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美 대선 엿보기]⑤ ‘트럼프의 적’은 ‘트럼프’?…‘철벽 지지층’과 ‘반 트럼프 동맹’

입력 2020.10.19 (11:00) 수정 2020.10.2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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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로이터·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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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 대통령, "제발 저를 좀 좋아해 주세요"...대규모 장외 유세전 박차

미국 대선일인 11월 3일, 이제 보름 정도 남아있습니다. 코로나 19 확진판정으로 열흘 남짓 병원과 백악관에서 '감금생활'을 해야했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시간이 아쉬워 보입니다. 갈 길은 먼 만큼, 마음도 바빠 보입니다.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을 뒤에 두고 연설을 하고, 지지자들은 붉은 색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모자를 쓰고 환호합니다. 트럼프 대통령, 언제 감염됐었냐는 듯이 무대에서 춤도 추고, 여성 유권자들을 향해서는 "제발 저를 좀 좋아해 주세요"라고 외치기도 합니다.

미 조사기관들이 발표하고 있는 대선 여론조사 결과만을 놓고 보면, 현재로선 민주당 바이든 후보의 우세가 뚜렷합니다. 조사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략 10퍼센트 포인트 안팎의 지지율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등록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누구를 찍을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바이든을 선택하겠다는 미국인들이 많다는 얘기죠. 코로나 19 사태로 65세 이상의 연령층에서 사망자가 많이 나온 탓에, 이른바 '시니어' 가운데 상당수가 트럼프에서 바이든 지지로 돌아섰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코로나 19 대응에 있어서 '정책실패'가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인 것이죠.

민주당 바이든 후보, 모든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에 '우세'...일부 경합주 '격전'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여론조사를 믿지 않는다'고 얘기합니다. 지난 15일 월스트리트저널과 NBC방송이 공동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53 대 42로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11퍼센트 포인트차로 이기고 있다고 발표했는데, 그 즈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지고 있다는)여론 조사는 지난해도 있었고, 4년전에도 그랬다" 면서 신경도 안쓴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4년 전 선거일 전날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는 뒤졌지만 선거결과는 그의 승리로 나타났었죠.

미국에서는 위스콘신과 미시건, 펜실베니아 등 6곳이 경합주로 분류되는데, 여기서도 바이든이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2퍼센트 안팎의 접전양상을 보이고 있는 곳도 있어서 결과는 아직 장담하긴 이르다고 하겠습니다.

3억 3천만명이 넘는 미국 인구 가운데 이번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이른바 '등록 유권자'는 대략 1억 천 백만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미국 선거는 크게 3가지 방식으로 투표를 할 수 있는데, 주 마다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크게 분류하면 첫째로는 당일에 투표소에 가서 하는 당일 투표, 두번째로는 우편투표를 들 수 있고, 세번째로는 사전에 설치된 사전투표소를 찾아 미리 투표하는 방식 등 크게 3가지 방식으로 투표를 할 수 있습니다. 당일 투표를 제외하면 우편투표와 사전투표소 투표가 '사전투표(Early Voting)'라고 하겠습니다.

사전 투표(Early Voting) '열풍'...."2016년 대비 6배"

사진출처: AFP=연합뉴스사진출처: AFP=연합뉴스

그런데 선거를 보름 앞둔 지금, '사전투표자' 수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미국 공영라디오 채널 NPR뉴스는 투표율 추적 리서치 기관인 '미 선거 프로젝트'를 인용해 지난 17일을 기준으로 사전투표자가 2천 6백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습니다. 4년 전 이 맘때에 비하면 6배 가까운 수치라고 합니다.

가히 사전투표의 열풍이라고 하겠습니다. 각 주마다 선거법이 다르고, 어떤 주는 부재자 등록을 한 사람만이, 또 어떤 주는 '관계없이 유권자 누구나' 사전투표를 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의 혼란도 적지 않아 보입니다.

