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⑨ 미국도 정조준…궁지 몰린 권도형

입력 2022.06.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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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테라·루나 사태, 전세계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은 사건입니다.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첫 수사 대상으로도 삼았습니다. 그런데 루나가 무엇인지, 왜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인지 알기 쉽지 않습니다. KBS는 이 암호 같은 '테라·루나'를 A부터 Z까지 찬찬히 풀어보기로 했습니다.


테라에 대한 수사는 시작됐습니다. 검찰과 경찰 모두 착수했습니다. 그러나 속도가 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검·경 모두 정확한 확인은 마다하지만, 다각도로 취재해보면 더딘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테라를 수사하는 곳은 국내뿐만이 아닙니다. 미국 수사기관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해 5월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 美 SEC 수사 대상은 '미러 프로토콜'

SEC는 일단 '미러 프로토콜'을 수사 중입니다. 미러 프로토콜은 대체 뭐냐고요?

테라폼랩스의 설명을 옮겨 볼까요? 합성자산 기반의 탈중앙화 금융(DeFi, 디파이) 플랫폼으로, 테라 코인으로 미국 주식이나 암호화폐 등의 자산 가격을 추종하는 m자산(mAsset)을 거래할 수 있게 열어둔 시장입니다. 거의 암호문에 가깝습니다.

미국 주식을 추종하는 합성자산을 거래하는 ‘미러 프로토콜’ (출처 : 미러 프로토콜 사이트)미국 주식을 추종하는 합성자산을 거래하는 ‘미러 프로토콜’ (출처 : 미러 프로토콜 사이트)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위 그림을 보시죠. m을 빼고 대문자만 보면,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이나 ETF 등입니다. 애플, 에어비앤비, 아마존, 아크….

미국 주식 시장에 상장된 이들 기업의 주식을 추종하는 겁니다. 단, 달러화가 아니라 테라 코인 기반입니다.

예를 들어, 1:1로 추종하도록 설계됐다면, 애플 주식이 1% 상승하면, mAPPL도 1% 상승하는 식입니다. 실물 주식만 없을 뿐, 실제 주식처럼 움직이는 상품입니다.

SEC는 바로 이 점에 주목했습니다. 주식과 같이 움직인다면 증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그렇다면 미국 SEC에 사전에 등록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다른 주식이 모두 그렇게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 소환 명령에 소송 대응…"SEC는 관할권 없어"

결국, 출시 5개월여 만인 지난해 5월 SEC가 수사에 착수합니다. 지난해 9월에는 SEC 수사관들이 가상화폐 행사장을 방문해 권 대표에게 소환장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2021년 10월 야후파이낸스와 인터뷰하는 권도형 대표(출처 : 야후파이낸스)2021년 10월 야후파이낸스와 인터뷰하는 권도형 대표(출처 : 야후파이낸스)

권 대표는 테라폼랩스의 본사가 싱가포르에, 지사가 한국에 있는데 왜 미국 수사기관이 수사에 나서냐고 반발합니다. 수사 관할권이 없다고 소송을 냅니다.

하지만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은 테라폼랩스와 권 대표가 소환 명령에 응해야 한다며 SEC의 손을 들어줍니다. 이에 권 대표는 즉각 항소했지만, 역시 패소합니다.

SEC 소환 명령 관련 권도형 대표의 항소 기각 공지(출처 : 美 SEC 사이트)SEC 소환 명령 관련 권도형 대표의 항소 기각 공지(출처 : 美 SEC 사이트)

미국 법원의 판단은 이랬습니다. 테라 측이 미국 소비자들을 상대로 영업했고, 미국 직원들을 고용하고 있으며, 미국 기업들과도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만큼 SEC가 조사할 수 있다는 겁니다.

SEC는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테라 폭락 직전에 '미러 프로토콜'을 마케팅한 것이 소비자보호법을 위반한 게 아닌지도 살피고 있습니다.

국내 검·경 칼끝도 권 대표 겨냥…'신병 확보' 관건

한국의 검찰과 경찰, 미국의 SEC. 수사 기관의 최대 관건은 권 대표의 신병 확보입니다. 신병을 확보할 만큼의 증거를 수집해 법원의 영장을 받아낼 수 있느냐 여부가 될 겁니다.

