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으로 독일월드컵 본선에 진출해 이변을 준비하던 아프리카의 복병 토고 축구대표팀이 본선 첫 경기를 사흘 앞두고 오토 피스터(68.독일) 감독의 전격 사퇴로 최대 난관에 봉착했다.
10일(이하 한국시간) dpa 통신과 독일 축구전문지 키커에 따르면 피스터 감독은 이날 오전 피트 함베르크 수석코치와 함께 사퇴를 선언하고 팀 숙소를 떠났다고 요하킴 슈베르트 토고 주치의가 밝혔다.
피스터 감독의 사퇴 배경으로는 최근 불거진 대표 선수-토고축구협회 간 출전 수당 갈등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토고 선수들은 지난달 말 축구협회에 월드컵 출전 수당으로 1인당 15만5천 유로(약 1억8천800만원), 승리수당으로 3만 유로(약 3천600만원) 등 엄청난 금액을 요구했다.
이같은 요구가 전해지자 토고축구협회는 로크 그나싱베 회장이 직접 나서 선수들과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를 보지 못했으며 최근에는 선수들이 팀 훈련까지 거부해 월드컵 준비에 막대한 차질을 빚어왔다.
상황이 악화되자 토고는 에뎀 코조 총리와 아유터 우영가 체육부장관을 직접 방겐을 방문했지만 피스터 감독과 함베르크 코치는 악화된 팀 내 분위기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대표팀 베이스캠프 방겐 숙소인 발터스뷸 호텔을 떠나버렸다.
문제는 토고가 오는 13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한국과 월드컵 본선 첫 경기를 사흘밖에 남겨두지 않아 다른 감독을 선임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토고축구협회 측에서는 일단 피스터 감독을 찾아 사퇴를 번복시키기 위해 설득작업을 벌일 것으로 관측되지만 이미 팀을 떠난 피스터 감독이 이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토고는 피스터 감독이 끝내 복귀하지 않을 경우 대표팀 내의 자국 코치에게 감독 대행을 맡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최근 한 달 간 피스터 감독 체제로 훈련을 해왔기 때문에 결국 핵심 지휘부가 없는 상태로 실전을 치르게 됐다.
또 피스터 감독이 떠났지만 아직까지 출전 수당을 둘러싼 선수-축구협회 간 갈등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도 악재다.
아프리카 후진국인 토고는 선수들이 요구한 출전 수당 액수가 너무 커 이보다 낮은 금액을 제시하며 선수들을 달랬지만 허사였고, 급기야 총리까지 동원해 갈등 해결에 나섰지만 수포로 돌아간 상황이다.
물론 감독의 전격 사퇴로 자극을 받은 선수들이 막상 경기에서는 놀라운 기량을 발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토고는 지난 1월 아프리카네이션스컵에서도 간판 골잡이인 에마뉘엘 아데바요르(아스날)가 스티븐 케시 전 감독과 갈등을 빚는 바람에 팀 분위기가 악화돼 3전3패라는 최악의 성적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전력이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의 첫 상대로 국내 축구팬에게는 엄청난 관심을 받아왔지만 전력이나 내부 사정 등이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는 토고가 감독 사퇴와 내부 갈등을 어떻게 추스려 나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