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식당⑧ 동네식당 5곳 중 4곳 폐업 vs 재벌식당 매출 5배 증가

입력 2016.10.05 (16:36) 수정 2016.10.05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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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의 71%가 5년 안에 문을 닫는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소상공인 10명 가운데 7명은 창업을 하고, 5년도 버티지 못한다는 겁니다.

[연관기사] ☞ 소상공인 71%, 5년내 문 닫아…식당·여관 절반 폐업

이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이채익 의원이 중소기업청이 제출한 자료를 기반으로 발표한 내용인데요. 자료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동네식당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습니다.

■ 동네식당 5년 안에 망할 확률 82%?

중기청이 이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는 통계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14년 '기업생멸행정통계'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 [다운받기] 2014년 ‘기업생멸행정통계’[PDF]

통계청은 매년 법인 및 개인사업자 등 모든 사업체를 대상으로 창업 후 5년 동안의 생존율을 업종별로 조사해 발표합니다.

여기서 생존율은 1~5년 전에 만들어진 사업체가 기준연도까지 생존한 비율이고, 2014년 '기업생멸행정통계'의 생존율은 2013년 활동기업을 기준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니까, 5년차 생존율이 17.7%라는 것은 기준연도인 2013년으로부터 5년 전인 2008년에 문 연 숙박·음식점 중 2013년까지 남아있는 곳이 17.7%뿐이라는 의밉니다.

생존율은 거꾸로 보면 망할 확률입니다. 2012년에 창업한 숙박·음식점 중 54.4%, 2008년 사업을 시작한 여관이나 식당은 82.3%가 문을 닫았습니다. 전체 평균과 비교해보면 숙박·음식점 생존이 얼마나 어려운지 여실히 드러납니다.

통계청이 모든 사업체를 대상으로 생존율을 조사하기 때문에 이 수치에는 소상공인(상시고용인원 5인 이하)은 물론 대기업과 중소기업까지 다 포함돼 있는데요. 숙박·음식업체 중 대부분은 식당이고, 또 대부분은 영세한 동네식당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2013년 활동한 74만4,573곳의 숙박·음식업체 중 연 매출이 5,000만 원도 안 되는 사업체가 38만6,725곳으로 절반을 훌쩍 넘고, 1억 원이 안 되는 사업체가 총 50만7,127곳으로 전체의 71%에 달합니다.

식당으로 따지면 1년 내내 안 쉬고 영업한다고 했을 때, 하루 매출이 27만4,000원이면 연매출이 1억 원을 넘습니다. 7,000원짜리 김치찌개 40그릇만 팔아도 나오는 매출액입니다. 거꾸로 보면 전체의 71%에 달하는 숙박·음식업체는 매일 7,000원짜리 김치찌개 40그릇도 못 팔 정도로 돈을 못 번다는 얘기가 됩니다.

2013년 기준 전체 74만여 곳의 숙박·음식업체 중 여관 등 숙박업체와 술집 같은 주점업을 제외한 순수한 음식점업 사업체, 그러니까 식당만 52만 곳을 넘어 전체의 71%에 달합니다.

이는 5년 내 망할 확률 82%가 대부분은 식당, 그것도 영세한 동네식당에 해당된다는 의미가 됩니다.

■ 무섭게 성장하는 대기업 음식점... '5년 새 매출 5배 늘기도'

이처럼 많은 동네식당 등 영세 소상공인들이 5년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동안 대기업이 운영하는 음식점들은 무섭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식뷔페 계절밥상과 패밀리레스토랑 빕스 등을 운영하는 CJ푸드빌의 매출액은 2006년 2,860억 원에서 지난해 1조2,063억 원으로 9년 만에 4배 이상 불어났습니다. 커피프랜차이즈 투썸플레이스와 제과 프랜차이즈 뚜레쥬르 등의 성장과 계절밥상, 제일제면소, 차이나팩토리 등 직영 음식점의 증가 덕분일 겁니다.