시스템 오류가 발견된 곳도 있다고 하고요. 하지만 사전투표는 현재 대세로 자리잡았다고 볼 수 있고, 이 사전투표에선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예상대로 트럼프 대통령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년전의 트라우마가 있는 민주당이나 여론조사기관, 그리고 미 언론들도 사전투표 동향과 여론조사 결과를 크게 내세우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지표상으로 바이든 후보가 당시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비해 훨씬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전체적인 지지율에서 줄곳 50퍼센트 이상을 넘는 이른바 '매직넘버'를 기록 중이고,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경합주' 6곳에서도 트럼프에게 앞서고 있습니다. 물론 경합주 가운데 2퍼센트 안팎의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곳도 있지만, 4년 전의 격전양상과 달리, 지금은 바이든 후보가 여론조사상으로 많게는 10퍼센트 포인트 가까이 앞서는 곳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대로 여론조사와 무관하게 이번 선거에서 다시 이길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4년 전 대선에서 결과적으로 '틀린 조사'로 곤혹을 치렀던 여론조사기관과 언론사들도 수많은 변수들을 입력해 오류의 가능성을 줄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4년 전 대선에서 선거일을 불과 10여일 앞두고 당시 코미 FBI국장이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하기로 한 것 등이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다는 자성이 있었죠. 그래서일까요, 최근 여론조사에선 배럿 판사의 연방대법원 판사 지명이 부동층과 보수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해 반영하고 있다고도 합니다.

지지층 결집에 필사적인 트럼프...'선거 뒤 혼란' 우려로 총기 판매도 급증


이번 미 대선에서도 예외 없이 경제지표와 지지층 결집, 경합주의 향방이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요. 지지층 결집과 관련해 트럼프 진영은 '철벽 지지층'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철벽 지지층을 통해 어떻게 지지자를 더 확장시키느냐가 관건일 텐데요. 역대 '최악의 토론'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9월 29일 1차 TV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우월주의(White Supremacy)'에 대해 '비난을 거부'했다고해서 크게 논란이 된 적이 있었죠.

진행자인 크리스 월리스가 "백인우월주의자들과 민병대를 비난할 용의가 있습니까?" 라고 물어봤던 것이죠.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알려달라'고 합니다. 그래서 사회자가 '프라우드 보이즈' 등 최근 주목받는 백인우월주의 단체들을 거론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프라우드 보이즈는 물러나서 대기하라(Stand back and stand by)"고 말한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폭력적 행동은 그들(백인우월주의나 민병대)이 아닌 좌파에서 나오는 것' 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날 토론 주제 가운데 하나가 인종문제였는데, 지난 5월 경찰 무릎에 목이 눌려 흑인 조지 플로이드씨가 숨진 뒤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black Lives matter)'는 항의 시위가 산발적이긴 하지만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으니, 대선 토론의 주제가 안 될 수 없었던 것이죠. 그런 항의 시위대에 맞선다며 백인우월주의자들과 '민병대'가 무장하고 거리로 나올 정도니까요.

그런데 이 백인우월주의자들과 소위 민병대가 공공연히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고 다니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 대선에서 백인 유권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여전히 절대적입니다. 인종주의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막판 지지층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가 '포용과 화합' 보다는 '내편 모여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던 이유였죠.

대선 이후에도 미국 사회의 분열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언급되는 이유기도 합니다. 이 같은 우려 때문일까요? 현재 미국에선 유례없이 총기 판매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선거이후 혼란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으로도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대선후보인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는 트럼프와 같은 '철벽 지지층'이 보이지는 않습니다. 또 민주당 내에서는 '중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바이든에게 '조금 더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라'고 압박을 가하는 그룹들이 적지 않습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물론이고 'AOC'라는 약칭으로 자주 불리는 알렉산드라 오카시오 코르테즈 하원의원을 중심으로 한 그룹 등이 대표적입니다. 만약 바이든 후보가 승리한다고 해도 민주당 내의 복잡한 역학관계가 끊임없는 잡음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대두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트럼프 '철벽 지지층'에 맞서는 '반 트럼프 동맹'

