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 여름의 경고]③ “이렇게 뜨거운 바다는 처음”…슈퍼태풍이 온다

입력 2020.10.06 (21:32) 수정 2020.10.0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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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우리나라엔 역대 가장 많은 7개의 태풍이 영향을 끼쳤고, 올해 여름에도 강력한 태풍 3개가 잇따라 한반도로 올라왔습니다.

특히 태풍 '마이삭'은 제주 산지에 하루 동안 1,000mm가 넘는 비를 뿌렸고, 태풍 '바비' 때는 가거도에 초속 66m의 강풍이 불어 태풍 기록을 새로 썼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이보다 더 센, 슈퍼태풍이 올 수도 있다고 합니다.

'지난 3년, 여름의 경고' 연속보도, 오늘(6일)은 태풍의 길목인 제주로 가 봅니다.

이예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제주도의 동쪽 끝, 성산일출봉 앞바다.

이른 아침 해녀들이 바다로 들어갑니다.

숨을 참고 물속에 들어갔다 나오기를 수십 차례, 네 시간 가까이 거친 파도를 견디며 물질을 했는데,

["이건 감태..."]

망태기는 반도 안 찼습니다.

[박태춘/해녀 : "(많이 잡으셨어요?) 많이 잡았지, 이거 봐라. (오늘 뭐 잡으신 거예요?) 소라, 소라지. (많이 못 잡으신 것 같은데요?) 이것이 많이 잡은 거야."]

5, 60년씩 물질을 해온 해녀들은 아직 수온 상승을 체감하진 못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톳과 감태 같은 해조류는 확실히 줄었고, 이걸 먹고 사는 전복 등도 사라졌다고 말합니다.

[고순자/해녀 : "전복이 없어요. 전복이. 소라는 그런대로 있는데 전복은 아예 없어요."]

해녀들조차 감지하지 못한 수온 변화.

제주 바다의 수온이 1924년 이후 연평균 0.01도씩 서서히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처음 관측을 시작했을 때보다 약 1.5도, 특히 겨울철 수온은 2도나 올랐습니다.

역대 가장 따뜻했던 지난겨울 수온은 13도를 기록했습니다.

[문일주/제주대 태풍연구센터 교수 : "공기가 0.5도 올라가는 거랑은 차원이 달라요. 해양의 0.5도는 생태계뿐 아니라 기후시스템에 엄청난 영향을 끼쳐요."]

문제는 우리나라의 상승률이 전 세계 평균보다도 높다는 겁니다.

특히 2010년 이후에 더 가팔라지고 있는데요.

현재 제주도 서귀포 앞바다 상황이 어떤지 KBS 취재팀이 직접 확인해 보겠습니다.

바다 골짜기를 따라 감태가 빽빽하게 밀집해 자라던 곳인데, 지금은 휑하게 비어 있습니다.

지난 2016년 협곡의 양쪽으로 감태가 길고 풍성하게 흐드러져 있던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감태가 줄었는지 한눈에 보입니다.

제주 토착어종은 줄고 외래종은 늘었습니다.

청줄돔, 아홉 동가리, 떼로 몰려다니는 주걱치 등 아열대성 어종이 흔해졌습니다.

필리핀, 오키나와 등 우리나라보다 더운 바다에 주로 사는 어종으로 1900년대 이전에는 제주 바다에 없던 것들입니다.

[고준철/국립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 연구사 : "열대성 기온 생물들이 겨울철에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기 때문에 서식 면적을 확산하고 있습니다."]

제주 바닷속 생태계가 얼마나 아열대화됐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종, 그물코 돌산호 입니다.

지난 2014년 6.6㎝에 불과했던 그물코 돌산호의 직경은 이제 27㎝입니다.

제주의 바다가 따뜻해지자 추운 겨울에도 죽지 않고 계속 자라 4배 넘게 커진 겁니다.

제주는 태풍의 길목이죠,

이렇게 지난 태풍의 피해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는데요.

앞으로 제주 바다의 수온이 올라가면 우리나라로 북상하는 태풍의 강도가 더 강해져서 슈퍼 태풍이 될거란 우려가 나옵니다.

태풍은 바다에서 증발한 따뜻한 수증기와 대기 상층의 차가운 공기가 만나면서 방출되는 에너지로 만들어집니다.

즉, 바다가 따뜻해지고 상층 대기 온도가 낮아지면 태풍의 세력은 더욱 강해집니다.

지난 2003년 우리나라를 강타한 '매미'가 해수면 온도가 2도에서 4도 정도 높아진 2100년에 북상한다면 어떻게 될까, 가상 실험 결과 중심기압은 892hpa로 매미보다 18hpa 낮아졌고, 최대 풍속은 64m/s로 매미보다 10m/s나 더 빨라지면서 슈퍼 태풍급으로 강력해졌습니다.

원래 타이완 인근에서 최고 강도에 도달하던 태풍이 앞으로는 우리나라 근해에서 최고 강도에 도달할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겁니다.

[문일주/제주대 태풍연구센터 교수 : 옛날에는 여기서 약해져야 할 태풍들이 지금은 계속 강도를 유지하거나 더 발달하면서까지 우리나라에 접근한다는 거죠."]

수온 상승으로 더 강한 태풍이 북상하는 건 이제 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과거의 태풍 데이터로만 방재 계획을 세웠다간, 피해가 아닌 재앙을 겪게 될 거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합니다.

KBS 뉴스 이예진입니다.

