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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젖은 콜센터]③ ‘마구잡이 서랍 검사’에 고객 상담 엿듣기…인권사각지대 ‘콜센터’
입력 2019.12.27 (15:42) 수정 2019.12.27 (15:43) 취재K
[눈물젖은 콜센터]③ ‘마구잡이 서랍 검사’에 고객 상담 엿듣기…인권사각지대 ‘콜센터’
강원도 춘천의 한 콜센터에 근무하는 상담원들은 지난달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회사에서 갑자기 '보안검사를 했다'며 모든 자리의 서랍이 활짝 열린 사진을 찍어서 상담원들에게 건넨 겁니다. 보안검사는 모든 상담원이 퇴근한 뒤 아무도 없을 때 이뤄졌습니다.


남성 상담원인 A 씨는 "500명이 되는 직원들의 모든 서랍을 다 열고, 서랍 안에 내용물, 사생활이 적힌 다이어리 내용까지 다 사진을 찍어갔다"며 "개인의 인권을 완전히 짓밟힌 기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여성 직원인 B 씨 역시 "여자가 많은 회사다. 서랍에 스타킹도 있고, 여성용품도 있는데 굉장히 기분 나빴다"며 "성추행을 당한 기분이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상담원들이 고객들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빼돌릴 수 있기 때문에 보안검사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상담원 A 씨와 B 씨가 볼 수 있는 개인정보는 전화가 들어오는 발신번호뿐, 계좌번호나 주민등록번호는 알 수 없다고 합니다.

물론 전화번호도 중요한 개인정보입니다. 그러니 회사는 보안 검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꼭 퇴근한 뒤가 아닌, 근무 중에라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게 직원들의 주장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객 정보와 상관없는 물건이나 메모 내용까지 사진으로 찍어 남기는 것은 명백한 사생활 침해라는 입장입니다.

상담원들은 인권 침해라며 회사에 항의했습니다. 그러자 회사도 검사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우리도 미숙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으니 이번 보안검사는 없던 일로 하자"며 덮었다고 합니다.

아버지 응급실에 있어도 '출근 압박'… 연차도 못 써

콜센터 상담원들은 법으로 보장된 연차휴가도 마음대로 쓸 수 없었습니다. 상담원 B 씨는 "아버지가 응급실에 실려가는 상황에도 회사에 가야했다"고 털어놨습니다. 간이 안 좋으신 아버지가 갑자기 황달이 오고 복수가 차는 상황. 응급실에 가면서 당일 연차를 내려 했지만, 회사는 "당일이라서 연차는 어려울 수 있다. 2시까지는 들어오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를 모시고 여러 검사를 진행 중이던 B 씨에게 상급자는 오전 11시까지 전화를 5통이나 했습니다. '빨리 진료 확인서를 발급받아라', '증명할 수 있는 사진이라도 내라'는 독촉 전화였습니다.


화가 난 B 씨는 "그럼 아버지가 병상에 누워 계시는 사진이라도 찍어서 보내야 하나" 라고 따졌습니다. B 씨는 사측이 최소한 '너무 심했나?'라며 머쓱해 하거나, 미안해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상급자는 '그렇게라도 증빙이 되는지 확인해 보겠다' 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연차에 야박한 것은 이 회사만이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의 콜센터가 가용 인력의 몇 퍼센트만 연차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당일 연차를 내면 인센티브 점수를 깎거나 '결근'으로 처리하는 등 불이익을 주고 있었습니다. 법으로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인 연차조차 마음대로 쓸 수 없는 겁니다.

이윤선 서비스일반노동조합 콜센터지부 지부장은 인력이 자원의 전부인 콜센터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합니다.

이 지부장은 "콜 업무를 맡기는 원청 업체는 최저 입찰제로 요청전화부름받음코를콜센터콜를 정하기 때문에, 하청을 받는 입장(요청전화부름받음코를콜센터콜)에서는 최소 인력으로 최대 성과를 내려고 한다"며 "최소 인력만 채용한 상황에서 일하는 사람이 줄어들면 실적 달성에 지장이 생기기 때문에 연차, 조퇴 등에 인색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고객 상담 엿듣는 '모니터링'…"상담원 감시"

상급자가 고객 상담을 함께 듣는 '실시간 모니터링'도 상담원들에게는 심한 압박으로 느껴집니다.

취재진이 만난 콜센터 상담원 C 씨는 상급자의 실시간 모니터링이 숨 막히는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C 씨는 "상급자가 뒤에서 하나하나 보면서 한 콜 끝날 때마다 질책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고객과 전화 상담을 하고 있으면 어느샌가 상사가 뒷좌석에 앉아 있다고 합니다. 전화기에 전용선을 연결해 고객과의 통화를 엿듣는 겁니다. 물론 실시간으로 질책도 쏟아집니다.



명분은 신입 직원을 교육하고, 통화 품질을 관리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상담원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됩니다.

정재호 하이텔레서비스지회 사무장(LG전자 콜센터 자회사)은 "직원을 표적으로 모니터링을 하는 것 자체가 부담" 이라며 "멘트 하나하나를 누군가 엿듣고, 실시간으로 평가하는 것은 명백한 괴롭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고객 입장에서도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황당할 겁니다. 동의하지도 않았는데 제 3자가 자신의 말을 엿듣고 있는 거니까요.

권혜진 변호사는 "소비자가 아무리 대화의 녹음에는 동의를 하였다 하더라도, 대화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그 내용을 청취하는 경우에는 감청에 해당하는 소지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 때문에 일부 콜센터에서는 '엿듣기' 관행을 없앴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사업장에서는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 일입니다.

마구잡이 서랍 검사에 고객 상담 엿듣기까지. 취재진을 만난 상담원들은 입을 모아 말합니다.

