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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격차]② 지구를 지키는 ‘재활용’ 노동자, 폭염 속 건강은 지키고 있을까
입력 2022.07.24 (11:00) 수정 2022.07.24 (11:54) 취재K
2018년 폭염은 법적인 '자연 재난'이 됐습니다. 그러나 "여름은 원래 더운 것"이라는 가벼운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폭염 피해가 '특정 계층'에 집중된다는 점이 크게 작용합니다. KBS는 폭염에 무방비로 노출된 당사자들을 차례로 점검하고 해법을 고민해봅니다.

지구에 플라스틱 하나를 더했다는 죄책감을 덜기 위해, 열심히 분리배출을 합니다. 하지만, 분리배출은 재활용의 시작일 뿐이죠. 이후 어렵고 힘든 작업이 뒤따라야 합니다.

최대 난관은 선별 작업입니다. 뒤섞인 더미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를 골라내야 합니다. 사람 손이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작업을 하는 장소를 ' 재활용 선별 작업장' 이라고 부릅니다.

구로자원순환센터(지하) / 푸른수목원(지상)구로자원순환센터(지하) / 푸른수목원(지상)

■ 저 푸른 공원 발밑엔…

위 사진을 볼까요. 재활용 선별 작업장이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안 보이시죠. 자세히 봐도 안 보이실 겁니다. 왜? 지하에 있기 때문입니다.

전국의 지자체는 일종의 혐오시설인 재활용 선별 작업장을 지하화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에서만 15개 공공 선별장 중 이미 7곳이 지하로 들어갔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시민 친화적 행정이 분명합니다.

취재팀은 각 구청에 지하 선별장 취재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취재를 거부했습니다. 시민을 위한 행정인데 왜 거부했을까요.

어렵게 취재 협조를 받은 한 지하 선별장. 취재팀은 지하 24 미터 계단을 내려간 순간, 그 이유를 몸으로 느꼈습니다. 현장에 동행한 취재진 4명은 '설국열차' 마지막 칸을 동시에 떠올렸습니다.

■ 말도 못할 소음, 악취 그리고 폭염


컨베이어 벨트가 빠르게 돌아갑니다. 각종 쓰레기를 실어 나르느라 벨트는 쉴 틈이 없습니다. 그 덕에 바로 옆 사람과 대화가 힘들 정도입니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취재진은 소리를 질러야 했습니다.

소음까진 귀마개를 끼면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습니다. 악취는 글로 옮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썩은 양배추' 냄새를 맡아보신 적 있나요. 그 악취는 지하 공간을 가득 메웠습니다.

악취 측정기를 갖다 댔습니다. '썩은 양배추 냄새'의 원천인 메틸메르캅탄과 '자극적인 과일 냄새'인 아세트알데하이드 검출치는 모두 악취방지법이 정한 배출허용기준(공업지역)을 상회했습니다.

정화 장치가 없냐고요. 당연히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외부로 나가는 공기를 거르는 것입니다. 선별장의 공기는 정화의 대상이 아닙니다. 현장 노동자들은 그 악취를 마스크 하나로 견딥니다.

■ 냄새냐, 더위냐…그것이 문제로다

더 문제는 여름입니다. 요즘 더위 때문에 마스크 쓰기 답답하시죠. 선별장의 마스크는 악취를 막기 위한 매우 고밀도 제품입니다. 답답함의 체감도는 보건 마스크의 몇 배일 겁니다.

하지만, 선별장의 노동자들은 수시로 마스크를 벗습니다. 너무 덥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악취를 견디겠다는 겁니다. 냄새냐, 더위냐… 실존적 물음 앞에 노동자들은 냄새를 택합니다.

"땀이 많이 나다 보면 눈을 계속 감을 수밖에 없어요. 장갑도 끼고 있고 장갑에 유리 가루도 묻어 있고 (땀을) 닦을 수가 없으니까 마스크를 아예 빼는 거예요."
- 이재식/전국환경노조 지부장

■ 지자체 담당자 "냉방시설 있잖아요?"


지하 현장에 열화상 카메라를 댔습니다. 내부 온도 35도. 지하에 있지만, 바깥의 불볕보다 전혀 시원하지 않습니다. 위 사진 속 여성 노동자의 등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습니다.

이쯤되면 궁금해집니다. 실내인데 에어컨도 있고 선풍기도 있을 텐데, 왜? 선풍기는 약하게 겨우 돌립니다. 바람이 세지면 비닐 쓰레기가 날아갑니다.