권 대표는 앞서 트위터를 통해 '작년부터 싱가포르에 있었다'며 테라폼랩스의 글로벌 본사 격인 싱가포르 법인은 여전히 운영 중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코인데스크코리아와 한겨레, SBS 등 국내 여러 언론이 싱가포르를 찾았지만, 아직 행방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주싱가포르 한국대사관도 권 대표의 행방은 모른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수사는 시작됐지만, 수사 대상이 매우 낯섭니다. 수사관들도 생소해 하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그러니 속도도 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권 대표의 행위가 죄가 될지 여부조차도 불확실합니다.

과연 한국과 미국 수사기관은 권 대표를 향해 칼끝을 겨눌 수 있을까요? 이번 수사의 성패는 향후 늘어날 게 뻔한 가상화폐 범죄를 어디까지 처벌할 수 있을지 중대한 분수령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테라 루나 폭락 사태 이후 약 2주 만에 다시 출범한 '루나 2.0'은 무엇이고, 또 이를 통해 기존 피해자 보호가 가능할지 저희가 취재한 내용 전해드립니다.


■ 테라·루나 용어 해설

☞ 디파이(defi) : 탈중앙화 금융. 정부나 기업 등 중앙기관의 통제 없이 블록체인 기술로 가동되는 금융 서비스.
☞ 앵커 프로토콜(anchor protocol) : 테라의 디파이 서비스. 테라를 예금하면 연리 20%를 주고, 다른 가상화폐를 담보삼아 테라를 대출해주기도 함.
☞ 페깅(pegging) : 통화나 상품의 가치를 안정적인 자산에 고정하는 것. 테라의 UST는 1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됨. 1 UST가 1달러 가치에서 벗어난 상태는 '디페깅'이라고 함.
☞ 스테이킹(staking) :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상화폐를 특정 플랫폼에 넣고, 플랫폼 운영에 참여하는 행위. 테라의 경우, 자매 가상화폐인 루나로 앵커 프로토콜에 참여하는 걸 말함.

[연관기사]
[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① 테라에 1억 투자…대체 뭘 믿고?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77392
[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② “1억이 1,000원으로”…테라·루나가 어쩌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78305
[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③ 투자 유도해놓고…뚜껑 여니 ‘파산 직전’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78565
[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④ -99% 기록적 폭락, 사건의 전말은?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78801
[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⑤ “무서워서 증언 못한다”…권도형은 누구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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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⑥ “한 몸이었던 두 회사”…테라 어떻게 운영됐나?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80642
[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⑦ “테라 지키자”…4조 원 굴린 루나파운데이션가드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81551
[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⑧ 테라 뒤엔 대형 헤지펀드…“계약 아는 내부자 딱 세 명”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83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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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⑨ 미국도 정조준…궁지 몰린 권도형
    • 입력 2022-06-11 07:00:18
    취재K
<strong>테라·루나 사태, 전세계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은 사건입니다.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첫 수사 대상으로도 삼았습니다. 그런데 루나가 무엇인지, 왜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인지 알기 쉽지 않습니다. KBS는 이 암호 같은 '테라·루나'를 A부터 Z까지 찬찬히 풀어보기로 했습니다.<br /></strong>

테라에 대한 수사는 시작됐습니다. 검찰과 경찰 모두 착수했습니다. 그러나 속도가 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검·경 모두 정확한 확인은 마다하지만, 다각도로 취재해보면 더딘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테라를 수사하는 곳은 국내뿐만이 아닙니다. 미국 수사기관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해 5월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 美 SEC 수사 대상은 '미러 프로토콜'

SEC는 일단 '미러 프로토콜'을 수사 중입니다. 미러 프로토콜은 대체 뭐냐고요?

테라폼랩스의 설명을 옮겨 볼까요? 합성자산 기반의 탈중앙화 금융(DeFi, 디파이) 플랫폼으로, 테라 코인으로 미국 주식이나 암호화폐 등의 자산 가격을 추종하는 m자산(mAsset)을 거래할 수 있게 열어둔 시장입니다. 거의 암호문에 가깝습니다.

미국 주식을 추종하는 합성자산을 거래하는 ‘미러 프로토콜’ (출처 : 미러 프로토콜 사이트)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위 그림을 보시죠. m을 빼고 대문자만 보면,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이나 ETF 등입니다. 애플, 에어비앤비, 아마존, 아크….