한식뷔페 올반을 운영하는 신세계푸드의 외식사업부문 매출액 성장세는 최근 더욱 두드러집니다. 2012년 매출액이 583억 원이었는데, 2년 만인 2014년 1,000억 원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상반기에만 1,550억 원을 벌었습니다.

지난해 조직개편 등으로 외식사업부 매출액만 따로 공개하고 있지 않아 2015년 전체 외식사업부문 매출액은 확인할 수 없는데요. 2010년 상반기 매출액이 332억 원이었으니 상반기 매출액만 따지면 최근 5년 새 매출액이 4.7배나 불어난 겁니다.

해산물 패밀리레스토랑 보노보노를 주력으로 했던 신세계푸드 외식사업부는 지난 2014년 한식뷔페 올반을 시작해 매장을 늘렸습니다. 회사 측은 "올반, 자니로켓, 베키아에누보 등의 외식사업 사업점이 늘어나면서 매출액이 많이 증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국내에서는 성장가도... 해외에서는 계속 손해?

이 같은 대기업 외식사업의 성공은 아직은 국내에만 국한돼 있습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 김삼희 팀장은 "대기업의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다 보니 소상공인들이 해야 하는 사업에 최근 그 진출이 많아지고 있다. 식당업 진출도 그중 하나로 보면 될 것"이라면서 "대기업은 국내가 아니라 세계로 나가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내에서 동네식당과 경쟁할 게 아니라 자본력과 기술력, 인프라 등을 활용해 해외에서 다른 나라 식당과 경쟁해야 한다는 거죠.


CJ푸드빌은 이미 오래전부터 해외에 한식을 널리 전파하겠다는 생각으로 해외진출에 나섰습니다. 현금출자 등으로 해외에 투자한 금액도 상당합니다. CJ푸드빌이 지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간 해외법인(종속기업 및 공동기업)에 투자한 금액은 총 1,030억 원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2011년 이후 5년 동안의 누적 손실이 869억 원에 이를 정도입니다. 꾸준한 투자로 매장을 늘리면서 매출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데, 매년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CJ푸드빌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물류상권, 인프라 구축, 메뉴 현지화 등에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신규점포를 낼 때도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며 "지금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궁극적으로 해외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앞을 보고 투자를 이어나갈 생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내에서 버는 것 이상으로 해외에 투자하고 있다고 봐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이는 결국 국내에서 벌어 해외에 투자한다는 얘기고, 국내 사업에서 동네식당과 경쟁해 돈 벌어서 해외에 투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 대기업 음식점 확장·진입 자제하는데... 언제까지, 얼마나 늘까?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 2013년 6월부터 3년간 음식점업(한식, 중식, 일식, 서양식, 기타 외국식, 분식 및 김밥 전문점, 그 외 기타 음식점업 등 7개 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고, 대기업에 사업축소와 확장 및 진입 자제를 권고해왔습니다. 음식점업에서는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이 대기업과 경쟁하기 어려우니 대기업이 음식점을 새로 차리는 것을 자제해달라는 겁니다.

3년이 지난 올 6월에는 다시 한 번 음식점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습니다. 3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확장 및 진입 자제 권고는 얼마나 효과를 보고 있을까요?

표면적으로는 동반성장위의 진입 및 확장 자제 권고가 완벽히 지켜지고 있습니다. 동반성장위는 지난 2013년 음식점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한 후, 매년 출점제한 권고를 어긴 대기업이 없는지 점검하고 있는데요. 그동안 이를 어긴 대기업은 한 곳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대기업 음식점이 늘어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규제가 시작된 2013년 처음 만들어진 대기업 한식뷔페는 꾸준히 매장을 늘려 매장 수가 어느새 100곳을 훌쩍 넘었습니다.