에어컨도 천장에 있긴 합니다. 하지만, 천장은 웬만한 건물 3층 높이입니다. 찬 바람은 노동자들이 있는 바닥에 미치지 못합니다. 그러니 내부 온도는 35도 안팎입니다.


정영일 구로자원순환센터 분회장은 "냉각탑을 설치해서 공기 넣어주면 훨씬 났지만, 구청에서 환경 개선 좀 해달라고 해도 그래도 깜깜 무소식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관리 주체는 지자체는 이런 현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취재를 거부한 한 구청의 청소행정과 직원은 이렇게 되물었습니다. "저희 지하시설에는 전부 난방, 냉방 시설 돼있지 않나요?"

■ "솔직히 죽지 못해서 하는 거죠"

현장의 악취는 노동자 건강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취재한 정부 관계자들은 대부분 "모른다"고 대답하거나, "배출원이라 문제 삼기 어렵다"며 말을 돌렸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지하 선별장의 악취는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허용치 언저리쯤에 있습니다. 아래의 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수치만 보면, 당장 큰일이 벌어질거라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경계선의 악취에 1년 내내 지속적으로 노출된다는 점입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환경의학연구소 교수는 "소화기계 장애나 신경계 두통과 같은 불면증 장애나 또 그 외에 신경계나 많은 부분에 영향이 있을 수 있어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악취 물질보다도, 다른 요인을 더 걱정했습니다. "오히려 (플라스틱 처리 기계에서) PVC가 열에 의해서 타면서 나오는 굉장히 많은 발암물질들이 있을 것"이라며 "또 각종 찌꺼기들이 있을 텐데 이것들이 부패하면서 나오는, 소위 말하는 생물학적 요인들, 미생물들이 많아 독성 물질이 생겨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습니다.

작업 현장은 구인난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노동자 대부분이 50, 60대 였습니다.

취재 중 만난 노조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솔직히 말해 죽지 못해서 하는 거죠"


저 푸른 공원의 발밑엔 소음·악취·폭염이 3종 세트처럼 진동하는 현장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거기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 이 명백한 사실을 계속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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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16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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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기·습기·악취에 무방비 노출…실내작업 온열질환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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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곳에 ‘쉼터’…겉도는 배달노동자 폭염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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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염격차]② 지구를 지키는 ‘재활용’ 노동자, 폭염 속 건강은 지키고 있을까
    • 입력 2022-07-24 11:00:54
    • 수정2022-07-24 11:54:27
    취재K
<strong>2018년 폭염은 법적인 '자연 재난'이 됐습니다. 그러나 "여름은 원래 더운 것"이라는 가벼운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폭염 피해가 '특정 계층'에 집중된다는 점이 크게 작용합니다. KBS는 폭염에 무방비로 노출된 당사자들을 차례로 점검하고 해법을 고민해봅니다.</strong>

지구에 플라스틱 하나를 더했다는 죄책감을 덜기 위해, 열심히 분리배출을 합니다. 하지만, 분리배출은 재활용의 시작일 뿐이죠. 이후 어렵고 힘든 작업이 뒤따라야 합니다.

최대 난관은 선별 작업입니다. 뒤섞인 더미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를 골라내야 합니다. 사람 손이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작업을 하는 장소를 ' 재활용 선별 작업장' 이라고 부릅니다.

구로자원순환센터(지하) / 푸른수목원(지상)구로자원순환센터(지하) / 푸른수목원(지상)

■ 저 푸른 공원 발밑엔…

위 사진을 볼까요. 재활용 선별 작업장이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안 보이시죠. 자세히 봐도 안 보이실 겁니다. 왜? 지하에 있기 때문입니다.

전국의 지자체는 일종의 혐오시설인 재활용 선별 작업장을 지하화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에서만 15개 공공 선별장 중 이미 7곳이 지하로 들어갔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시민 친화적 행정이 분명합니다.

취재팀은 각 구청에 지하 선별장 취재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취재를 거부했습니다. 시민을 위한 행정인데 왜 거부했을까요.

어렵게 취재 협조를 받은 한 지하 선별장. 취재팀은 지하 24 미터 계단을 내려간 순간, 그 이유를 몸으로 느꼈습니다. 현장에 동행한 취재진 4명은 '설국열차' 마지막 칸을 동시에 떠올렸습니다.