사진출처: 워싱턴포스트 캡처·EPA=연합뉴스사진출처: 워싱턴포스트 캡처·EPA=연합뉴스

하지만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랑하는 '철벽 지지층'은 없더라도 트럼프의 재선을 반대하는 이른바 '반 트럼프 동맹'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공화당원이나 트럼프 행정부에서 재직했던 전직 관리들까지 바이든을 지지한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과거 공화당 정부에서 일했던 척 헤이글 전 국방장관 등 '바이든 지지자'로 언론을 통해 공표된 전 공화당 고위인사들만 150명이 넘습니다. 이들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을 보면서 크게 실망한 사람들인 만큼, 어찌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적은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라고도 하겠습니다. 지금껏 거의 모든 뜨거운 정치적 논란의 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있었기 때문이죠.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가운데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 캘리안 콘웨이 전 백악관 선임고문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19확진 판정때 콘웨이 고문도 확진판정을 받았었죠. 그 만큼 항상 대선 전략을 논의했던 인물 가운데 한명이었다는 것을 증명한 것으로 비춰졌는데요. 그녀의 남편인 조지 콘웨이 변호사가 트럼프 지지자에서 반 트럼프 인사로 선회한 대표적인 인물, 조지 콘웨이입니다. 조지 콘웨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낙선운동을 벌이고 있는 '링컨 프로젝트'의 공동설립자입니다.

여기에는 트럼프에게 실망한 다수의 공화당원들이 포진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실언, 분열을 조장하는 발언 등을 SNS에 올리고 기금 모금 운동도 합니다. 반 트럼프 영상제작만 100여 건에 달합니다.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지더라도 반드시 트럼프는 물론 그에 동조하는 공화당 핵심 인사들을 낙선시키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치부를 들춰낸다는 취지로 출판된 '반 트럼프 서적', 그 가운데 언론의 주목을 받은 저서만 20권이 넘습니다. 책을 낸 대표적 인물 가운데는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 매티스 전 국방장관과 같은 외교안보라인 핵심인사도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친인척도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책이 발간될 때마다 '이 책이 트럼프 비판서로는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는 점이죠. 그럼에도 꿈쩍하지 않고 굳건히 버티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단한 것일까요?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 말대로 '가짜 뉴스'들이 '반 트럼프 전선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일까요.

분명한 건 2020년 미 대선의 중심에는 현직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있습니다. 바이든이 당선된다면 그의 역량 때문이라기 보다는 트럼프의 지난 4년간의 성적을 '불합격'으로 본 미 유권자들의 평가 때문이겠지요. 패권국가인 미국의 최고 지도자로서 그의 지도력이 성공적이었느냐 아니었냐에 대해 벌써 유권자의 20퍼센트 이상이 판단을 내렸다는 사실은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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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19 11:00:11
    • 수정2020-10-29 11:44:46
    특파원 리포트

사진출처: 로이터·AFP=연합뉴스

트럼프 미 대통령, "제발 저를 좀 좋아해 주세요"...대규모 장외 유세전 박차

미국 대선일인 11월 3일, 이제 보름 정도 남아있습니다. 코로나 19 확진판정으로 열흘 남짓 병원과 백악관에서 '감금생활'을 해야했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시간이 아쉬워 보입니다. 갈 길은 먼 만큼, 마음도 바빠 보입니다.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을 뒤에 두고 연설을 하고, 지지자들은 붉은 색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모자를 쓰고 환호합니다. 트럼프 대통령, 언제 감염됐었냐는 듯이 무대에서 춤도 추고, 여성 유권자들을 향해서는 "제발 저를 좀 좋아해 주세요"라고 외치기도 합니다.

미 조사기관들이 발표하고 있는 대선 여론조사 결과만을 놓고 보면, 현재로선 민주당 바이든 후보의 우세가 뚜렷합니다. 조사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략 10퍼센트 포인트 안팎의 지지율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등록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누구를 찍을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바이든을 선택하겠다는 미국인들이 많다는 얘기죠. 코로나 19 사태로 65세 이상의 연령층에서 사망자가 많이 나온 탓에, 이른바 '시니어' 가운데 상당수가 트럼프에서 바이든 지지로 돌아섰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코로나 19 대응에 있어서 '정책실패'가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인 것이죠.

민주당 바이든 후보, 모든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에 '우세'...일부 경합주 '격전'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여론조사를 믿지 않는다'고 얘기합니다. 지난 15일 월스트리트저널과 NBC방송이 공동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53 대 42로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11퍼센트 포인트차로 이기고 있다고 발표했는데, 그 즈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지고 있다는)여론 조사는 지난해도 있었고, 4년전에도 그랬다" 면서 신경도 안쓴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4년 전 선거일 전날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는 뒤졌지만 선거결과는 그의 승리로 나타났었죠.