출점제한 권고를 어기지 않는데도 매장이 급증하는 비결은 '이해심 많은' 예외조항입니다. 동반성장위는 대기업의 음식업종 확장 및 진입자제 권고를 하면서 '복합다중시설, 역세권, 신도시신상권, 상업지역 내 출점에 한해 예외를 인정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한 줄이 대기업 음식점 성장의 비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신세계푸드는 '본사 및 계열사가 소유하고 있는 건물에는 출점 가능하다'는 조항을 활용해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등 자사소유 건물에 올반을 입점시키고 있습니다. 이랜드파크 역시 뉴코아아울렛, NC백화점 등 자사 소유 건물을 활용하기는 마찬가집니다.

또 예외조항의 역세권은 지하철 역으로부터 반경 100m 이내를 의미하는데, 여기서 기준점은 수많은 지하철역의 모든 출구를 포함합니다. 출구가 10개가 넘는 지하철역도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출점 가능 반경도 드넓어집니다.


동반성장위가 음식점업을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한 지 3년이 넘었고, 앞으로도 3년 더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될 예정입니다. 겉으로만 보면 확장 및 진입자제 권고를 어긴 대기업은 없습니다. 권고 사항을 어긴 대기업이 없기에 서류상으로는 대기업과 중소 상인들이 '동반성장'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3년 전이나 지금이나 대기업 음식점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계절밥상, 올반, 자연별곡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한식뷔페만 해도 작년 말 95곳이었는데 올해 8월25일 기준으로는 107곳으로 12곳이 더 늘었습니다. 이들 브랜드를 소유한 대기업의 매출도 계속 늘고 있습니다. 앞으로 또 얼마나 늘지 모르고, 어떤 신규 브랜드가 나올 지도 모릅니다. 음식점업 중기적합업종 지정으로 인한 대기업 확장 및 진입 자제 권고가 정말로 실효성 있는 조치로 작동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따져보지 않는다면, '재벌식당'의 골목 상권 진출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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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벌 식당⑧ 동네식당 5곳 중 4곳 폐업 vs 재벌식당 매출 5배 증가
    • 입력 2016-10-05 16:36:57
    • 수정2016-10-05 16:3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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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의 71%가 5년 안에 문을 닫는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소상공인 10명 가운데 7명은 창업을 하고, 5년도 버티지 못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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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이채익 의원이 중소기업청이 제출한 자료를 기반으로 발표한 내용인데요. 자료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동네식당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습니다.

■ 동네식당 5년 안에 망할 확률 82%?

중기청이 이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는 통계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14년 '기업생멸행정통계'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 [다운받기] 2014년 ‘기업생멸행정통계’[PDF]

통계청은 매년 법인 및 개인사업자 등 모든 사업체를 대상으로 창업 후 5년 동안의 생존율을 업종별로 조사해 발표합니다.

여기서 생존율은 1~5년 전에 만들어진 사업체가 기준연도까지 생존한 비율이고, 2014년 '기업생멸행정통계'의 생존율은 2013년 활동기업을 기준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니까, 5년차 생존율이 17.7%라는 것은 기준연도인 2013년으로부터 5년 전인 2008년에 문 연 숙박·음식점 중 2013년까지 남아있는 곳이 17.7%뿐이라는 의밉니다.

생존율은 거꾸로 보면 망할 확률입니다. 2012년에 창업한 숙박·음식점 중 54.4%, 2008년 사업을 시작한 여관이나 식당은 82.3%가 문을 닫았습니다. 전체 평균과 비교해보면 숙박·음식점 생존이 얼마나 어려운지 여실히 드러납니다.

통계청이 모든 사업체를 대상으로 생존율을 조사하기 때문에 이 수치에는 소상공인(상시고용인원 5인 이하)은 물론 대기업과 중소기업까지 다 포함돼 있는데요. 숙박·음식업체 중 대부분은 식당이고, 또 대부분은 영세한 동네식당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2013년 활동한 74만4,573곳의 숙박·음식업체 중 연 매출이 5,000만 원도 안 되는 사업체가 38만6,725곳으로 절반을 훌쩍 넘고, 1억 원이 안 되는 사업체가 총 50만7,127곳으로 전체의 71%에 달합니다.

