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고도·빨라진 시기’ 새 진화 전략 시급…금강송 지킨 ‘임도’, 설치율은 선진국 10% 수준

입력 2022.03.15 (21:18) 수정 2022.03.16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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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역대 가장 큰 피해를 남긴 이번 동해안 산불은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남겼습니다.

기후 변화로 대형 산불 발생 시기가 빨라졌고, 불이 나는 장소도 점점 높은 지대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에 맞춰 산불 진화 전략도 새롭게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박영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필사적인 진화작업으로 지켜낸 금강송 보호구역, 해발 8백 미터의 가파른 협곡이 최대 난관이었습니다.

험준한 산세를 따라 번진 불을 끄기 위한 초근접 비행으로, 헬기 바퀴가 나뭇가지에 닿을 듯한 곡예 비행의 연속이었습니다.

[최병암/산림청장/지난 13일 : "절벽지와 급경사지로 이루어져서 인력 접근이 매우 어려운 곳으로, 주로 헬기에만 의존해야…."]

그동안의 산불은 주로 도심 주변이나 해발 700미터 이하에서 발생했지만, 최근 들어 점점 지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산불은 소광리 800미터, 응봉산 1,000미터까지 타고 올라갔습니다.

담수지까지 거리가 멀고, 3천 리터의 물을 그 높은 곳까지 옮기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서재철/녹색연합 전문위원 : "앞으로 기후위기로 우리나라 백두대간과 낙동정맥 같은 곳에 이렇게 1,000미터에 가까운 곳, 혹은 1,000미터 넘는 곳에서 산불 진화를 해야 되는 큰 국가적인 숙제가 던져진 것 같습니다."]

겨울철 이상고온과 가뭄의 영향으로 대형산불 집중 시기가 기존 4월에서 2월로 빨라졌습니다.

연 발생 일수는 30년 전보다 57일 더 길어졌습니다.

여기에다 춥고 건조한 겨울에 산불이 나면서, 메마른 잔가지 등으로 불길이 커져 연무가 더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서경원/국립산림과학원 산불산사태연구과 연구관 : "많은 양의 나무 상층부 연료가 연소되면서 대류 현상에 의해 상승기류가 발생하게 되고, 수증기와 연소가스가 포함된 많은 양의 연무가 발생했습니다."]

헬기 진화에 의존하는 현재 진화 전략이 점점 힘겨워지는 이유입니다.

가속화되는 온난화에 달라지는 대형산불의 특성에 맞춘 새 진화 전략이 시급해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영민입니다.

촬영기자:류재현/영상편집:여동용/그래픽:김현석/화면제공:산림청

[앵커]

이번 산불의 최대 고비였던 금강송 군락지를 지켜낼 수 있었던 건 지난해 숲 안에 낸 도로인 임도의 덕도 컸습니다.

임도는 숲을 가꾸고 산림 자원을 수송하는 길이기도 하지만 ​이번에 불길을 막는 데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엔 아직 임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어서 김지홍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거센 불길이 강풍을 타고 경북 울진 금강송 군락지 5백m 앞까지 접근했습니다.

수차례 불길이 넘어오는 위기를 맞았지만 금강송을 방어할 수 있었던 요인 가운데 하나는 1년 전 개설한 임도 덕분이었습니다.

금강송 군락지를 둘러싼 임도는 폭이 최대 5m, 연장 7.4km, 험한 산세에 접근이 어려운 인근 응봉산과 달리 이 임도를 통해 진화대원과 소방차의 신속한 투입이 가능했습니다.

임도 4곳에 6천 리터 용량의 취수장이 설치돼 밤낮으로 소방차가 물을 공급받았습니다.

[신재수/산림청 국립소광리산림생태관리센터장 : "나뭇가지, 나뭇잎 같은 연료 물질이 확산되는데, 물리적(거리)으로 차단 시켜주는 효과가 있었고요."]

임도는 숲을 가꾸고 임산물을 수송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하지만 국내 설치 비율은 턱없이 낮습니다.

산림 1헥타르당 설치된 임도는 우리나라는 평균 3.6m로 산림 경영 선진국인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10% 수준입니다.

일본 13m에도 못 미칩니다.

임도 설치 예산은 낙후지역 개발을 위한 국비에 포함돼 자치단체에 지원되지만 우선 사업 순위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사유림의 경우는 산주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박상준/경북대 산림과학조경학부 교수 : "(임도 개설로) 산림 경영을 더욱 효율화시키고 산불 등의 보호에도 크게 기여해 산림의 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임도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예산 확보와 인식 전환도 필요하겠습니다."]

산림청은 2030년까지 국유림 내 임도를 헥타르당 5.5m로 늘리고 휴양과 복지, 경관 기능까지 더해 국민들에게 임도의 중요성을 알릴 계획입니다.

KBS 뉴스 김지홍입니다.

