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감독 시즌3] ⑦ ‘감히…’ 말하지 못했던 학생들의 속마음

입력 2016.06.22 (19:50) 수정 2016.06.22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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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촌고 농구부 학생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비상 대책회의를 열었다. 주장 채형이가 비장한 표정으로 먼저 말을 꺼냈다. "서장훈 감독님에 대한 진짜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거야" 농구부를 그만두는 한이 있더라도 솔직한 대화가 필요한 순간이다.



농구부를 맡고 있는 이윤희 선생님은 직접 개입하는 대신 멀찍이서 학생들의 선택과 결정을 지켜보기로 했다. 체육관 2층 난간 뒤에 서서 조용히 지켜보는 선생님의 얼굴에는 아이들을 걱정하는 마음과 아이들을 신뢰하는 마음이 묘하게 섞여 있다.



그동안 마음속에 있었지만, 감히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생각이 조금씩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솔직히 김승현 코치님만 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서장훈 감독님은 안 오셨으면 좋겠다는 생각한 적 있어요"
"처음에 오셨을 때는 정말 좋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핵심은 소통의 부재였다. 학생들은 처음부터 언로가 막혀 있었다. 우선 너무나 평범한 고등학생들에게 전설의 농구 선수 서장훈은 처음부터 가까이 다가서기 어려운 존재였다. 각종 TV 예능프로에서나 보던 서장훈은 단순한 농구 지도자 이상의 존재감을 갖고 있었다. 더구나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제작을 위해 수많은 카메라가 돌아가는 가운데서 자신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드러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조금 의문이 생겨도, 불만이 생겨도, 참아야 할 것 같았다. "감히 서장훈 감독님에게..." 자칫 TV 카메라 앞에서 훈련이 힘들다고 징징대는 철없는 학생으로 비칠 것 같기도 했다. 평소 고민을 털어놓던 이윤희 선생님에게조차 말씀드리지 못할 만큼 부담감은 컸다.

학생들은 멀게만 느껴지는 서장훈 감독이 먼저 다가와 주길 기다렸다. 그러나 서장훈 감독은 자유로운 학교 동아리보다는 엘리트 운동부에 가까운 엄격한 기준으로 훈련을 진행했다. 훈련의 양보다 훈련의 분위기와 소통의 방식이 문제였다.



서장훈 감독이 호통칠 때마다 배우겠다는 생각보다 두려움이 먼저 찾아왔다. "어디로 가라고 했어?" 때로는 답을 몰라도 되물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힘들어? 힘들면 안 나와도 돼. 무슨 농구를 열심히 한다는 거야. 뭘 하겠다는 거야.. 뭐가 농구가 좋아 폼 그만 잡으라고.. 웃지 말고.. 말 안 들어?" 서장훈 감독의 요구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한번 두번 날 선 지적이 쌓이는 동안 마음의 거리는 멀어져갔다.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꿈같은 행복이 불편함으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속 깊은 대화가 필요했지만 그럴 기회를 잡지 못했다. "감독님이 무서워서.. 머릿속이 하얘져요" "서로 맞춰가야지 한쪽만 맞춰가면 그건 그냥 엘리트 운동선수 키우는 거지 동아리 하는 데가 아니잖아요?" "좀 실수를 하기만 하면 바로 뭐라고 하시고 세게 거칠게 표현하시니까..."




대화는 부족하고 갈등은 누적되고... 심지어 그렇게 사랑하던 농구가 싫어졌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이미 사태는 악화됐다. 서장훈 감독의 자진 하차 선언이라는 돌발사태는 어쩌면 진작부터 팽팽하던 긴장의 끈이 어느 순간 터져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등촌고 농구부 학생들은 처음으로 자신들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위대한 서장훈 감독에게 지도를 받는 행운에 감사하지만, 이제는 진솔한 대화가 필요한 순간이다. 출범 두 달여 만에 소통의 부재를 드러내며 위기에 빠진 등촌고 농구부... 서장훈 감독은 학생들의 목소리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공룡감독 시즌3]
① 시험 끝난 날도 농구장으로 간다!
② 김승현의 눈물…전규삼 감독님!
③ 서장훈표 행복훈련 “나 재미있는 감독이야”
④ 깊어가는 갈등
⑤ 갈등 폭발! “내가 네 친구야?”
⑥ “그만하자” 서장훈 자진 하차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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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22 19:50:49
    • 수정2016-06-22 19:55:09
    공룡감독
등촌고 농구부 학생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비상 대책회의를 열었다. 주장 채형이가 비장한 표정으로 먼저 말을 꺼냈다. "서장훈 감독님에 대한 진짜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거야" 농구부를 그만두는 한이 있더라도 솔직한 대화가 필요한 순간이다.