"너무 하대당하고 있고, 인권이 짓밟히고 있어서 … 다 감시를 하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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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9.12.27 (15:43)
    취재K
[눈물젖은 콜센터]③ ‘마구잡이 서랍 검사’에 고객 상담 엿듣기…인권사각지대 ‘콜센터’
강원도 춘천의 한 콜센터에 근무하는 상담원들은 지난달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회사에서 갑자기 '보안검사를 했다'며 모든 자리의 서랍이 활짝 열린 사진을 찍어서 상담원들에게 건넨 겁니다. 보안검사는 모든 상담원이 퇴근한 뒤 아무도 없을 때 이뤄졌습니다.


남성 상담원인 A 씨는 "500명이 되는 직원들의 모든 서랍을 다 열고, 서랍 안에 내용물, 사생활이 적힌 다이어리 내용까지 다 사진을 찍어갔다"며 "개인의 인권을 완전히 짓밟힌 기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여성 직원인 B 씨 역시 "여자가 많은 회사다. 서랍에 스타킹도 있고, 여성용품도 있는데 굉장히 기분 나빴다"며 "성추행을 당한 기분이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상담원들이 고객들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빼돌릴 수 있기 때문에 보안검사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상담원 A 씨와 B 씨가 볼 수 있는 개인정보는 전화가 들어오는 발신번호뿐, 계좌번호나 주민등록번호는 알 수 없다고 합니다.

물론 전화번호도 중요한 개인정보입니다. 그러니 회사는 보안 검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꼭 퇴근한 뒤가 아닌, 근무 중에라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게 직원들의 주장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객 정보와 상관없는 물건이나 메모 내용까지 사진으로 찍어 남기는 것은 명백한 사생활 침해라는 입장입니다.

상담원들은 인권 침해라며 회사에 항의했습니다. 그러자 회사도 검사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우리도 미숙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으니 이번 보안검사는 없던 일로 하자"며 덮었다고 합니다.

아버지 응급실에 있어도 '출근 압박'… 연차도 못 써

콜센터 상담원들은 법으로 보장된 연차휴가도 마음대로 쓸 수 없었습니다. 상담원 B 씨는 "아버지가 응급실에 실려가는 상황에도 회사에 가야했다"고 털어놨습니다. 간이 안 좋으신 아버지가 갑자기 황달이 오고 복수가 차는 상황. 응급실에 가면서 당일 연차를 내려 했지만, 회사는 "당일이라서 연차는 어려울 수 있다. 2시까지는 들어오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를 모시고 여러 검사를 진행 중이던 B 씨에게 상급자는 오전 11시까지 전화를 5통이나 했습니다. '빨리 진료 확인서를 발급받아라', '증명할 수 있는 사진이라도 내라'는 독촉 전화였습니다.


화가 난 B 씨는 "그럼 아버지가 병상에 누워 계시는 사진이라도 찍어서 보내야 하나" 라고 따졌습니다. B 씨는 사측이 최소한 '너무 심했나?'라며 머쓱해 하거나, 미안해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상급자는 '그렇게라도 증빙이 되는지 확인해 보겠다' 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연차에 야박한 것은 이 회사만이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의 콜센터가 가용 인력의 몇 퍼센트만 연차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당일 연차를 내면 인센티브 점수를 깎거나 '결근'으로 처리하는 등 불이익을 주고 있었습니다. 법으로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인 연차조차 마음대로 쓸 수 없는 겁니다.

이윤선 서비스일반노동조합 콜센터지부 지부장은 인력이 자원의 전부인 콜센터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합니다.

이 지부장은 "콜 업무를 맡기는 원청 업체는 최저 입찰제로 요청전화부름받음코를콜센터콜를 정하기 때문에, 하청을 받는 입장(요청전화부름받음코를콜센터콜)에서는 최소 인력으로 최대 성과를 내려고 한다"며 "최소 인력만 채용한 상황에서 일하는 사람이 줄어들면 실적 달성에 지장이 생기기 때문에 연차, 조퇴 등에 인색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고객 상담 엿듣는 '모니터링'…"상담원 감시"

상급자가 고객 상담을 함께 듣는 '실시간 모니터링'도 상담원들에게는 심한 압박으로 느껴집니다.

취재진이 만난 콜센터 상담원 C 씨는 상급자의 실시간 모니터링이 숨 막히는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C 씨는 "상급자가 뒤에서 하나하나 보면서 한 콜 끝날 때마다 질책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고객과 전화 상담을 하고 있으면 어느샌가 상사가 뒷좌석에 앉아 있다고 합니다. 전화기에 전용선을 연결해 고객과의 통화를 엿듣는 겁니다. 물론 실시간으로 질책도 쏟아집니다.



명분은 신입 직원을 교육하고, 통화 품질을 관리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상담원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됩니다.

정재호 하이텔레서비스지회 사무장(LG전자 콜센터 자회사)은 "직원을 표적으로 모니터링을 하는 것 자체가 부담" 이라며 "멘트 하나하나를 누군가 엿듣고, 실시간으로 평가하는 것은 명백한 괴롭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고객 입장에서도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황당할 겁니다. 동의하지도 않았는데 제 3자가 자신의 말을 엿듣고 있는 거니까요.

권혜진 변호사는 "소비자가 아무리 대화의 녹음에는 동의를 하였다 하더라도, 대화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그 내용을 청취하는 경우에는 감청에 해당하는 소지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 때문에 일부 콜센터에서는 '엿듣기' 관행을 없앴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사업장에서는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 일입니다.

마구잡이 서랍 검사에 고객 상담 엿듣기까지. 취재진을 만난 상담원들은 입을 모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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