촬영기자:장준영/영상편집:이병민/그래픽: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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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높아진 고도·빨라진 시기’ 새 진화 전략 시급…금강송 지킨 ‘임도’, 설치율은 선진국 10% 수준
    • 입력 2022-03-15 21:18:41
    • 수정2022-03-16 21:3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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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역대 가장 큰 피해를 남긴 이번 동해안 산불은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남겼습니다.

기후 변화로 대형 산불 발생 시기가 빨라졌고, 불이 나는 장소도 점점 높은 지대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에 맞춰 산불 진화 전략도 새롭게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박영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필사적인 진화작업으로 지켜낸 금강송 보호구역, 해발 8백 미터의 가파른 협곡이 최대 난관이었습니다.

험준한 산세를 따라 번진 불을 끄기 위한 초근접 비행으로, 헬기 바퀴가 나뭇가지에 닿을 듯한 곡예 비행의 연속이었습니다.

[최병암/산림청장/지난 13일 : "절벽지와 급경사지로 이루어져서 인력 접근이 매우 어려운 곳으로, 주로 헬기에만 의존해야…."]

그동안의 산불은 주로 도심 주변이나 해발 700미터 이하에서 발생했지만, 최근 들어 점점 지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산불은 소광리 800미터, 응봉산 1,000미터까지 타고 올라갔습니다.

담수지까지 거리가 멀고, 3천 리터의 물을 그 높은 곳까지 옮기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서재철/녹색연합 전문위원 : "앞으로 기후위기로 우리나라 백두대간과 낙동정맥 같은 곳에 이렇게 1,000미터에 가까운 곳, 혹은 1,000미터 넘는 곳에서 산불 진화를 해야 되는 큰 국가적인 숙제가 던져진 것 같습니다."]

겨울철 이상고온과 가뭄의 영향으로 대형산불 집중 시기가 기존 4월에서 2월로 빨라졌습니다.

연 발생 일수는 30년 전보다 57일 더 길어졌습니다.

여기에다 춥고 건조한 겨울에 산불이 나면서, 메마른 잔가지 등으로 불길이 커져 연무가 더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서경원/국립산림과학원 산불산사태연구과 연구관 : "많은 양의 나무 상층부 연료가 연소되면서 대류 현상에 의해 상승기류가 발생하게 되고, 수증기와 연소가스가 포함된 많은 양의 연무가 발생했습니다."]

헬기 진화에 의존하는 현재 진화 전략이 점점 힘겨워지는 이유입니다.

가속화되는 온난화에 달라지는 대형산불의 특성에 맞춘 새 진화 전략이 시급해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영민입니다.

촬영기자:류재현/영상편집:여동용/그래픽:김현석/화면제공:산림청

[앵커]

이번 산불의 최대 고비였던 금강송 군락지를 지켜낼 수 있었던 건 지난해 숲 안에 낸 도로인 임도의 덕도 컸습니다.

임도는 숲을 가꾸고 산림 자원을 수송하는 길이기도 하지만 ​이번에 불길을 막는 데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엔 아직 임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어서 김지홍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거센 불길이 강풍을 타고 경북 울진 금강송 군락지 5백m 앞까지 접근했습니다.

수차례 불길이 넘어오는 위기를 맞았지만 금강송을 방어할 수 있었던 요인 가운데 하나는 1년 전 개설한 임도 덕분이었습니다.

금강송 군락지를 둘러싼 임도는 폭이 최대 5m, 연장 7.4km, 험한 산세에 접근이 어려운 인근 응봉산과 달리 이 임도를 통해 진화대원과 소방차의 신속한 투입이 가능했습니다.

임도 4곳에 6천 리터 용량의 취수장이 설치돼 밤낮으로 소방차가 물을 공급받았습니다.

[신재수/산림청 국립소광리산림생태관리센터장 : "나뭇가지, 나뭇잎 같은 연료 물질이 확산되는데, 물리적(거리)으로 차단 시켜주는 효과가 있었고요."]

임도는 숲을 가꾸고 임산물을 수송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하지만 국내 설치 비율은 턱없이 낮습니다.

산림 1헥타르당 설치된 임도는 우리나라는 평균 3.6m로 산림 경영 선진국인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10% 수준입니다.

일본 13m에도 못 미칩니다.

임도 설치 예산은 낙후지역 개발을 위한 국비에 포함돼 자치단체에 지원되지만 우선 사업 순위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사유림의 경우는 산주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박상준/경북대 산림과학조경학부 교수 : "(임도 개설로) 산림 경영을 더욱 효율화시키고 산불 등의 보호에도 크게 기여해 산림의 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임도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예산 확보와 인식 전환도 필요하겠습니다."]

산림청은 2030년까지 국유림 내 임도를 헥타르당 5.5m로 늘리고 휴양과 복지, 경관 기능까지 더해 국민들에게 임도의 중요성을 알릴 계획입니다.

KBS 뉴스 김지홍입니다.

촬영기자:장준영/영상편집:이병민/그래픽: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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