미국 주식 시장에 상장된 이들 기업의 주식을 추종하는 겁니다. 단, 달러화가 아니라 테라 코인 기반입니다.

예를 들어, 1:1로 추종하도록 설계됐다면, 애플 주식이 1% 상승하면, mAPPL도 1% 상승하는 식입니다. 실물 주식만 없을 뿐, 실제 주식처럼 움직이는 상품입니다.

SEC는 바로 이 점에 주목했습니다. 주식과 같이 움직인다면 증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그렇다면 미국 SEC에 사전에 등록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다른 주식이 모두 그렇게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 소환 명령에 소송 대응…"SEC는 관할권 없어"

결국, 출시 5개월여 만인 지난해 5월 SEC가 수사에 착수합니다. 지난해 9월에는 SEC 수사관들이 가상화폐 행사장을 방문해 권 대표에게 소환장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2021년 10월 야후파이낸스와 인터뷰하는 권도형 대표(출처 : 야후파이낸스)
권 대표는 테라폼랩스의 본사가 싱가포르에, 지사가 한국에 있는데 왜 미국 수사기관이 수사에 나서냐고 반발합니다. 수사 관할권이 없다고 소송을 냅니다.

하지만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은 테라폼랩스와 권 대표가 소환 명령에 응해야 한다며 SEC의 손을 들어줍니다. 이에 권 대표는 즉각 항소했지만, 역시 패소합니다.

SEC 소환 명령 관련 권도형 대표의 항소 기각 공지(출처 : 美 SEC 사이트)
미국 법원의 판단은 이랬습니다. 테라 측이 미국 소비자들을 상대로 영업했고, 미국 직원들을 고용하고 있으며, 미국 기업들과도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만큼 SEC가 조사할 수 있다는 겁니다.

SEC는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테라 폭락 직전에 '미러 프로토콜'을 마케팅한 것이 소비자보호법을 위반한 게 아닌지도 살피고 있습니다.

국내 검·경 칼끝도 권 대표 겨냥…'신병 확보' 관건

한국의 검찰과 경찰, 미국의 SEC. 수사 기관의 최대 관건은 권 대표의 신병 확보입니다. 신병을 확보할 만큼의 증거를 수집해 법원의 영장을 받아낼 수 있느냐 여부가 될 겁니다.

권 대표는 앞서 트위터를 통해 '작년부터 싱가포르에 있었다'며 테라폼랩스의 글로벌 본사 격인 싱가포르 법인은 여전히 운영 중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코인데스크코리아와 한겨레, SBS 등 국내 여러 언론이 싱가포르를 찾았지만, 아직 행방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주싱가포르 한국대사관도 권 대표의 행방은 모른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수사는 시작됐지만, 수사 대상이 매우 낯섭니다. 수사관들도 생소해 하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그러니 속도도 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권 대표의 행위가 죄가 될지 여부조차도 불확실합니다.

과연 한국과 미국 수사기관은 권 대표를 향해 칼끝을 겨눌 수 있을까요? 이번 수사의 성패는 향후 늘어날 게 뻔한 가상화폐 범죄를 어디까지 처벌할 수 있을지 중대한 분수령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테라 루나 폭락 사태 이후 약 2주 만에 다시 출범한 '루나 2.0'은 무엇이고, 또 이를 통해 기존 피해자 보호가 가능할지 저희가 취재한 내용 전해드립니다.


■ 테라·루나 용어 해설

☞ 디파이(defi) : 탈중앙화 금융. 정부나 기업 등 중앙기관의 통제 없이 블록체인 기술로 가동되는 금융 서비스.
☞ 앵커 프로토콜(anchor protocol) : 테라의 디파이 서비스. 테라를 예금하면 연리 20%를 주고, 다른 가상화폐를 담보삼아 테라를 대출해주기도 함.
☞ 페깅(pegging) : 통화나 상품의 가치를 안정적인 자산에 고정하는 것. 테라의 UST는 1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됨. 1 UST가 1달러 가치에서 벗어난 상태는 '디페깅'이라고 함.
☞ 스테이킹(staking) :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상화폐를 특정 플랫폼에 넣고, 플랫폼 운영에 참여하는 행위. 테라의 경우, 자매 가상화폐인 루나로 앵커 프로토콜에 참여하는 걸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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