농구부를 맡고 있는 이윤희 선생님은 직접 개입하는 대신 멀찍이서 학생들의 선택과 결정을 지켜보기로 했다. 체육관 2층 난간 뒤에 서서 조용히 지켜보는 선생님의 얼굴에는 아이들을 걱정하는 마음과 아이들을 신뢰하는 마음이 묘하게 섞여 있다.



그동안 마음속에 있었지만, 감히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생각이 조금씩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솔직히 김승현 코치님만 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서장훈 감독님은 안 오셨으면 좋겠다는 생각한 적 있어요"
"처음에 오셨을 때는 정말 좋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핵심은 소통의 부재였다. 학생들은 처음부터 언로가 막혀 있었다. 우선 너무나 평범한 고등학생들에게 전설의 농구 선수 서장훈은 처음부터 가까이 다가서기 어려운 존재였다. 각종 TV 예능프로에서나 보던 서장훈은 단순한 농구 지도자 이상의 존재감을 갖고 있었다. 더구나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제작을 위해 수많은 카메라가 돌아가는 가운데서 자신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드러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조금 의문이 생겨도, 불만이 생겨도, 참아야 할 것 같았다. "감히 서장훈 감독님에게..." 자칫 TV 카메라 앞에서 훈련이 힘들다고 징징대는 철없는 학생으로 비칠 것 같기도 했다. 평소 고민을 털어놓던 이윤희 선생님에게조차 말씀드리지 못할 만큼 부담감은 컸다.

학생들은 멀게만 느껴지는 서장훈 감독이 먼저 다가와 주길 기다렸다. 그러나 서장훈 감독은 자유로운 학교 동아리보다는 엘리트 운동부에 가까운 엄격한 기준으로 훈련을 진행했다. 훈련의 양보다 훈련의 분위기와 소통의 방식이 문제였다.



서장훈 감독이 호통칠 때마다 배우겠다는 생각보다 두려움이 먼저 찾아왔다. "어디로 가라고 했어?" 때로는 답을 몰라도 되물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힘들어? 힘들면 안 나와도 돼. 무슨 농구를 열심히 한다는 거야. 뭘 하겠다는 거야.. 뭐가 농구가 좋아 폼 그만 잡으라고.. 웃지 말고.. 말 안 들어?" 서장훈 감독의 요구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한번 두번 날 선 지적이 쌓이는 동안 마음의 거리는 멀어져갔다.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꿈같은 행복이 불편함으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속 깊은 대화가 필요했지만 그럴 기회를 잡지 못했다. "감독님이 무서워서.. 머릿속이 하얘져요" "서로 맞춰가야지 한쪽만 맞춰가면 그건 그냥 엘리트 운동선수 키우는 거지 동아리 하는 데가 아니잖아요?" "좀 실수를 하기만 하면 바로 뭐라고 하시고 세게 거칠게 표현하시니까..."




대화는 부족하고 갈등은 누적되고... 심지어 그렇게 사랑하던 농구가 싫어졌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이미 사태는 악화됐다. 서장훈 감독의 자진 하차 선언이라는 돌발사태는 어쩌면 진작부터 팽팽하던 긴장의 끈이 어느 순간 터져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등촌고 농구부 학생들은 처음으로 자신들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위대한 서장훈 감독에게 지도를 받는 행운에 감사하지만, 이제는 진솔한 대화가 필요한 순간이다. 출범 두 달여 만에 소통의 부재를 드러내며 위기에 빠진 등촌고 농구부... 서장훈 감독은 학생들의 목소리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공룡감독 시즌3]
① 시험 끝난 날도 농구장으로 간다!
② 김승현의 눈물…전규삼 감독님!
③ 서장훈표 행복훈련 “나 재미있는 감독이야”
④ 깊어가는 갈등
⑤ 갈등 폭발! “내가 네 친구야?”
⑥ “그만하자” 서장훈 자진 하차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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