미국에서는 위스콘신과 미시건, 펜실베니아 등 6곳이 경합주로 분류되는데, 여기서도 바이든이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2퍼센트 안팎의 접전양상을 보이고 있는 곳도 있어서 결과는 아직 장담하긴 이르다고 하겠습니다.

3억 3천만명이 넘는 미국 인구 가운데 이번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이른바 '등록 유권자'는 대략 1억 천 백만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미국 선거는 크게 3가지 방식으로 투표를 할 수 있는데, 주 마다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크게 분류하면 첫째로는 당일에 투표소에 가서 하는 당일 투표, 두번째로는 우편투표를 들 수 있고, 세번째로는 사전에 설치된 사전투표소를 찾아 미리 투표하는 방식 등 크게 3가지 방식으로 투표를 할 수 있습니다. 당일 투표를 제외하면 우편투표와 사전투표소 투표가 '사전투표(Early Voting)'라고 하겠습니다.

사전 투표(Early Voting) '열풍'...."2016년 대비 6배"

사진출처: AFP=연합뉴스
그런데 선거를 보름 앞둔 지금, '사전투표자' 수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미국 공영라디오 채널 NPR뉴스는 투표율 추적 리서치 기관인 '미 선거 프로젝트'를 인용해 지난 17일을 기준으로 사전투표자가 2천 6백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습니다. 4년 전 이 맘때에 비하면 6배 가까운 수치라고 합니다.

가히 사전투표의 열풍이라고 하겠습니다. 각 주마다 선거법이 다르고, 어떤 주는 부재자 등록을 한 사람만이, 또 어떤 주는 '관계없이 유권자 누구나' 사전투표를 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의 혼란도 적지 않아 보입니다.

시스템 오류가 발견된 곳도 있다고 하고요. 하지만 사전투표는 현재 대세로 자리잡았다고 볼 수 있고, 이 사전투표에선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예상대로 트럼프 대통령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년전의 트라우마가 있는 민주당이나 여론조사기관, 그리고 미 언론들도 사전투표 동향과 여론조사 결과를 크게 내세우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지표상으로 바이든 후보가 당시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비해 훨씬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전체적인 지지율에서 줄곳 50퍼센트 이상을 넘는 이른바 '매직넘버'를 기록 중이고,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경합주' 6곳에서도 트럼프에게 앞서고 있습니다. 물론 경합주 가운데 2퍼센트 안팎의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곳도 있지만, 4년 전의 격전양상과 달리, 지금은 바이든 후보가 여론조사상으로 많게는 10퍼센트 포인트 가까이 앞서는 곳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대로 여론조사와 무관하게 이번 선거에서 다시 이길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4년 전 대선에서 결과적으로 '틀린 조사'로 곤혹을 치렀던 여론조사기관과 언론사들도 수많은 변수들을 입력해 오류의 가능성을 줄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4년 전 대선에서 선거일을 불과 10여일 앞두고 당시 코미 FBI국장이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하기로 한 것 등이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다는 자성이 있었죠. 그래서일까요, 최근 여론조사에선 배럿 판사의 연방대법원 판사 지명이 부동층과 보수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해 반영하고 있다고도 합니다.

지지층 결집에 필사적인 트럼프...'선거 뒤 혼란' 우려로 총기 판매도 급증


이번 미 대선에서도 예외 없이 경제지표와 지지층 결집, 경합주의 향방이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요. 지지층 결집과 관련해 트럼프 진영은 '철벽 지지층'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철벽 지지층을 통해 어떻게 지지자를 더 확장시키느냐가 관건일 텐데요. 역대 '최악의 토론'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9월 29일 1차 TV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우월주의(White Supremacy)'에 대해 '비난을 거부'했다고해서 크게 논란이 된 적이 있었죠.