식당으로 따지면 1년 내내 안 쉬고 영업한다고 했을 때, 하루 매출이 27만4,000원이면 연매출이 1억 원을 넘습니다. 7,000원짜리 김치찌개 40그릇만 팔아도 나오는 매출액입니다. 거꾸로 보면 전체의 71%에 달하는 숙박·음식업체는 매일 7,000원짜리 김치찌개 40그릇도 못 팔 정도로 돈을 못 번다는 얘기가 됩니다.

2013년 기준 전체 74만여 곳의 숙박·음식업체 중 여관 등 숙박업체와 술집 같은 주점업을 제외한 순수한 음식점업 사업체, 그러니까 식당만 52만 곳을 넘어 전체의 71%에 달합니다.

이는 5년 내 망할 확률 82%가 대부분은 식당, 그것도 영세한 동네식당에 해당된다는 의미가 됩니다.

■ 무섭게 성장하는 대기업 음식점... '5년 새 매출 5배 늘기도'

이처럼 많은 동네식당 등 영세 소상공인들이 5년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동안 대기업이 운영하는 음식점들은 무섭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식뷔페 계절밥상과 패밀리레스토랑 빕스 등을 운영하는 CJ푸드빌의 매출액은 2006년 2,860억 원에서 지난해 1조2,063억 원으로 9년 만에 4배 이상 불어났습니다. 커피프랜차이즈 투썸플레이스와 제과 프랜차이즈 뚜레쥬르 등의 성장과 계절밥상, 제일제면소, 차이나팩토리 등 직영 음식점의 증가 덕분일 겁니다.


한식뷔페 올반을 운영하는 신세계푸드의 외식사업부문 매출액 성장세는 최근 더욱 두드러집니다. 2012년 매출액이 583억 원이었는데, 2년 만인 2014년 1,000억 원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상반기에만 1,550억 원을 벌었습니다.

지난해 조직개편 등으로 외식사업부 매출액만 따로 공개하고 있지 않아 2015년 전체 외식사업부문 매출액은 확인할 수 없는데요. 2010년 상반기 매출액이 332억 원이었으니 상반기 매출액만 따지면 최근 5년 새 매출액이 4.7배나 불어난 겁니다.

해산물 패밀리레스토랑 보노보노를 주력으로 했던 신세계푸드 외식사업부는 지난 2014년 한식뷔페 올반을 시작해 매장을 늘렸습니다. 회사 측은 "올반, 자니로켓, 베키아에누보 등의 외식사업 사업점이 늘어나면서 매출액이 많이 증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국내에서는 성장가도... 해외에서는 계속 손해?

이 같은 대기업 외식사업의 성공은 아직은 국내에만 국한돼 있습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 김삼희 팀장은 "대기업의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다 보니 소상공인들이 해야 하는 사업에 최근 그 진출이 많아지고 있다. 식당업 진출도 그중 하나로 보면 될 것"이라면서 "대기업은 국내가 아니라 세계로 나가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내에서 동네식당과 경쟁할 게 아니라 자본력과 기술력, 인프라 등을 활용해 해외에서 다른 나라 식당과 경쟁해야 한다는 거죠.


