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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고객님” 순서 바꿨다 감점…‘감정 없는 친절’ 강요
입력 2019.12.26 (21:31) 수정 2019.12.27 (15:26) 뉴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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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KBS는 직장내 괴롭힘과 실시간 모니터링 같은 콜센터 상담원들의 인권침해 현장을 연속 고발했습니다.

오늘(26일)은 상담원들이 또 다른 인권침해 사례로 꼽는 이른바 고객응대 매뉴얼을 입수해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목소리와 말하는 순서까지 정해놓고 점수를 매기면서 친절을 강요하고 있었습니다.

변진석 기자입니다.

[리포트]

언제나 친절한 콜센터 상담원.

["반갑습니다. 상담사 ○○○입니다."]

몸이 아파도, 막무가내 고객이라도 친절해야 합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KBS가 입수한 한 콜센터의 고객 응대 매뉴얼입니다.

크게 5개 항목으로 쪼갠 뒤 다시 14개로 세분화해 점수를 매깁니다.

리듬감 있고 상냥하게 인사하면 최고점(10점)을 받습니다.

하지만 고객과 통화가 연결되고 3초 안에 인사하지 않으면 0점.

말이 빨라 정중함이 느껴지지 않아도 마찬가집니다.

말의 앞 뒤가 바뀌었단 이유로 0점을 받기도 합니다.

[(주)한국고용정보 상담원 A씨/음성변조 : "'안녕하세요 고객님', '고객님 안녕하세요' 이거 두 개를 바꿨다고 (0점 처리합니다.) 사람이 일하는 걸 원하지 않고 로봇이 일하는 걸로 만들려고 하는 거죠."]

또 다른 콜센터의 고객 응대 매뉴얼도 비슷합니다.

100점 만점에 81점을 받은 이 상담사.

2번 이상 발음이 부정확했고 고객님, 죄송합니다만, 음과 같은 습관적 표현을 5번 이상 썼다며 점수를 깎았습니다.

곳곳에 평가자인 상급자의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평가 점수가 낮으면 질책은 물론,

[콜센터 상담원 B씨/음성변조 : "'(다른 상담) 하나라도 더 들어보고 개선할 생각을 해라.' 이거는 쉬는 시간에도 일하라는 얘기 밖에 안되는 거예요."]

뭣보다 수당이 깎이니 상사에게 복종하며 고객에겐 '감정 없는 친절'을 반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황수진/금속노조 서울지부 미조직사업부장 : "고객 입장에서도 '안녕하세요 고객님'이랑 '고객님 안녕하세요'랑 차이가 없잖아요. (과하게) 신경을 쓰도록 업무환경을 만들어 놓다 보니까 불필요한 감정이 소모되고..."]

일부 콜센터에서 현실에 맞는 응대표를 만들어달라 요청했지만 개선 사례가 알려진 건 아직 없습니다.

KBS 뉴스 변진석입니다.
  • “반갑습니다, 고객님” 순서 바꿨다 감점…‘감정 없는 친절’ 강요
    • 입력 2019-12-26 21:34:14
    • 수정2019-12-27 15:26:51
    뉴스 9
[앵커]

KBS는 직장내 괴롭힘과 실시간 모니터링 같은 콜센터 상담원들의 인권침해 현장을 연속 고발했습니다.

오늘(26일)은 상담원들이 또 다른 인권침해 사례로 꼽는 이른바 고객응대 매뉴얼을 입수해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목소리와 말하는 순서까지 정해놓고 점수를 매기면서 친절을 강요하고 있었습니다.

변진석 기자입니다.

[리포트]

언제나 친절한 콜센터 상담원.

["반갑습니다. 상담사 ○○○입니다."]

몸이 아파도, 막무가내 고객이라도 친절해야 합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KBS가 입수한 한 콜센터의 고객 응대 매뉴얼입니다.

크게 5개 항목으로 쪼갠 뒤 다시 14개로 세분화해 점수를 매깁니다.

리듬감 있고 상냥하게 인사하면 최고점(10점)을 받습니다.

하지만 고객과 통화가 연결되고 3초 안에 인사하지 않으면 0점.

말이 빨라 정중함이 느껴지지 않아도 마찬가집니다.

말의 앞 뒤가 바뀌었단 이유로 0점을 받기도 합니다.

[(주)한국고용정보 상담원 A씨/음성변조 : "'안녕하세요 고객님', '고객님 안녕하세요' 이거 두 개를 바꿨다고 (0점 처리합니다.) 사람이 일하는 걸 원하지 않고 로봇이 일하는 걸로 만들려고 하는 거죠."]

또 다른 콜센터의 고객 응대 매뉴얼도 비슷합니다.

100점 만점에 81점을 받은 이 상담사.

2번 이상 발음이 부정확했고 고객님, 죄송합니다만, 음과 같은 습관적 표현을 5번 이상 썼다며 점수를 깎았습니다.

곳곳에 평가자인 상급자의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평가 점수가 낮으면 질책은 물론,

[콜센터 상담원 B씨/음성변조 : "'(다른 상담) 하나라도 더 들어보고 개선할 생각을 해라.' 이거는 쉬는 시간에도 일하라는 얘기 밖에 안되는 거예요."]

뭣보다 수당이 깎이니 상사에게 복종하며 고객에겐 '감정 없는 친절'을 반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황수진/금속노조 서울지부 미조직사업부장 : "고객 입장에서도 '안녕하세요 고객님'이랑 '고객님 안녕하세요'랑 차이가 없잖아요. (과하게) 신경을 쓰도록 업무환경을 만들어 놓다 보니까 불필요한 감정이 소모되고..."]

일부 콜센터에서 현실에 맞는 응대표를 만들어달라 요청했지만 개선 사례가 알려진 건 아직 없습니다.

KBS 뉴스 변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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