만…‘극한 폭염’은 반드시 다시 온다
    • 입력 2020-10-08 10:01:08
    • 수정2020-10-08 16:50:48
    취재K
1994년 7월 13일 KBS 뉴스9. 1994년은 2018년 전까지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다.

지난 3년 동안, 특히 여름철을 중심으로 한반도는 여러가지 자연 재난으로 신음했습니다. 2018년엔 강원도 홍천 기온이 41도까지 올라가는 역대 최악의 폭염이 왔었고, 2019년엔 여름과 가을에 걸쳐 태풍이 7개나 들이닥쳤습니다. 1950년 관측 이후 역대 최다 태풍 기록이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54일 동안 역대 최장 기간 장마가 이어지면서, 곳곳에서 물난리가 났습니다.

몇 년간 잇따르고 있는 자연 재난은 우리나라도 이미 기후의 '위기'가 다가왔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KBS는 '지난 3년 여름의 경고'라는 제목으로 KBS 1TV 9시 뉴스와 디지털 뉴스를 통해 연속으로 보도합니다. <편집자 주>

참 희한한 여름 날씨였습니다. 역대 최장 장마에 이어 3개의 강력한 태풍이 잇따라 상륙했었죠. 그런데 긴 장마와 태풍이 지나는 사이 하나 잊고 지낸 것이 있습니다. '폭염'입니다.

■ 올여름 폭염 일수 8.6일…과거 30년 평균보다도 적어

물론 올해 폭염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최근 몇 년과 비교했을 때, 그리고 기상청의 전망과 비교했을 때 올여름 폭염은 잊고 지낼 만큼 적었다는 것입니다.


올여름 전국 평균 폭염 일수는 8.6일로 나타났습니다. 역대 가장 더웠던 2018년의 31.4일과는 비교할 것도 없고, 평년(9.8일)과 비교해도 오히려 1.2일 적었습니다.

평년은 1981년부터 2010년까지 30년간의 평균값을 의미합니다. 비교적 선선했던 과거 기록과 견주어도 올여름은 분명 긴 폭염 없이 지나간 겁니다.

또 기상청은 올여름 폭염 일수가 20~25일에 달해 역대 3위 수준에 가까울 것으로 내다봤었는데요. 이 전망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 "온난화라는데"…최근 3년 폭염 일수는 감소세

이상한 일입니다. 지구는 갈수록 더워진다는데 최근 3년간 폭염 일수를 보면 2018년 31.4일, 2019년 13.3일, 2020년 8.6일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런 일은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2018년 이전에 역대 가장 더웠던 해는 1994년입니다. 1994년 여름을 겪으며 '이제 40도 더위가 일상화되겠구나' 걱정했지만, 그 뒤로 20년 넘게 그해만큼 더운 여름은 없었습니다.

폭염에도 장기간의 큰 '변화' 속에 해마다 달라지는 작은 '변동'이 존재한다는 얘기입니다.

■ "한반도 폭염은 3개의 파동이 좌우"

그렇다면 해마다 이러한 '변동'은 왜 생기는 걸까요? UNIST 폭염연구센터 연구진은 전 세계 날씨에 영향을 주는 대기 흐름의 파동에서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우리나라는 대륙과 해양의 경계에 위치해 여러 가지 대기의 파동에 영향을 받는데 중위도에서 오는 파동(환지구원격상관 패턴)뿐만 아니라, 열대 지역(태평양-일본 패턴), 여기에 극 지역(북극 진동)에서 오는 파동에도 영향을 받는다는 설명입니다.

이명인 UNIST 폭염연구센터장은 "이러한 세 개의 파동들이 어떻게 맞물리느냐에 따라 2018년처럼 극한 폭염이 나타날 수도, 올해처럼 긴 장마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연못에 돌멩이를 여러 개 던지면 어떨 때는 물결이 서로 부딪쳐 사라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서로 맞아떨어져 높게 치솟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올여름 긴 장마와 폭염 일수가 적었던 원인을 설명한 기상청 모식도. 한반도의 여름철 날씨는 이처럼 중위도뿐만 아니라 북극과 열대 해상의 영향도 받는다.
실제 폭염이 극심했던 1994년과 2018년에는 위 세 파동이 모두 양(+)의 값을 나타냈습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폭염 일수가 적었던 1993년과 올해는 위 세 파동이 모두 음(-)의 값을 나타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자연적인 '변동' 뛰어넘는 인간이 만든 '기후 변화'

앞서 설명해 드린 세 가지 파동은 모두 자연적인 현상입니다. 문제는 이 자연적인 '변동'의 바깥에서 더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간이 만든 '기후 변화'입니다.


위 그림은 1910년대부터 최근까지의 평균, 최고, 최저기온 변화를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보시면 해마다 잔파도처럼 작은 오르내림이 있지만, 장기간으로 보면 상승하는 추세가 뚜렷합니다.

그래프의 잔파도가 앞서 말씀드린 자연적인 '변동'이라면, 점선으로 나타난 장기간의 상승 추세는 인간 활동이 일으킨 '변화', 즉 지구 온난화를 뜻합니다.

그러니까 미래에도 일시적으로 올해처럼 덜 더운 해도 있겠지만, 전체적인 기온이 상승하는 탓에 2018년처럼 파동이 맞아 떨어지는 해에는 더 극한 폭염이 찾아올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 증거는 올해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반도를 비껴간 열파는 올여름 시베리아를 뒤덮었습니다. 원래 여름철에도 서늘하던 이 지역의 최고기온이 38도까지 치솟았는데요. 예년 기온을 무려 20도 가까이 웃도는 사상 초유의 폭염이었습니다.

한반도의 한여름 평균 최고기온은 30도 안팎입니다. 만약 이를 20도가량 웃도는 폭염이 찾아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지만, 우리와 그리 멀지 않은 지역에서 바로 올해 일어난 현상입니다.

■ "극한 폭염은 반드시 다시 온다"

기상학자들은 가장 어려운 기상 예보를 '여름철 전망'과 같은 계절 예보라고 말합니다. 앞서 예를 든 것처럼 연못에 던진 수많은 돌멩이가 어떤 물결을 만들어낼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반면 이보다 긴 미래 기후 전망은 계절 전망보다 오히려 훨씬 더 쉽다고 얘기합니다. 그동안 인간이 뿜어낸 탄소가 대기 중에 머물며 지구를 끊임없이 데울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후학자들은 "극한 폭염은 반드시 다시 온다"고 말합니다. 그것도 조만간, 더 강한 위력으로 찾아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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