진행자인 크리스 월리스가 "백인우월주의자들과 민병대를 비난할 용의가 있습니까?" 라고 물어봤던 것이죠.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알려달라'고 합니다. 그래서 사회자가 '프라우드 보이즈' 등 최근 주목받는 백인우월주의 단체들을 거론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프라우드 보이즈는 물러나서 대기하라(Stand back and stand by)"고 말한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폭력적 행동은 그들(백인우월주의나 민병대)이 아닌 좌파에서 나오는 것' 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날 토론 주제 가운데 하나가 인종문제였는데, 지난 5월 경찰 무릎에 목이 눌려 흑인 조지 플로이드씨가 숨진 뒤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black Lives matter)'는 항의 시위가 산발적이긴 하지만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으니, 대선 토론의 주제가 안 될 수 없었던 것이죠. 그런 항의 시위대에 맞선다며 백인우월주의자들과 '민병대'가 무장하고 거리로 나올 정도니까요.

그런데 이 백인우월주의자들과 소위 민병대가 공공연히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고 다니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 대선에서 백인 유권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여전히 절대적입니다. 인종주의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막판 지지층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가 '포용과 화합' 보다는 '내편 모여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던 이유였죠.

대선 이후에도 미국 사회의 분열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언급되는 이유기도 합니다. 이 같은 우려 때문일까요? 현재 미국에선 유례없이 총기 판매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선거이후 혼란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으로도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대선후보인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는 트럼프와 같은 '철벽 지지층'이 보이지는 않습니다. 또 민주당 내에서는 '중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바이든에게 '조금 더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라'고 압박을 가하는 그룹들이 적지 않습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물론이고 'AOC'라는 약칭으로 자주 불리는 알렉산드라 오카시오 코르테즈 하원의원을 중심으로 한 그룹 등이 대표적입니다. 만약 바이든 후보가 승리한다고 해도 민주당 내의 복잡한 역학관계가 끊임없는 잡음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대두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트럼프 '철벽 지지층'에 맞서는 '반 트럼프 동맹'

사진출처: 워싱턴포스트 캡처·EPA=연합뉴스
하지만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랑하는 '철벽 지지층'은 없더라도 트럼프의 재선을 반대하는 이른바 '반 트럼프 동맹'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공화당원이나 트럼프 행정부에서 재직했던 전직 관리들까지 바이든을 지지한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과거 공화당 정부에서 일했던 척 헤이글 전 국방장관 등 '바이든 지지자'로 언론을 통해 공표된 전 공화당 고위인사들만 150명이 넘습니다. 이들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을 보면서 크게 실망한 사람들인 만큼, 어찌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적은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라고도 하겠습니다. 지금껏 거의 모든 뜨거운 정치적 논란의 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있었기 때문이죠.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가운데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 캘리안 콘웨이 전 백악관 선임고문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19확진 판정때 콘웨이 고문도 확진판정을 받았었죠. 그 만큼 항상 대선 전략을 논의했던 인물 가운데 한명이었다는 것을 증명한 것으로 비춰졌는데요. 그녀의 남편인 조지 콘웨이 변호사가 트럼프 지지자에서 반 트럼프 인사로 선회한 대표적인 인물, 조지 콘웨이입니다. 조지 콘웨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낙선운동을 벌이고 있는 '링컨 프로젝트'의 공동설립자입니다.

여기에는 트럼프에게 실망한 다수의 공화당원들이 포진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실언, 분열을 조장하는 발언 등을 SNS에 올리고 기금 모금 운동도 합니다. 반 트럼프 영상제작만 100여 건에 달합니다.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지더라도 반드시 트럼프는 물론 그에 동조하는 공화당 핵심 인사들을 낙선시키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치부를 들춰낸다는 취지로 출판된 '반 트럼프 서적', 그 가운데 언론의 주목을 받은 저서만 20권이 넘습니다. 책을 낸 대표적 인물 가운데는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 매티스 전 국방장관과 같은 외교안보라인 핵심인사도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친인척도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책이 발간될 때마다 '이 책이 트럼프 비판서로는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는 점이죠. 그럼에도 꿈쩍하지 않고 굳건히 버티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단한 것일까요?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 말대로 '가짜 뉴스'들이 '반 트럼프 전선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일까요.

분명한 건 2020년 미 대선의 중심에는 현직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있습니다. 바이든이 당선된다면 그의 역량 때문이라기 보다는 트럼프의 지난 4년간의 성적을 '불합격'으로 본 미 유권자들의 평가 때문이겠지요. 패권국가인 미국의 최고 지도자로서 그의 지도력이 성공적이었느냐 아니었냐에 대해 벌써 유권자의 20퍼센트 이상이 판단을 내렸다는 사실은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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