촬영기자:홍성백/그래픽:강민수 김정현 박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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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3년 여름의 경고]③ “이렇게 뜨거운 바다는 처음”…슈퍼태풍이 온다
    • 입력 2020-10-06 21:32:39
    • 수정2020-10-08 16:5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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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우리나라엔 역대 가장 많은 7개의 태풍이 영향을 끼쳤고, 올해 여름에도 강력한 태풍 3개가 잇따라 한반도로 올라왔습니다.

특히 태풍 '마이삭'은 제주 산지에 하루 동안 1,000mm가 넘는 비를 뿌렸고, 태풍 '바비' 때는 가거도에 초속 66m의 강풍이 불어 태풍 기록을 새로 썼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이보다 더 센, 슈퍼태풍이 올 수도 있다고 합니다.

'지난 3년, 여름의 경고' 연속보도, 오늘(6일)은 태풍의 길목인 제주로 가 봅니다.

이예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제주도의 동쪽 끝, 성산일출봉 앞바다.

이른 아침 해녀들이 바다로 들어갑니다.

숨을 참고 물속에 들어갔다 나오기를 수십 차례, 네 시간 가까이 거친 파도를 견디며 물질을 했는데,

["이건 감태..."]

망태기는 반도 안 찼습니다.

[박태춘/해녀 : "(많이 잡으셨어요?) 많이 잡았지, 이거 봐라. (오늘 뭐 잡으신 거예요?) 소라, 소라지. (많이 못 잡으신 것 같은데요?) 이것이 많이 잡은 거야."]

5, 60년씩 물질을 해온 해녀들은 아직 수온 상승을 체감하진 못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톳과 감태 같은 해조류는 확실히 줄었고, 이걸 먹고 사는 전복 등도 사라졌다고 말합니다.

[고순자/해녀 : "전복이 없어요. 전복이. 소라는 그런대로 있는데 전복은 아예 없어요."]

해녀들조차 감지하지 못한 수온 변화.

제주 바다의 수온이 1924년 이후 연평균 0.01도씩 서서히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처음 관측을 시작했을 때보다 약 1.5도, 특히 겨울철 수온은 2도나 올랐습니다.

역대 가장 따뜻했던 지난겨울 수온은 13도를 기록했습니다.

[문일주/제주대 태풍연구센터 교수 : "공기가 0.5도 올라가는 거랑은 차원이 달라요. 해양의 0.5도는 생태계뿐 아니라 기후시스템에 엄청난 영향을 끼쳐요."]

문제는 우리나라의 상승률이 전 세계 평균보다도 높다는 겁니다.

특히 2010년 이후에 더 가팔라지고 있는데요.

현재 제주도 서귀포 앞바다 상황이 어떤지 KBS 취재팀이 직접 확인해 보겠습니다.

바다 골짜기를 따라 감태가 빽빽하게 밀집해 자라던 곳인데, 지금은 휑하게 비어 있습니다.

지난 2016년 협곡의 양쪽으로 감태가 길고 풍성하게 흐드러져 있던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감태가 줄었는지 한눈에 보입니다.

제주 토착어종은 줄고 외래종은 늘었습니다.

청줄돔, 아홉 동가리, 떼로 몰려다니는 주걱치 등 아열대성 어종이 흔해졌습니다.

필리핀, 오키나와 등 우리나라보다 더운 바다에 주로 사는 어종으로 1900년대 이전에는 제주 바다에 없던 것들입니다.

[고준철/국립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 연구사 : "열대성 기온 생물들이 겨울철에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기 때문에 서식 면적을 확산하고 있습니다."]

제주 바닷속 생태계가 얼마나 아열대화됐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종, 그물코 돌산호 입니다.

지난 2014년 6.6㎝에 불과했던 그물코 돌산호의 직경은 이제 27㎝입니다.

제주의 바다가 따뜻해지자 추운 겨울에도 죽지 않고 계속 자라 4배 넘게 커진 겁니다.

제주는 태풍의 길목이죠,

이렇게 지난 태풍의 피해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는데요.

앞으로 제주 바다의 수온이 올라가면 우리나라로 북상하는 태풍의 강도가 더 강해져서 슈퍼 태풍이 될거란 우려가 나옵니다.

태풍은 바다에서 증발한 따뜻한 수증기와 대기 상층의 차가운 공기가 만나면서 방출되는 에너지로 만들어집니다.

즉, 바다가 따뜻해지고 상층 대기 온도가 낮아지면 태풍의 세력은 더욱 강해집니다.

지난 2003년 우리나라를 강타한 '매미'가 해수면 온도가 2도에서 4도 정도 높아진 2100년에 북상한다면 어떻게 될까, 가상 실험 결과 중심기압은 892hpa로 매미보다 18hpa 낮아졌고, 최대 풍속은 64m/s로 매미보다 10m/s나 더 빨라지면서 슈퍼 태풍급으로 강력해졌습니다.

원래 타이완 인근에서 최고 강도에 도달하던 태풍이 앞으로는 우리나라 근해에서 최고 강도에 도달할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겁니다.

[문일주/제주대 태풍연구센터 교수 : 옛날에는 여기서 약해져야 할 태풍들이 지금은 계속 강도를 유지하거나 더 발달하면서까지 우리나라에 접근한다는 거죠."]

수온 상승으로 더 강한 태풍이 북상하는 건 이제 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과거의 태풍 데이터로만 방재 계획을 세웠다간, 피해가 아닌 재앙을 겪게 될 거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합니다.

KBS 뉴스 이예진입니다.

촬영기자:홍성백/그래픽:강민수 김정현 박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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