■ 말도 못할 소음, 악취 그리고 폭염


컨베이어 벨트가 빠르게 돌아갑니다. 각종 쓰레기를 실어 나르느라 벨트는 쉴 틈이 없습니다. 그 덕에 바로 옆 사람과 대화가 힘들 정도입니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취재진은 소리를 질러야 했습니다.

소음까진 귀마개를 끼면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습니다. 악취는 글로 옮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썩은 양배추' 냄새를 맡아보신 적 있나요. 그 악취는 지하 공간을 가득 메웠습니다.

악취 측정기를 갖다 댔습니다. '썩은 양배추 냄새'의 원천인 메틸메르캅탄과 '자극적인 과일 냄새'인 아세트알데하이드 검출치는 모두 악취방지법이 정한 배출허용기준(공업지역)을 상회했습니다.

정화 장치가 없냐고요. 당연히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외부로 나가는 공기를 거르는 것입니다. 선별장의 공기는 정화의 대상이 아닙니다. 현장 노동자들은 그 악취를 마스크 하나로 견딥니다.

■ 냄새냐, 더위냐…그것이 문제로다

더 문제는 여름입니다. 요즘 더위 때문에 마스크 쓰기 답답하시죠. 선별장의 마스크는 악취를 막기 위한 매우 고밀도 제품입니다. 답답함의 체감도는 보건 마스크의 몇 배일 겁니다.

하지만, 선별장의 노동자들은 수시로 마스크를 벗습니다. 너무 덥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악취를 견디겠다는 겁니다. 냄새냐, 더위냐… 실존적 물음 앞에 노동자들은 냄새를 택합니다.

"땀이 많이 나다 보면 눈을 계속 감을 수밖에 없어요. 장갑도 끼고 있고 장갑에 유리 가루도 묻어 있고 (땀을) 닦을 수가 없으니까 마스크를 아예 빼는 거예요."
- 이재식/전국환경노조 지부장

■ 지자체 담당자 "냉방시설 있잖아요?"


지하 현장에 열화상 카메라를 댔습니다. 내부 온도 35도. 지하에 있지만, 바깥의 불볕보다 전혀 시원하지 않습니다. 위 사진 속 여성 노동자의 등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습니다.

이쯤되면 궁금해집니다. 실내인데 에어컨도 있고 선풍기도 있을 텐데, 왜? 선풍기는 약하게 겨우 돌립니다. 바람이 세지면 비닐 쓰레기가 날아갑니다.

에어컨도 천장에 있긴 합니다. 하지만, 천장은 웬만한 건물 3층 높이입니다. 찬 바람은 노동자들이 있는 바닥에 미치지 못합니다. 그러니 내부 온도는 35도 안팎입니다.


정영일 구로자원순환센터 분회장은 "냉각탑을 설치해서 공기 넣어주면 훨씬 났지만, 구청에서 환경 개선 좀 해달라고 해도 그래도 깜깜 무소식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관리 주체는 지자체는 이런 현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취재를 거부한 한 구청의 청소행정과 직원은 이렇게 되물었습니다. "저희 지하시설에는 전부 난방, 냉방 시설 돼있지 않나요?"

■ "솔직히 죽지 못해서 하는 거죠"

현장의 악취는 노동자 건강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취재한 정부 관계자들은 대부분 "모른다"고 대답하거나, "배출원이라 문제 삼기 어렵다"며 말을 돌렸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지하 선별장의 악취는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허용치 언저리쯤에 있습니다. 아래의 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수치만 보면, 당장 큰일이 벌어질거라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경계선의 악취에 1년 내내 지속적으로 노출된다는 점입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환경의학연구소 교수는 "소화기계 장애나 신경계 두통과 같은 불면증 장애나 또 그 외에 신경계나 많은 부분에 영향이 있을 수 있어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악취 물질보다도, 다른 요인을 더 걱정했습니다. "오히려 (플라스틱 처리 기계에서) PVC가 열에 의해서 타면서 나오는 굉장히 많은 발암물질들이 있을 것"이라며 "또 각종 찌꺼기들이 있을 텐데 이것들이 부패하면서 나오는, 소위 말하는 생물학적 요인들, 미생물들이 많아 독성 물질이 생겨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습니다.

작업 현장은 구인난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노동자 대부분이 50, 60대 였습니다.

취재 중 만난 노조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솔직히 말해 죽지 못해서 하는 거죠"


저 푸른 공원의 발밑엔 소음·악취·폭염이 3종 세트처럼 진동하는 현장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거기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 이 명백한 사실을 계속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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