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美 대선 엿보기]⑥ ‘샤이 바이든’은 ‘샤우팅 트럼프’를 누를 것인가?

입력 2020.10.25 (14:11) 수정 2020.10.2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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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용기로 '공항유세'전략...현직 대통령 이점 최대한 활용

미국 대선이 이제 열흘도 남지 않았습니다. 코로나 19로 하루 평균 확진자가 8만5천 명을 넘으면서 2차 대유행이 예상되는 '최악의 상황'임에도 대선 열기는 뜨겁습니다. 1차 토론에 비해 차분해지고 정책적인 차별화까지 두드러졌던 2차 토론을 계기로 그야말로 '진검승부'가 펼쳐지는 양상입니다.

유세의 열기는 단연 트럼프 진영이 더 뜨거워 보입니다. 언론 노출도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보다 압도적입니다. 현직 대통령이라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백악관 언론 브리핑은 물론,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격전지 공항 주요 도시를 돌아다니는 '공항유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누리는 최대 이점입니다. 공항에 그가 나타나는 순간, 대기하고 있는 '철벽 지지층'의 열광적인 환호를 보면, 바이든 진영의 유세는 조용하다 못해 초라해 보이기도 합니다.


트럼프 유세 최전선에 나선 '샤우팅 트럼프(Shouting Trump)'...그들은?

적어도 2020년 미국 대선에서는 4년 전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트럼프를 조용히 응원했던 '샤이 트럼프'는 없는 듯해 보입니다. 보트를 타고 깃발을 휘날리면서 강과 바다에서 트럼프 지지를 외치고, 대형 플래카드가 매달린 차를 타고 붉은색 MAGA (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쓴 채 경적을 울리고 있는 지지자들은 '샤이 트럼프'가 아닌 '샤우팅 트럼프(Shouting Trump)'라고 하겠습니다.

여기에 흑인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향해 '폭력을 차단한다'는 명분으로 공공연하게 총기를 휴대한 채 거리로 뛰쳐나오는 백인우월주의자(White Supremacist)들까지 합하면 트럼프 대통령 유세의 최전선에는 바로 이들 '샤우팅 트럼프'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에 비하면 바이든 진영의 지지자들은 떼를 지어 유세장에 나타나지 않는 모습입니다.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하며, 유세장에 나오더라도 무리를 형성하지 않고 드문드문 서 있습니다. 바이든 캠프에서도 참가 인원을 제한하는 데다,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를 의무화한 탓이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행사 참석자들이 차량에 탑승한 채 유세를 듣도록 하기도 합니다. 격전지 펜실베이니아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의 지지 연설을 할 때도 참석자들은 대부분 차량에 탑승하거나 상당한 거리를 뒀던 '드라이브 인 유세' 였습니다.

조용히 움직이는 '샤이 바이든(Shy Biden)'... 트럼프에 등 돌리는 공화당 고위 인사 늘어나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바이든을 지지하는 사람들, 그들은 2020년 대선에서 '샤이 바이든(Shy Biden)'으로 불릴 수 있을 듯합니다.

코로나 19의 대확산으로 인해 일과 육아의 이중고가 더 심해진 여성층에서, 그리고 백인에 비해 4배 가까운 사망률을 보인 저소득 흑인층에서, 그리고 전체 코로나19 사망자의 8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65세 이상의 고령층, 이른바 '시니어'로 불리는 그들이 바로 코로나 19 시대의'샤이 바이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소리 높여 외치지 않고 또 외칠 수 없는 처지라 할 수 있지만, 지표상으로는 이 같은 층위에서 바이든 지지가 높아지는 것은 이번 대선의 또 다른 특징이라고 하겠습니다.

여기에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자들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정책에 실망감을 표시하면서 바이든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그룹도 '샤이 바이든'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바이든 후보 지지를 표명한 공화당 인사들은 척 헤이글 전 국방장관 등 200명 가까운 전직 고위인사들입니다.

공화당 상원의원인 밋 롬니 의원도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뽑지 않겠다고 했고요. 공화당 출신의 메릴랜드 주지사인 호건 주지사도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호건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19 대응을 가장 신랄하게 비난해왔던 공화당 인사 중 한명입니다. 여기에 '링컨 프로젝트'라 불리는 공화당 출신 인사들의 반트럼프 진영에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참여 중인 공화당 인사들 역시 '샤이 바이든'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대선 이후에도 미국 사회 갈등 오래갈 듯



트럼프를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샤우팅 트럼프'는 이른바 '신자유주의'와 '세계화 시대'의 어두운 그늘 속에서 좌절한 이들이 자국 중심주의로의 회귀를 열망하는 과정에서 표면화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샤이 바이든'은 적어도 미국이 대내외적으로 표방해온 '가치의 실종'에 대한 상실감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러스의 창궐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섬세함을 바탕으로 한 주의 깊은 대응'보다는 '안이함과 무시, 그리고 변명'으로 일관한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에 진절머리가 난 이들이 조용히 가세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트럼프가 이기든 바이든이 이기든 선거 이후에도 미국 사회의 갈등이 첨예화된 상태에서 '분노 지수'는 당분간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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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美 대선 엿보기]⑥ ‘샤이 바이든’은 ‘샤우팅 트럼프’를 누를 것인가?
    • 입력 2020-10-25 14:11:04
    • 수정2020-10-29 11:44:46
    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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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이 이제 열흘도 남지 않았습니다. 코로나 19로 하루 평균 확진자가 8만5천 명을 넘으면서 2차 대유행이 예상되는 '최악의 상황'임에도 대선 열기는 뜨겁습니다. 1차 토론에 비해 차분해지고 정책적인 차별화까지 두드러졌던 2차 토론을 계기로 그야말로 '진검승부'가 펼쳐지는 양상입니다.