CJ푸드빌은 이미 오래전부터 해외에 한식을 널리 전파하겠다는 생각으로 해외진출에 나섰습니다. 현금출자 등으로 해외에 투자한 금액도 상당합니다. CJ푸드빌이 지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간 해외법인(종속기업 및 공동기업)에 투자한 금액은 총 1,030억 원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2011년 이후 5년 동안의 누적 손실이 869억 원에 이를 정도입니다. 꾸준한 투자로 매장을 늘리면서 매출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데, 매년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CJ푸드빌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물류상권, 인프라 구축, 메뉴 현지화 등에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신규점포를 낼 때도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며 "지금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궁극적으로 해외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앞을 보고 투자를 이어나갈 생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내에서 버는 것 이상으로 해외에 투자하고 있다고 봐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이는 결국 국내에서 벌어 해외에 투자한다는 얘기고, 국내 사업에서 동네식당과 경쟁해 돈 벌어서 해외에 투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 대기업 음식점 확장·진입 자제하는데... 언제까지, 얼마나 늘까?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 2013년 6월부터 3년간 음식점업(한식, 중식, 일식, 서양식, 기타 외국식, 분식 및 김밥 전문점, 그 외 기타 음식점업 등 7개 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고, 대기업에 사업축소와 확장 및 진입 자제를 권고해왔습니다. 음식점업에서는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이 대기업과 경쟁하기 어려우니 대기업이 음식점을 새로 차리는 것을 자제해달라는 겁니다.

3년이 지난 올 6월에는 다시 한 번 음식점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습니다. 3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확장 및 진입 자제 권고는 얼마나 효과를 보고 있을까요?

표면적으로는 동반성장위의 진입 및 확장 자제 권고가 완벽히 지켜지고 있습니다. 동반성장위는 지난 2013년 음식점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한 후, 매년 출점제한 권고를 어긴 대기업이 없는지 점검하고 있는데요. 그동안 이를 어긴 대기업은 한 곳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대기업 음식점이 늘어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규제가 시작된 2013년 처음 만들어진 대기업 한식뷔페는 꾸준히 매장을 늘려 매장 수가 어느새 100곳을 훌쩍 넘었습니다.

출점제한 권고를 어기지 않는데도 매장이 급증하는 비결은 '이해심 많은' 예외조항입니다. 동반성장위는 대기업의 음식업종 확장 및 진입자제 권고를 하면서 '복합다중시설, 역세권, 신도시신상권, 상업지역 내 출점에 한해 예외를 인정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한 줄이 대기업 음식점 성장의 비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신세계푸드는 '본사 및 계열사가 소유하고 있는 건물에는 출점 가능하다'는 조항을 활용해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등 자사소유 건물에 올반을 입점시키고 있습니다. 이랜드파크 역시 뉴코아아울렛, NC백화점 등 자사 소유 건물을 활용하기는 마찬가집니다.

또 예외조항의 역세권은 지하철 역으로부터 반경 100m 이내를 의미하는데, 여기서 기준점은 수많은 지하철역의 모든 출구를 포함합니다. 출구가 10개가 넘는 지하철역도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출점 가능 반경도 드넓어집니다.


동반성장위가 음식점업을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한 지 3년이 넘었고, 앞으로도 3년 더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될 예정입니다. 겉으로만 보면 확장 및 진입자제 권고를 어긴 대기업은 없습니다. 권고 사항을 어긴 대기업이 없기에 서류상으로는 대기업과 중소 상인들이 '동반성장'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3년 전이나 지금이나 대기업 음식점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계절밥상, 올반, 자연별곡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한식뷔페만 해도 작년 말 95곳이었는데 올해 8월25일 기준으로는 107곳으로 12곳이 더 늘었습니다. 이들 브랜드를 소유한 대기업의 매출도 계속 늘고 있습니다. 앞으로 또 얼마나 늘지 모르고, 어떤 신규 브랜드가 나올 지도 모릅니다. 음식점업 중기적합업종 지정으로 인한 대기업 확장 및 진입 자제 권고가 정말로 실효성 있는 조치로 작동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따져보지 않는다면, '재벌식당'의 골목 상권 진출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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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벌 식당④ 싸게 돈 빌리는 재벌식당 vs 빚에 쪼들리는 동네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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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벌 식당② 경쟁하기 힘들어요…‘한식 뷔페 반경 5백m에 음식점 평균 32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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