유세의 열기는 단연 트럼프 진영이 더 뜨거워 보입니다. 언론 노출도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보다 압도적입니다. 현직 대통령이라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백악관 언론 브리핑은 물론,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격전지 공항 주요 도시를 돌아다니는 '공항유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누리는 최대 이점입니다. 공항에 그가 나타나는 순간, 대기하고 있는 '철벽 지지층'의 열광적인 환호를 보면, 바이든 진영의 유세는 조용하다 못해 초라해 보이기도 합니다.


트럼프 유세 최전선에 나선 '샤우팅 트럼프(Shouting Trump)'...그들은?

적어도 2020년 미국 대선에서는 4년 전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트럼프를 조용히 응원했던 '샤이 트럼프'는 없는 듯해 보입니다. 보트를 타고 깃발을 휘날리면서 강과 바다에서 트럼프 지지를 외치고, 대형 플래카드가 매달린 차를 타고 붉은색 MAGA (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쓴 채 경적을 울리고 있는 지지자들은 '샤이 트럼프'가 아닌 '샤우팅 트럼프(Shouting Trump)'라고 하겠습니다.

여기에 흑인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향해 '폭력을 차단한다'는 명분으로 공공연하게 총기를 휴대한 채 거리로 뛰쳐나오는 백인우월주의자(White Supremacist)들까지 합하면 트럼프 대통령 유세의 최전선에는 바로 이들 '샤우팅 트럼프'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에 비하면 바이든 진영의 지지자들은 떼를 지어 유세장에 나타나지 않는 모습입니다.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하며, 유세장에 나오더라도 무리를 형성하지 않고 드문드문 서 있습니다. 바이든 캠프에서도 참가 인원을 제한하는 데다,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를 의무화한 탓이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행사 참석자들이 차량에 탑승한 채 유세를 듣도록 하기도 합니다. 격전지 펜실베이니아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의 지지 연설을 할 때도 참석자들은 대부분 차량에 탑승하거나 상당한 거리를 뒀던 '드라이브 인 유세' 였습니다.

조용히 움직이는 '샤이 바이든(Shy Biden)'... 트럼프에 등 돌리는 공화당 고위 인사 늘어나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바이든을 지지하는 사람들, 그들은 2020년 대선에서 '샤이 바이든(Shy Biden)'으로 불릴 수 있을 듯합니다.

코로나 19의 대확산으로 인해 일과 육아의 이중고가 더 심해진 여성층에서, 그리고 백인에 비해 4배 가까운 사망률을 보인 저소득 흑인층에서, 그리고 전체 코로나19 사망자의 8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65세 이상의 고령층, 이른바 '시니어'로 불리는 그들이 바로 코로나 19 시대의'샤이 바이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소리 높여 외치지 않고 또 외칠 수 없는 처지라 할 수 있지만, 지표상으로는 이 같은 층위에서 바이든 지지가 높아지는 것은 이번 대선의 또 다른 특징이라고 하겠습니다.

여기에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자들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정책에 실망감을 표시하면서 바이든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그룹도 '샤이 바이든'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바이든 후보 지지를 표명한 공화당 인사들은 척 헤이글 전 국방장관 등 200명 가까운 전직 고위인사들입니다.

공화당 상원의원인 밋 롬니 의원도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뽑지 않겠다고 했고요. 공화당 출신의 메릴랜드 주지사인 호건 주지사도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호건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19 대응을 가장 신랄하게 비난해왔던 공화당 인사 중 한명입니다. 여기에 '링컨 프로젝트'라 불리는 공화당 출신 인사들의 반트럼프 진영에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참여 중인 공화당 인사들 역시 '샤이 바이든'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대선 이후에도 미국 사회 갈등 오래갈 듯



트럼프를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샤우팅 트럼프'는 이른바 '신자유주의'와 '세계화 시대'의 어두운 그늘 속에서 좌절한 이들이 자국 중심주의로의 회귀를 열망하는 과정에서 표면화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샤이 바이든'은 적어도 미국이 대내외적으로 표방해온 '가치의 실종'에 대한 상실감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러스의 창궐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섬세함을 바탕으로 한 주의 깊은 대응'보다는 '안이함과 무시, 그리고 변명'으로 일관한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에 진절머리가 난 이들이 조용히 가세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트럼프가 이기든 바이든이 이기든 선거 이후에도 미국 사회의 갈등이 첨예화된 상태에서 '분노 지수'는 당분간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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